[스트레이트] 사립대는 누구의 것인가? 이사장과 족벌왕국

이준희 2024. 1. 21.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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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CR ▶

서울 동대문구 천장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에서 산 쪽으로 올려다보면 집처럼 생긴 3층짜리 건물 하나가 나옵니다.

캠퍼스 가장 높은 곳에 있습니다.

학생들도 잘 모르는 건물입니다.

[김수민/경희대 학생] "사유지 같아요. <사유지?> 학교 같지 않고. 집 같고 학교 같지는 않은 것 같아요."

[박정수/경희대 학생] "미대 옥상에서 이렇게 보면 건물이 보이긴 하거든요. 높아서. 뭔가 관측소 같기도 하고."

마음대로 갈 수도 없다고 합니다.

[황재호/경희대 학생] "택시 타고 잘못 올라갔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 경비 하시는 분이 이렇게 내려가 돌아가라고."

베일에 싸인 건물.

올라가는 길은 외딴길 하나입니다.

길목부터 철제 울타리로 막혀 있습니다.

다가가니 경비원이 접근을 막습니다.

[경비원] "올라가시면 안 됩니다. <여기 올라가면 안 돼요?> 네. <여기 뭐예요, 여기?> 군사지역이에요. <군사지역이요? 지도에 그런 거 없던데.> 군사지역은 원래 지도에 표시가 안 돼요."

정말 군사지역일까요?

아침 9시쯤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검은색 고급 차량 한 대가 언덕길을 내려옵니다.

뒷자리에 누군가가 타고 있습니다.

차가 향한 곳은 대학 본관.

마중 나온 남성이 차 뒷문을 열어주며 고개를 숙입니다.

양복 차림의 남성이 차에서 내리더니 곧바로 본관 2층으로 올라갑니다.

경희대 재단인 경희학원 이사장 조인원 씨입니다.

◀ 이휘준 ▶

안녕하십니까, 이휘준입니다.

오늘 스트레이트는 사립대학 설립자 일가가 학교를 마치 자기 것처럼 사유화하는 행태를 고발합니다.

이준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방금 본 사람이 재단 이사장이군요?

◀ 이준희 ▶

경희대 재단 설립자 조영식 박사의 아들 조인원 씨입니다.

경희대 총장을 12년 동안 했고, 지금은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 이휘준 ▶

학교 안에 있는 3층짜리 건물에서 본관으로 출퇴근하는 것 같네요.

그럼 학교 건물에 살고 있는 겁니까?

◀ 이준희 ▶

사립대는 학생들이 낸 등록금과 국가의 보조금으로 주로 운영됩니다.

그래서 설립자라 해도 사립대 재산에는 함부로 손댈 수 없습니다.

조인원 이사장이 학교 건물을 도대체 어떤 용도로 쓰고 있는 건지, 다시 경희대로 가보겠습니다.

◀ VCR ▶

철제 울타리가 열려 있습니다.

외딴길을 따라 2백 미터쯤 올라가니 경비초소가 하나 더 나오고, 바로 그 정체불명의 건물이 보입니다.

건물로 들어가 봤습니다.

"안녕하세요. 계세요?"

아무도 없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 봤습니다.

긴 복도 끝에 있는 방에서 불빛이 새어나옵니다.

문을 두드리자 한 남성이 나옵니다.

점심때가 다 됐는데 편한 옷차림입니다.

"<저는 MBC 스트레이트 이준희 기자라고 합니다.> 잠깐 좀 기다려주세요."

조인원 이사장.

경희대와 경희의료원을 소유한 재단인 경희학원의 이사장입니다.

설립자 조영식 박사의 아들입니다.

2006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경희대 총장을 세 번 연속 지냈습니다.

하지만 동문회와 교수들이 민주적 선출을 요구하자, 4선 연임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총장은 그만뒀지만, 바로 또 재단 이사장이 됐습니다.

조 이사장이 기다려 달래서 기다렸더니 1분도 안 돼 한 남성이 달려왔습니다.

"나가시라고요. 밖에 나가요. <기다리라고 하셔서.> 다시 절차 밟으시라고."

