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를 잇는 실크로드 따라] ⑨ 남·녀 이용 요일이 다른 아제르바이잔의 옛날식 공용목욕탕, 하맘(Hammam)
여행과 교육을 삶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고 있는 필자에게 있어서 여행은 세상과 직접 소통하고 교류하는 무대다. 용기 내어 찾아간 세상이라는 판(板)은 어떤 이론으로도 대체 불가능한 실질적 배움의 장(場)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여행전문가로의 활동은 세계 각지에서 사용하는 살아있는 영어의 쓰임 및 화용(話用)의 연구에도 실질적 농밀한 접근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체득한 지식을 강의실에서 생생히 전하려 한다. 학생들이 처한 상황이 녹록지 않더라도 꿈꾸기를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2019년에는 학생들 10명을 데리고 남아공 케이프타운에서 20일간의 캠프를 개최한 적도 있다. 여행에서 얻은 감동이 그들의 가슴에 닿을 때, 그들의 달라질 미래에 가슴이 벅찼기 때문이다. 이제 여행을 통해 얻은 지혜와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나누려 한다. 소소하지만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혼자라는 두려움으로 ‘나 홀로 여행’을 주저하거나 혹은 낯선 곳으로 선뜻 떠나지 못하는 이들에게, 그들 안의 숨겨진 용기를 꿈틀거리게 하는 불씨가 되기를 소망한다.
- 글로벌여행전문가 임나현 -
⑨ 남·녀 이용 요일이 다른 아제르바이잔의 옛날식 공용목욕탕, 하맘(Hammam)
구시가지에 있는 하맘(hammam)은 아제르바이잔의 남/여 공용 목욕 시설(bath house)이다. 같은 목욕시설을 남/여가 공용으로 사용한다. 다만, 요일에 따라 남/여의 입장 허용 요일이 다를 뿐이다. 하맘 입구에 쓰여 있는 안내판을 확인하니, 정말 그렇다. 일주일 중 5일은 남성들만 목욕탕 입장이 가능하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토요일, 일요일이 남성들만 입장이 허용된 날(Men’s Day)이다. 일주일 중 이틀, 월요일, 금요일은 여성들만 입장이 허용된 날(Girls’ Day)이다.
처음부터 남탕과 여탕이 분리되어 운영되는 한국의 대중목욕탕 문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이러한 구시가지의 옛날식 목욕탕 문화가 내게는 재미있고 신기하다. ‘하맘(Hammam)’ 이라 적힌 간판과 건물의 외관을 뚫어지게 살펴보았다. 하맘의 입구 출입문이 조금 열려 있다. 궁금해진 마음에 열린 문으로 내부를 살짝 들여다보았지만, 외부에서 내부를 볼 수는 없었다. 목욕탕 내부 시설과 구조도 궁금해진다. 이럴 때는 굳이 상상에만 맡겨선 안 된다. 바쿠에 온 김에 이곳 아제르바이잔인들이 현재도 즐기는 공중목욕탕 시설을 체험해봄이 좋을 듯하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구시가시의 하맘을 직접 이용해 보기로 했다. 일단, 하맘의 문 앞을 지키며 앉아 있는 한 중년의 남성에게 일단 물어보기로 했다. 그는 서툰 영어지만 최선을 다해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런 그의 친절한 마음이 따뜻하고 고맙다. 중요한 건, 그날 당일은 남성의 날(Men’s day)이라 여성은 입장이 불가하다는 거였다.
다음날, 여성의 날(Girs’s day)에 맞춰 다시 방문하였다. 먼저, 목욕탕으로 가기 전에 휴게실 공간을 거쳐야 한다. 내가 들어갔던 그 시간에도 중년 여성 몇 명이 모여 음식과 차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내가 목욕탕 문을 열고 휴게실에 들어서니, 낯선 동양의 이방인을 향해 일제히 시선을 집중한다. 낯선 어색함을 깰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나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그저 나를 강렬하게 뻔히 쳐다보기만 한다. 낯선 곳에서의 강렬한 눈빛은 때론 이질감을 동반한다. 이럴 땐 이 어색함을 좁힐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먼저, “하이(안녕)”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들 중 한 명이 “하이 (Hi)” 하며, 나에게 답례 인사를 건넸다. 나머지도 잔잔한 미소를 보낸다.
이렇게 건물 내부로 들어와 보니, 소지품을 사물함에 보관하고 목욕탕으로 들어가기 위해 탈의를 하는 곳과 휴게 공간으로 나뉘어 있다. 뜨끈뜨끈한 온열 바닥에, 한쪽은 사물함, 다른 쪽은 머리를 말리며 정리하는 곳으로 나눠진 우리나라의 목욕탕과는 사뭇 다르다. 하맘 내부로 들어오면, 입구 왼쪽이 파티션만으로 가림막이 세워져 있다. 가림막 뒤가 탈의 공간이다. 그리고 가림막 안쪽으로 몇 개의 사물함이 있다. (사진 3 카페같은 분위기를 연출하는 하맘의 휴게 공간 1)
휴게실 가운데는 내부의 인테리어를 위한 공간이다. 들어가면서 우측에는 카페나 식당에서 볼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분위기로 봐서는 영락없는 카페다. 이 공간에 들어와 보니, 목욕탕이 하나의 소통의 장소였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목욕 전이나 목욕이 끝난 후에도 좀 더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곳을 만들고자 한 듯했다. 아늑하게 담소를 나눌 작은 카페 분위기를 실내에 두어, 사람들과 교류를 원활히 하는 공간을 두고자 했음이 보인다.
