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때로는 간식, 때로는 든든한 한끼 책임지는 `순대`

정래연 2024. 1. 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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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대국밥 사진. 아이클릭아트
오징어순대 사진.아이클릭아트

해장이 필요할 때, 뜨끈한 국물이 먹고 싶을 때 생각나는 음식이 있다. 순대국밥은 서민대표음식으로 서민들의 속을 든든하게 채워준다. 순대국밥 속 순대는 언제부터 우리 일상에 녹아들었을까.

순대는 유목민 출신인 몽골의 지배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고려시대 때 불교의 영향으로 왕, 사신 등 고위계층만 고기를 먹을 수 있었다. 원나라 지배 이후 고기 먹는 문화가 보편화 됐다. 순대를 만드는 방법은 '시의전서',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음식디미방'에서는 개 창자를 이용한 순대 조리법이 설명돼 있다. '순대'라는 표기법은 조선후기 요리책 '시의선서'에서 '도야지 순대'에서 처음 발견됐다. 당시 순대는 돼지내장에 국한된 음식이 아닌 개, 소, 양, 대구 등 다양한 재료로 조리된 음식이었다.

순대는 귀한 음식이었다. 부속고기라 해도 서민들에겐 구하기 쉽지 않은 음식이었다. 또한 동물내장은 냄새가 지독해 다루기 힘들었다. 돼지내장은 소창, 대창, 막창 순으로 냄새가 심하다. 냄새를 잡기 위해서는 밀가루, 소금을 잔뜩 쳐 씻어내야 하지만 밀가루, 소금 모두 귀한 재료였다. 온갖 재료를 손질한 뒤 창자가 터지지 않게 속을 넣어야 했기 때문에 순대는 재료, 만드는 방법 또한 어려운 귀한 음식이었다.

지역마다 쓰는 내장과 들어가는 소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돼지 선지와 찹쌀같은 곡물을 넣고 야채를 섞는다.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남쪽에 비해 야채를 많이 넣는데 북쪽은 남쪽에 비해 기온이 낮아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선지를 많이 섞는다. 이 때문에 '피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제주도는 쌀농사를 하기 힘들기 때문에 소에 찹쌀 대신 메밀이나 보리를 가루로 내 선지와 섞었다. 이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 식감이 뻑뻑해 간장에 찍어 먹는 경향이 있다.

순대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건 정부에서 양돈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한 1960년대 말부터다. 이때부터 순대국밥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양돈산업의 발전으로 돼지 부속물 또한 시장에 저렴하게 풀렸고 순대도 만들기 쉬워졌다. 1970년대부터는 순대의 단가를 낮추기 위해 당면으로 속을 채운 '당면순대'가 등장했다. 흔히 분식집에서 접할 수 있는 순대가 당면순대다. 당면순대는 선지를 넣는 전통순대에 비해 보존 기간이 길고 만들기 쉬워 전국으로 퍼지기 수월했다.

대표적인 전통순대에는 아바이순대, 병천순대, 백암순대 등이 있다. 아바이순대는 이북출신 피난민들이 속초 인근에 정착하며 만든 순대다. 흔히 속초 아바이순대라고 하면 오징어순대와 대창순대를 떠올리는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오징어순대이다. 오징어순대는 돼지창자를 구하기 어려웠던 시절 창자 대신 오징어를 사용하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오징어가 귀해져 오징어순대가 더 비싸다. 또다른 아바이순대로 알고있는 대창순대는 이북식순대로, 다른 지역 순대보다 크고 굵다. 대창에 다진 돼지고기, 무청, 시래기, 선지, 마늘, 된장을 넣고 버무려 채운다. 선지보다 야채, 찹쌀 비중이 높다. 최근에는 소창도 많이 사용한다.

두 번째로 천안지역의 병천순대다. 병천순대는 소창을 사용해 아바이순대에 비해 누린내가 덜하다. 선지, 찹쌀, 야채로 소를 만드는데 아바이순대와 다르게 고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선지 비중이 높아 색이 더 진하다. 병천순대는 1960년대 아우내장터에서 만들어졌는데 한국전쟁이후 햄공장이 생기며 돼지부속물을 구하기 쉬워서 발전할 수 있었다. 장터에서 즐기던 순대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자 2000년대에 들어 프랜차이즈화 됐다. 아우내장터는 천안삼거리로 향하는 길목에 있고 천안은 예로부터 경상도 사람들이 서울을 가려면 지나가야 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접할 기회가 높았다.

세 번째로 백암순대다. 백암순대는 1940년대 경기도 용인 백암면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백암면 역시 예전부터 대규모 가축시장을 갖추고 있었고 한때 국내에서 돼지를 가장 많이 키웠던 곳이다. 돼지 소창에 호박, 부추, 숙주, 두부같은 같은 다양한 채소와 고기소를 큼직하게 넣은 순대다. 선지가 적게 들어가 색이 연하고 야채가 많이들어가 씹는 맛이 있다. 선지향이 강하지 않다. 현재는 과거와 달리 돼지선지가 아닌 소선지를 사용하는 가게들도 있다.

지역에 따라 순대를 어떤 양념장에 찍어먹느냐는 논쟁도 흥미롭다. 서울, 경기도 등 수도권지역에서는 주로 소금을 부산, 울산, 경남 지역은 막장이나 쌈장에 순대를 즐기는 경향이 있다. 전라도, 광주 등 호남지역에서는 초장에, 충청도, 강원도에서는 새우젓에 찍어먹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양념장을 찍어먹느냐는 것은 주관적인 취향이기에 지역특색만으로 규정 지을 수 없다.국밥으로 먹어도 맛있고 떡볶이와도 찰떡궁합인 순대. 요즘같이 바람부는 날 뜨끈한 순대 어떨까?정래연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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