금세 한 명이 더 왔습니다.

취재 중이라고 밝혔지만, 욕설을 퍼붓습니다.

"이딴 XX들이 있어 이런 개XX들이 와서. 일단 내려가라고. 얘기가 될만한 XX들이 와야지."

계단에서 취재팀 한 명이 떠밀려 넘어지자 갑자기 혼자 바닥에 드러눕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허리야. <본인이 미셔놓고 왜 본인이 그러세요?> 웃기지 마."

다 촬영됐다고 하자, 벌떡 일어납니다.

"<선생님 다 찍혔습니다.> 아니 찍히나 마나. <네, 다 찍혔어요.> 알았어. 알았어. 다 찍혔어?"

불과 10분 사이에 재단과 대학 직원 등 11명이 이 건물로 달려왔습니다.

기다려달라던 조 이사장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교직원들은 조 이사장이 학교 건물을 집처럼 쓰고 있다는 걸, 대부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경희대 교직원] "그쪽 길을 이용해서 출퇴근하시는 걸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 이분이 얼마나 사셨을까요?> 한 10년 가까이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총장 시절에도 계셨죠."

사립학교법은 재단 돈과 학교 돈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학교 돈은 주로 학생들이 낸 등록금과 국고 보조금입니다.

재단이나 설립자 일가족은 학교 돈에 마음대로 손댈 수 없습니다.

학교 재산은 교육이나 연구 목적으로만 써야 합니다.

학교 재산을 재단이나 설립자 일가에게 빌려주는 것도 원칙적으로 안 됩니다.

만약 조인원 이사장이 학교 건물을 집처럼 쓰거나 사적인 목적으로 쓴다면, 사립학교법 위반입니다.

조 이사장은 왜 이 건물에서 출근하는 걸까요?

운전기사는 처음에는 집이라고 했습니다.

[이사장 운전기사] "막막 남의 집에 주거침입 하는 거예요, 지금? 나가세요. <여기가 집이 아니지 않나요?> 나가세요."

집이 맞느냐고 되묻자, 이번에는 업무공간이라고 했습니다.

[이사장 운전기사] "공관이고 회의하는 장소고 피곤하면 쉬실 수도 있는 거고. 업무공간이에요. 업무공간."

재단 측은 공식 답변을 통해, 해당 건물은 행사장이나 수장고로 쓰고 있고, 조인원 이사장은 2018년부터 2층 일부, 185제곱미터를 업무용으로만 쓰고 있다고 했습니다.

집무실, 회의실, 휴게실이 있다고 했습니다.

[홍원기/경희학원 총무팀장] "휴게실은 제가 들어가 보지 못해서 모릅니다만 저희가 제공한 것은 편하게 쉬실 수 있는 그런 공간으로 구성이 돼 있고요."

그런데 침대도 있다고 합니다.

[홍원기/경희학원 총무팀장] "<침실?> 필요한 경우에는 주무실 수 있게끔 저희가 싱글베드 하나를 넣어드렸습니다."

재단 이사장의 공식 집무실은 경희대 본관에 따로 있습니다.

공식 집무실과 별도로, 사실상 학교 건물 하나를 이사장이 쓰고 있는 겁니다.

왜 필요한 걸까요?

[홍원기/경희학원 총무팀장] "저서, 그리고 또 연설문 그리고 기고문 그리고 이런 인터뷰 이런 거와 관련해서 글을 직접 쓰십니다. 그래서 좀 조용한 공간이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좀 필요하고요."

점심때가 되자 이사장의 운전기사가 어디론가 갑니다.

운전기사는 파란색 보온가방을 들고 경희의료원 급식 조리실로 들어갔습니다.

입구에는 "영양팀 외 출입금지"라고 쓰여있습니다.

5분쯤 뒤 보온가방을 들고 나왔습니다.

병원 주차장 차단기에는 VIP 차량이라고 뜹니다.

어디로 가나 따라가 봤습니다.

운전기사는 본관 집무실로 보온가방을 배달했습니다.

이사장에게 식사를 배달하는 겁니다.

재단은 병원 식사를 이사장에게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메뉴는 아니라고 했습니다.