사우나실 문을 여니 후끈한 열기가 내 얼굴에 그대로 전달된다. 뜨거운 사우나실에서 온몸을 이완시켰던 선조들의 지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나 보다. 바쿠의 구시가지에 있는 공중목욕탕을 체험하니, 사람들 사는 모습은 세상 어디나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온기를 즐기는 코카서스의 목욕문화가 현대식 찜질방 스팀사우나와 유사하다. 구시가지의 목욕탕 하맘의 이용 요금은 10 마나트(AZN)다. 한국의 원화로 대략 ₩8,000 가량한다. 세신을 신청하면 15 마나트를 더 내야한다.
아제르바이잔에서 목욕하는 김에 20 마나트를 더 지불하고 전신 맛사지까지 추가했다. 즉, 1시간 정도의 세신과 맛사지 서비스를 제공받으려면 총 45 마나트를 지불하면 된다. 코카서스에서 이 모든 세신 서비스를 한꺼번에 체험해보자는 심정이었지만, 영어가 서툰 이들이 많아 과연 세신 서비스는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내심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동안 그런 염려는 사라졌다. (사진4 하맘의 사우나실), (사진5 하맘의 목욕탕 내부) , (사진6 하맘의 목욕탕 이용료 및 세시비 안내판)
사우나와 목욕까지 하고 나오니, 이들의 목욕탕 공간의 역할이 더욱 이해되었다. 그 옛날, 개인 욕실이 부족한 상황에서 하맘(hammam)은 세신을 위한 장소뿐 아니라, 사람들 간의 사회적 교류를 이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해 왔음이 하맘의 내부 구조에서 알려 주는 듯했다. 즉, 하맘의 실내 구조는 사우나 및 목욕탕 공간과 탈의 및 휴식을 위한 교류의 공간으로 명확히 구분되어 있었다. 그래서, 휴게 공간에서는 좀 더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며 시간을 소일할 수 있도록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다. 만약, 교류를 주저하고 회피하는 문화였다면 이러한 따뜻한 공간을 만들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아제르바이잔인들이 어떻게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가고, 얼마나 교류를 중시하는지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공중 목욕 시설, 하맘이 아제르바이잔의 역사와 문화에서 중요한 사회적 역할을 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맘의 실내 분위기는 여느 카페나 레스토랑 못지않다. 휴게 공간에는 여러 개의 테이블과 의자를 배치해 두었다. 어떤 이들은 준비한 음식을 여러 사람과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휴식 공간이 있는 하맘에서 사람들은 편안하게 몸을 풀고, 그간 밀린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도 이 목욕탕의 휴게실에서 차(차이)를 마시고, 가져온 음식을 함께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물론, 많은 카페가 생기고 즐길 거리, 놀거리가 다양해진 현대로 접어들면서 차와 음식을 공유하며 담소를 나누던 하맘의 역할이 축소된 건도 사실이다. 또한, 현지인의 말에 의하면 아제르바이잔에도 현대식 목욕탕에서는 옛날과 달리, 애초부터 남탕과 여탕을 분리해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구시가지에서 운영되는 하맘은 여전히 바쿠 구시가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교류의 장이다. 그리고 이곳은 전통적인 목욕문화를 따르고 있다. 그 옛날 하맘의 사회적 역할이 지금도 잔잔히 이어지고 있음을 말해주는 증거다.
낯선 곳에서 이곳 하맘을 통해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의 오래전 목욕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일상에서 목욕문화는 오늘날까지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체험한 시간이었다. 공동체 모임 및 문화 교류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하고 나니까, 아제르바이잔의 공중목욕탕인 하맘(hammam)이 더 특별히 다가온다.
그 옛날 개인 욕실이 부족했던 수 세기 동안, 하맘(hammam)은 개인의 청결을 유지하는 역할과 동시에 사람들의 휴식을 위한 장소이자 사회적 교류를 나누는 공간의 기능을 함께 해온 것이다. 사회적인 모임, 대화,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로 역할을 해 온 하맘은 이제 세계 각지에서 온 관광객들의 궁금증을 유발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더불어, 아제르바이잔인들의 교류 문화를 이해하는 이색적인 공간으로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남·녀 이용 요일이 다른 아제르바이잔의 옛날식 남/여 공용목욕탕, 하맘
▶입장료 10 마나트, 세신 15 마나트, 맛사지 20 마나트
▶화/수/목/토/일요일: 5일은 Men’s day
▶월/금요일 : 이틀은 Girl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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