[홍원기/경희학원 총무팀장] "특별히 저희가 어떤 메뉴를 특정한 메뉴를 요청하거나 요구하지 않습니다."

조리실에 붙어있던 종이.

"이사장님 도시락, 평일 점심 저녁과 주말 토일 점심을 제공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1월 10일 점심 식단.

잡곡밥, 북어영양탕, 그리고 불고기깻잎샐러드 등 반찬 6가지입니다.

주꾸미간장떡볶음은 맵지 않게 조리하라고 주의사항까지 적어놨습니다.

샐러드와 생양파, 구운 마늘, 양념장은 매일 제공됩니다.

얼마나 많이 배달했을까요?

재단은 작년 11월에 48번, 12월에 39번이라고 했습니다.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거의 한 달 내내, 병원이 제공한 식사를 배달받아 먹은 셈입니다.

공식 집무실도 있는데, 따로 이사장이 쓰고 있는 학교 건물.

이사장은 여기서 잠도 자고, 출근도 하고, 식사도 제공받습니다.

그런데도 재단은, 집이 아니라 업무공간이라고 주장합니다.

[홍원기/경희학원 총무팀장] "일이 늦게 끝나시면 거기 계속 계실 수도 있고요. 그거는 개인의, 이사장님께서 개인이 선택하시는 거지 그거를 저희한테 일일이 오늘 거기에서 오늘 야근을 했다, 이렇게 말씀하실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재단 측은 건물 사용료로 경희대학교에 보증금 없이 월세 70만 원을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식대로는 경희의료원에 한 끼에 1만 6,500원을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사장 개인이 내는 건 아니고 재단에서 돈을 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광산/변호사] "왜 기존에 있는 이사장의 집무실을 안 쓰고 지금 별도로 마련돼 있는 공간에서만 해야 되는 그걸 둬야 되는 필요성이 있냐 이거죠. 그거 자체가 지금 학교에서 정확한 해명을 못 하고 있는 거지 않습니까? 사적 목적이라든지 아니면 용도 외의 뭔가의 행위로 뭔가 이용이 된 게 만약에 입증만 될 수 있으면 업무상 횡령이든 업무상 배임이든 이제 이런 부분들이 당연히 법적으로 문제가 되겠죠."

◀ 이휘준 ▶

월세 70만 원이요? 아니 요즘 웬만한 대학가 원룸도 70만 원으로는 구하기 어렵지 않습니까?

◀ 이준희 ▶

경희대 재단 측은 감정평가까지 받아서 월세를 계산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이휘준 ▶

보증금도 없이 저 큰 공간을 월세 70만 원에 쓰는 건, 누가 봐도 특혜 같은데요.

◀ 이준희 ▶

사립학교라고 하면 사유재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설립자가 교육을 위해, 사회를 위해 내놓은 재산이라는 점에서 공공재의 성격이 강합니다.

◀ 이휘준 ▶

그럼 더더욱 학교 건물을 마음대로 쓰면 안 되는 거잖아요.

◀ 이준희 ▶

취재를 하다 보니 경희대만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한양대병원에는 '할머니 집'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양대로 가보겠습니다.

◀ VCR ▶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양대학교병원.

본관 옆으로 6층짜리 건물이 붙어있습니다.

신관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다른 층은 문도 열려있고 안내 표지판도 붙어있습니다.

하지만 유독 5층만 문이 잠겨있습니다.

5층 표시만 돼 있고 안내 표지판이 없습니다.

병원 홈페이지를 뒤져봐도 5층은 뭐하는 곳인지 안 나옵니다.

밖으로 나와 뒤편으로 돌아가 봤습니다.

경사진 땅이라 3층과 바로 연결됩니다.

출입구가 하나입니다.

문 바로 옆 차고에는 검은색 고급 차가 서 있습니다.

문 앞에는 '통제구역'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초인종을 눌렀더니 문이 열립니다.

5층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계단이 보입니다.

하지만 역시 올라갈 수는 없었습니다.

[한양대병원 신관 경비원] "이리로 돌아가셔야 신관 나온다고. <여기는 뭔데요?> 여기? 특별히 저기 뭐야 병원 관리실이에요. 병원 관리실."

특별한 병원 관리실.

정말일까요?

병원 직원들은 여기를 할머니 집, 이사장실이라고 부릅니다.

[한양대병원 환경미화직원] "이사장님실이라서. <여기로는 일반인들은 못 가고요?> 네, 여기는 일반인들 통제해요."

이곳에는 학교법인 한양학원 백경순 이사가 살고 있습니다.

설립자인 고 김연준 전 이사장의 부인이자, 현 김종량 이사장 어머니입니다.

백경순 이사는 재단 실세라고 합니다.

병원 통장에서 돈을 인출하려면, 얼마 전까지 백 이사가 최종 승인 도장을 찍었다고 합니다.

[☎ 전 한양대병원 교수] "임명권자보다도 더 강한 실세죠. 되게 똑똑하셔서 한양학원에서 일어나는 거에 아주 중요한 결정은 그분이 하시는 걸로 알고 있어요."

할머니 집은 어떤 곳일까요?

병원 관계자가 직접 내부 구조를 그려줬습니다.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손님 대기실이 나오고 맞은 편에 집무실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집무실 옆에 거주 공간이 있다고 합니다.

[한양대병원 관계자] "결재하는 공간 이제 회의실같이 꾸며져 있는 그런 공간에 가서 결재를 받는데 그냥 집무 공간처럼 보입니다. 거기는. 근데 이제 실제로 주무시고 하는 공간에는 제가 들어가 본 적이 없어서."

거주공간까지 들어가 봤다는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그냥 살림집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교수는 가사도우미도 있다고 했습니다.

[☎ 전 한양대병원 교수] "일하는 아주머니를 하나 고용하고 있어요. 청소도 하고 그러죠. 그리고 어쩌다가 손님 오시면 차도 내오는데."

이렇게 5층 120평 정도를 백 이사가 쓴다고 합니다.

[☎ 전 한양대병원 교수] "응접실이 한 15명이나 아주 꽉 들어차면 20명까지 들어갈 수 있는 그런 문제 없이. 의자가 많아요. 왜냐하면 혹시라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까 봐. 한꺼번에."

백 이사가 집이 따로 없는 걸까요?

있습니다.

서울 중구에 지하 1층,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을 갖고 있습니다.

공시가격이 46억 원이 넘습니다.

이런 큰 집을 놔두고, 왜 병원 건물에서 살고 있을까요?

신관과 본관을 오가는 간호사.

백 이사 전담 간호사입니다.

경력 30년이 넘는 베테랑 간호사입니다.

주치의도 매일 같이 찾아옵니다.

주치의는 경험 많고 실력 좋은 병원장급 의사들이 맡습니다.

[☎ 전 한양대병원 교수] "주치의들이 자주 방문하기도 해요. 하루에 한 번씩 방문하기도 하고 그래서. <그럼 신관으로요?> 그렇죠. 그렇죠."

급할 때 당직의사도 부른다고 합니다.

한양대병원 최고 의료진을 항상 곁에 두는 셈입니다.

[전 한양대병원 직원] "할머니가 편찮으시면 의사들이 가기도 하는 걸로 얘기 들었거든요. 간호사들이 '어제 선생님 갑자기 호출돼서 갔다 왔어' 이런 얘기를 제가 들은 적이 있으니까."

사과나 커피 같은 먹거리나 비품 구매 비용도 병원이 댔다고 합니다.

24시간 돌아가며 근무하는 전담 경비원 3명, 자택 경비원 1명, 운전기사 1명 등 5명의 인건비도 다 병원이 내준다고 합니다.

[한양대병원 신관 경비원] "<그럼 밤에도 지키는 분이 계세요?> 아, 여기도 24시간 근무하죠. <그러면 이제 그 백 이사님 주무실 때도 여기 경비인력이 있긴 있는 거예요?> 네."

재단 측은 백 이사가 병원 건물에 살고 있다고 인정했습니다.

1980년대 말부터 고 김연준 이사장이 신관 5층을 공관으로 썼고, 2008년 김 이사장이 타계한 뒤에도 부인인 백 이사가 고령인 점을 고려해 계속 살게 했다고 했습니다.

근거 규정이 있냐는 질문에, 재단은 인륜에 따른 도리로서 한 일이지 법적 근거에 따른 건 아니라며, 별도 규정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비품 구매 비용은 한때 병원에서 냈지만, 지금은 백 이사가 사비로 낸다고 했습니다.

현재 백 이사는 할머니 집 대신 본관 VIP 병실에 장기 입원해 있습니다.

하루 입원료는 120만 원, 1년이면 4억 3천만 원입니다.

하지만 돈은 안 내도 됩니다.

재단은 설립자 부부가 병원 땅 등 2,200억 원어치를 기증한 점을 고려해, 병원비를 전액 감면하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감면액은 재작년 3월 이후 약 2년 동안 4억 4천만 원입니다.

병원 건물을 재단 설립자 가족이 30년 넘게 집처럼 쓰고 있는 상황.

병원 직원들도 과도한 특혜라고 여기지만, 누구도 말하기 어렵다고 합니다.

[☎ 전 한양대병원 교수]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가 어렵잖아요. 나갔어야 되는데 하고 하는 말을 아무도 못 한 거예요."

사립학교법은 학교는 물론 부속병원 돈도, 재단 돈과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한양대병원에 투입된 국고 보조금은 지난 4년간 5백억 원이 넘습니다.

[전 한양대병원 직원] "공은 공이고 어디까지나 학교는 국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공공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다면 이사장이나 이사장 가족들이 더더욱 원칙이나 규칙에 따라야죠. 그래야 직원들이 그걸 본보기로 해서 허튼짓을 안 하죠."

◀ 이휘준 ▶

설립자 일가족이면, 병원 건물이나 의료진을 자기 것처럼 써도 되는 됩니까?

◀ 이준희 ▶

안 됩니다.

물론 병원에 큰돈을 내놓은 건 박수 받을 일입니다.

하지만 명예 말고 다른 걸 더 바라지 않는 게 진정성이 있겠죠.

◀ 이휘준 ▶

병원 내부에서도 문제가 많다고 보는 분들이 있는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했어요.

문제 제기가 그렇게 어려운 겁니까?

◀ 이준희 ▶

백경순 이사는 김종량 현 이사장의 어머니입니다.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건, 사학 재단의 이사장이 갖고 있는 막강한 권한 때문일 것 같습니다.

직원들은 '왕'이라고 했습니다.

◀ VCR ▶

4, 5년 전쯤 한양대학교의 한 교수가 김종량 이사장으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수도권의 한 대학교수를 거론하며 어떤지 물어왔습니다.

[☎ 한양대 A 교수] "어떤 양반이고 어떻게 이제 나하고 일을 하게 됐는지 어떻게 알고 있는지 그렇게 해서 저는 그냥 있는 그대로 얘기한 거죠."

이사장에게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묻지는 못했다고 했습니다.

[☎ 한양대 A 교수] "대통령이 전화해서 어쩌고저쩌고하는데 당신 왜 그럽니까, 물어봅니까?"

그 교수가 이사장과 아는 사이라는 이야기도 돌았습니다.

[☎ 한양대 B 교수] "'이사장님도 나의 존재를 안다' 정도만 제가 들었어요. 그건 제가 직접 들은 얘기."

그리고 대학본부가 교원 특별채용 절차를 시작했습니다.

이사장이 전화로 물어봤던 바로 그 교수였습니다.

[☎ 한양대 ○○대학원장] "특별채용 케이스였어요. 특별채용을 하려면 공고는 안 냈던 것 같고 본부에서 '이분을 채용하려고 하니 이분이 적격한지를 심사해달라' 이렇게 이제 요청이 왔어요."

면접을 맡은 심사위원은 4명.

그런데 교수 2명이 심사를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교수 전공과 모집 분야 전공이 맞지 않는데다 논문 실적도 부족했다고 본 겁니다.

그런데 학교는 탈락시키는 대신, 심사위원 2명을 교체하고, 면접을 다시 봤습니다.

해당 교수조차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특별채용 대상 교수] "두 번 오라 그랬어요. 그게 뭐가 심사, 심사표, 이런 행정 절차가 누락된 게 있어서 그렇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제가 물어봤어요. 오히려 왜 또 가야 되냐고."

결국, 이 교수는 특별채용됐습니다.

해당 교수는 채용 전에 이사장을 만난 적이 없고 아는 사이라고 말한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비슷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2022년 김 이사장은 한양대병원에서 일하던 계약직 교수를, 정년을 보장하는 전임교수로 채용하는 게 어떤지 주변에 물었습니다.

의대 교수들이 이미 같은 분야에 전임교수가 2명이나 있다며, 다른 분야 교수 채용이 더 급하다고 항의했습니다.

간호사들은 그 교수가 갑질 의혹도 있다며 채용을 반대했습니다.

[전 한양대병원 간호사] "고함을 지른다든지 반말이라든지 아니면 나이 많은 사람한테도 '네가 해봐라, 네가 잘하면 네가 해' 막 이런 식으로."

갑질 의혹은 노동청 조사 결과 문제없다고 나왔고, 이 교수는 결국 전임교수 임용이 확정됐습니다.

한양학원 재단 측은 모든 채용은 인사위원회 같은 공개된 절차로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김종량 이사장이 주변의 얘기를 듣고 평판을 확인한 것일 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김광산/변호사] "이사장이 그런 학사와 관련돼 있는 뭔가 언급이나 개입을 하는 경우 이런 경우에 보통 우리가 학사 개입이라고 보통 표현을 하고 이거를 금지를 하고 있고 실제 교육부 감사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이 되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이사장의 한 마디가 얼마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걸까요?

스트레이트는 2016년 이후 한양학원 재단 이사회 회의록 51개를 조사했습니다.

재단이사는 10명.

과반이 찬성하면 통과됩니다.

그런데 교원 채용, 해임 등 231개 안건이, 모두 만장일치로 통과됐습니다.

반대가 단 한 표도 없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이사장은 왕이었습니다.

[전 한양대병원 직원] "<김종량 이사장은 어떤 존재인가요?> 왕이다. 자르고 채용하고 이 모든 거를 다 결정할 수 있는 왕 같은 존재죠."

지난해 2월 열린 이사회.

4년 임기 만료를 앞둔 김종량 이사장의 후임 선임이 안건으로 올라왔습니다.

이사장이 퇴장하자 한 이사가 이렇게 말합니다.

"불철주야 헌신한 노고에 감사의 뜻을 전하며 세계 명문 사학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김종량 이사가 계속 연임해달라고 제안한다."

참석한 이사 8명이 전원 찬성했습니다.

이렇게 김종량 이사장의 4년 임기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이사들은 누구일까요?

전·현직 한양대 총장, 부총장, 교수, 한양사대부고 교장 등입니다.

[양성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황제라고 봐야겠죠. 뭐 자기 마음대로 뭐든지 할 수 있으니까. 대학 운영 주체가 법인이고 법인 이사회가 모든 걸 장악하기 때문에 법인 이사회만 장악하면 실질적인 오너가 되게 돼 있는 거예요. 그건요. 그리고 그걸 견제할 수 있는 세력이 없기 때문에 마음대로 전횡을 누릴 수가 있는 것이죠."

◀ 이휘준 ▶

설립자 일가족이 대를 이어 이사장과 총장을 하고, 교수 뽑는 것까지 관여한 의혹이 있다면, 왕이라는 얘기가 나올 만하네요.

◀ 이준희 ▶

저희가 조사해보니, 상당수 사학들이 2대, 3대, 심지어 4대째 이사장이나 총장 자리를 세습하고 있었습니다.

사학 비리가 터지는 대학들 상당수는, 이런 세습 사학들입니다.

◀ VCR ▶

지난 2017년 남서울대학교.

교수 10여 명이 교수협의회 창립을 선언했습니다.

이사장 일가족의 족벌경영 횡포를 막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한 남성이 뛰어들어 현수막을 뜯고, 한 교수의 멱살을 잡습니다.

"이리와, 이리와. 네가 여기 와서 이러려고 교수 됐냐? 너 이러려고 교수 됐냐?"

남서울대 설립자, 이재식 이사장입니다.

남서울대는 이재식 이사장 친인척들이 학교 주요 보직을 맡고 있습니다.

아들은 부총장입니다.

조카, 조카사위와 며느리, 누나의 손자 손녀, 처형의 손자까지

모두 11명이 학교 교직원입니다.

[남서울대 교수] "69명이 지금 정규직원인데 그중에 한 10명 정도가 가족으로 또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고. 힘 있는 오너나 이런 사람들에게 잘 보이는 게 중요한 거죠. 그래야 승진도 하고 그러는 거니까."

스트레이트는 전국 292개 사립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정보를 공개한 학교 253개 중 재단 이사장, 이사, 총장, 부총장, 핵심 네 자리에 설립자 친인척이 한 명이라도 있는 학교는 전체의 42%(106곳)였습니다.

동서울대학교는 설립자 아들 2명이 이사장과 총장이었고, 손자 2명이 이사와 부총장입니다.

한국영상대는 설립자 본인이 총장, 아들은 부총장, 아내와 며느리가 이사를 맡고 있습니다.

고려대와 광운대, 동아대 등 39곳은 정보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재단과 학교 직원 가운데 재단 이사 친인척은 남서울대가 11명, 마산대가 10명, 한서대, 송원대가 9명, 동덕여대와 영진전문대가 8명 순입니다.

[박순준/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자문위원장 (동의대 교수)] "아들이든 사위이든 단지 피붙이거나 피붙이와 관련된 친인척 관계라는 차원에서 그런 분들을 이사로 모신 게 아닐까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것이죠. 그게 가장 이제 나쁜 사례에 속한 것입니다."

설립자의 막강한 권한은 자녀에게 세습됩니다.

고려대학교 재단 이사장은 설립자부터 아들, 손자, 증손자까지 내리 4대에 걸쳐 세습됐습니다.

경성대와 우송대도 4대째 대물림했습니다.

사립대의 절반이 넘는 158개 학교가 이사장이나 이사, 총장이나 부총장직을 세습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4대 세습은 3곳, 3대 세습은 43곳, 2대는 104곳, 부부나 형제가 이어받는 경우도 8곳이었습니다.

[양성렬/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사학은 실질적인 상속이지만 세금 내는 게 전혀 없거든요. 그러니까 기업에 비해서 훨씬 부와 권력을 세습하는 데 아주 유리한 게 바로 사학이라고 볼 수 있겠죠."

상당수는 장기집권입니다.

호남대 이사장의 재임 기간은 두 차례에 걸쳐 39년, 한림대 이사장과 남서울대 이사장은 연속으로 각각 35년, 31년입니다.

총장은 계명대 35년, 경남대 34년, 진주보건대 33년 순입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족벌 경영과 횡령, 채용 비리 같은 부정이 성행했기 때문입니다.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 도입, 총장 중임 제한, 이사장의 배우자나 직계가족의 총장 임명 금지 등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저항에 부딪혔습니다.

보수단체와 종교계, 그리고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이 촛불시위와 장외투쟁을 이어갔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나경원 의원 등이 모두 사학재단 설립자 일가였습니다.

[박근혜/당시 한나라당 대표 (2006년 1월 20일)] "날치기 사학법으로 학교가 정치판이 되고 이념교육장이 된다면 그걸 가만히 보고만 계시겠습니까, 여러분."

결국 대학평의회의 이사 추천 권한이 축소되고, 총장 중임 제한도 없어지고, 학교 이사장 가족들이 총장이 되는 길도 다시 열렸습니다.

지난 2008년 이후 11년간 교육부가 적발한 사립대학 비리는 4천5백여 건, 금액은 4천억 원이 넘습니다.

◀ 이휘준 ▶

사립대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미국이나 유럽에도 유명한 사립대들이 있지 않습니까?

◀ 이준희 ▶

우리나라와는 다릅니다.

설립자가 자기 재산을 출연했지만, 재정 확보에만 관여할 뿐, 학교 운영이나 교육에 직접 관여하는 건 금기시됩니다.

이사회는 외부에 개방하고, 총장은 대부분 교수들이 민주적으로 선출합니다.

◀ 이휘준 ▶

우리나라 사학법에 허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 이준희 ▶

그렇습니다. 사학법은 여전히 기형적입니다.

가난했던 시절 정부가 학교를 늘리려고 여러 특혜를 줬는데, 그런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겁니다.

◀ VCR ▶

사립학교법은 1963년 제정됐습니다.

교육에 투자할 돈이 없던 가난했던 시절.

박정희 정부는 전국의 돈 많은 유지들에게, 세금 감면, 수업료 상한 폐지, 경영권 보장 같은 혜택을 줬습니다.

[김일환/서울과학기술대 인문사회교양학부 교수] "사립대학의 설립자들이 굉장히 강한, 조금은 영리적인 동기를 가지고 사재를 출연을 해서 재단을 만들고 사립대학을 자기 나름대로 꾸려나가는 것이 그다지 불리한 상황은 아니었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있겠죠."

인구가 급증하던 1990년대.

김영삼 정부는 최소한의 조건만 있으면 대학을 만들 수 있게 해줬습니다.

사립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났습니다.

[고부응/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지방에 있는 돈 좀 있는 사람들이 대학, 일종의 대학 사업을 시작한 거예요. 등록금 중에서 거의 대부분을 쌓아둬 갖고 땅 사고 건물 짓고, 땅 사고 건물 짓고 계속 확대하는 거예요."

한국의 사립대학 비율은 86%.

기형적으로 높은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정부는 국고 보조금으로 사립대학을 지원해왔습니다.

2023년 전국 사립대학 수입은 23조 5천억 원.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조 원(51%)은 학생들의 등록금이고, 4조 7천억 원(20%)은 국고 보조금입니다.

재단이 낸 돈은 7,600억 원, 3.2%에 불과합니다.

재정에는 거의 기여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소유권을 보장받는 셈입니다.

[고부응/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그건 일종의 자기 배신인 거죠. 그러니까 출연 행위라고 해놓고 나서 출연 안 하고 자기 사유재산으로 확보하는 방식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 사실은 용납이 안 되죠."

외국에도 사립학교들이 있습니다.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 코넬대학교.

에즈라 코넬 이사가 취임 50년을 맞았습니다.

그는 설립자의 후손입니다.

[코넬대 교수들 (코넬 이사 취임 50주년, 2019년 10월 28일)] "안녕하세요, 에즈라. 이사회에 합류한 지 50주년을 축하합니다."

코넬대 이사 64명 가운데 설립자 후손에게 주는 자리는 딱 하나입니다.

[에즈라 코넬 (코넬 이사 취임 50주년, 2019년 10월 28일)] "이사회는 64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든 위원들이 대학의 미래를 위해 진심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사회는 주지사와 주 상하원 의장, 기업가, 시민운동가 등 지역사회 대표들, 그리고 교수, 학생회 교직원들까지 다양하게 구성됩니다.

설립자는 설립자일 뿐, 한국처럼 일가족이 장악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고부응/중앙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한국 같은 그런 경우는 없죠. 확실히 없습니다. 기록물로 동상을 세워놓거나 설립자가 그런 거 해서 그분의 취지를 기리거나 그런 거는 있지만 직접적으로 개입해서 하는 경우는 사실 없다고 알고 있고요."

[유재원/변호사] "면학의 뜻을 품고 만들었던 이런 학교 재단이 어떤 일가를 위해서 사용된다 내지는 일가의 이익 내지는 사적인 이익으로 사용된다고 하는 건 학교와 그 학생들한테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고요. 사적인 이런 이용을 제한하거나 방지할 수 있도록 그 사람들이 설립자의 그 뜻을 사회에 부끄럽게 하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 이휘준 ▶

사립학교는 인재를 키워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는 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명예로운 기부인지, 세습을 위한 투자인지, 이제 우리 사회가 다시 원칙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이준희 기자(letswin@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straight/6564475_2899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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