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4000조 갈까"…애플 꺾은MS, 주가 폭등한 3가지 이유

2024. 1.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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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소프트, 2010년 애플에 처음 내줬던 시총 1위 탈환
나델라 CEO, 취임 후 230조원 규모 M&A 주도

[케이스 스터디]


인공지능(AI)이 아이폰을 밀어냈다. 지난 1월 12일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를 앞세워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자리를 탈환했다. 2021년 11월 이후 약 2년 2개월 만이다.

시총 1위의 변화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보여준다. 모바일 시대 도래 후 애플에 밀렸던 PC 시대 최강자가 다시 기술패권을 잡은 것이다.

MS 부활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①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리더십, ②M&A로 채운 결핍, ③중국 리스크를 피할 수 있던 ‘소프트웨어’의 힘이다. 

MS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모두 잡았다. 지난해 3분기(7~9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 오른 565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순이익도 27% 급증했다.

주요 사업이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MS의 클라우드서비스인 애저를 포함한 지능형 클라우드 부문 매출은 242억6000만 달러로 2022년 3분기보다 19% 뛰었다. 특히 애저 매출은 2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윈도, 링크드인 등을 포함한 비즈니스 프로세스 사업 매출은 13% 상승했다.

지난해 불어온 생성형 AI 열풍은 MS의 성장성을 뒷받침했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는 지난해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1년 새 57배 성장한 이 회사에 MS는 수년간 17조원을 투자했다.

‘AI 퍼스트무버’로 변신한 MS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MS의 부활을 이끈 건 새로운 리더다. 2014년 MS 역사상 세 번째 CEO로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가 그 주역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 살린 ‘새로고침’ 전략

새로운 시장을 열고 선두를 달렸던 기업도 정체기를 맞는다. PC 시대를 주도했던 MS는 1990년대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었다. 혁신은 거기서 그쳤다.

나델라 취임 전 MS 주가는 1999년 말보다 40%가량 떨어졌다. 윈도 운영체제(OS) 라이선스 판매에 안주하고 모바일 시대를 대비하지 않았던 탓이다.

2010년 시총 1위를 애플에 내줬고, 2011년 MS의 시가총액은 세계 3위에서 10위까지 곤두박질쳤다. 시장에서는 빌 게이츠가 떠나자 MS가 주저앉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기업이 성장의 한계에 봉착하자 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다. 경쟁상대가 오랫동안 없던 MS에서는 2000년대 후반부터 관료주의가 혁신을 밀어냈고 사내정치가 팀워크를 대신하고 있었다.

애플과 구글이 혁신으로 성장하는 사이 MS는 ‘늙은 공룡’으로 밀려났다. 희망이 보이지 않던 MS 주가가 갑자기 뛰어오른 건 2013년 8월 19일.

IT 버블 붕괴 이후 줄곧 하락하던 MS의 주가가 하루 만에 9% 급등했다. 그날 주식시장에 들려온 MS의 호재는 단 한 가지였다. 빌 게이츠에 이어 14년 동안 MS를 이끌어 왔던 CEO 스티브 발머의 사임 소식이었다.

MS가 새 CEO로 발탁한 사람은 인도 출신 개발자인 사티아 나델라였다. MS CEO로 부임하기 전까지 나델라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1992년부터 MS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정통 ‘MS맨’이다. 

사원으로 입사해 MS의 성장과 내리막길을 지켜본 나델라는 회사의 문제를 밖이 아니라 안에서 찾았다. 나델라는 당시 상황을 회고하며 “나는 그냥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가 했던 것을 하는 3번째 남자’가 되고 싶지 않았다. 완전한 리셋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구조와 기업문화를 동시에 새로고침했다. 창업 이후 MS의 근간이 된 비전은 ‘모든 가정과 사무실 책상에 개인용 컴퓨터를’이다. 매력적인 소프트웨어로 모든 고객이 컴퓨터를 사게 만들겠다는 빌 게이츠의 의지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MS 오피스는 컴퓨터 사용자에게 여전히 대체하기 힘든 서비스다.

그러나 PC혁명을 만든 비전은 모바일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했다. 나델라는 MS를 수술대에 올렸다. ‘소프트웨어 강자’라는 MS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을 내세웠다.

그는 앞으로는 모든 것이 클라우드에 연결돼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음을 알았다. 나델라는 MS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4개의 단어로 규정했다.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다.

나델라는 ‘모바일 퍼스트’를 위해 오피스 사업부에 변화를 주문했다. ‘MS 오피스 20XX’라는 이름으로 나오던 설치형 소프트웨어를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구독형으로 바꾸라는 것이었다. 그 결과 탄생한 것이 클라우드 기반 ‘오피스 365’다.

또한 ‘클라우드 퍼스트’를 위해 기존 서버 사업부인 STB 부서를 클라우드 사업 부서로 통합했다.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매년 150억 달러를 투자해 140개 국가에 200여 개 데이터센터, 60개 이상의 리전(백업센터) 등 거대한 애저의 글로벌 인프라를 만들었다.

MS 클라우드 사업부의 전신인 서버 사업부는 2013년 분기별 40억 달러대의 매출을 냈다. 10년 뒤인 2023년 3분기 클라우드 서비스의 매출은 242억 달러로 5배 성장했다.

나델라의 등판 이후 MS는 다시 시장의 승기를 잡았다. 2018년 애플을 제치고 16년 만에 세계 시총 1위 기업으로 올라섰고 2019년 4월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했다. 현재는 애플을 꺾고 시총 3조 달러를 바라보고 있다. 


'230조원' 규모 M&A로 채운 결핍 

나델라의 또 다른 전략은 M&A였다. 나델라가 CEO 취임 이후 지금까지 주도한 M&A 규모만 1700억 달러(230조원)에 이른다. 

2016년 260억 달러에 링크드인을 인수했고, 2021년에는 AI와 음성인식기술 업체인 뉘앙스커뮤니케이션스를 160억 달러에 사들였다. 특히 2020년에는 제니맥스(75억 달러), 2014년 취임 직후에는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AB(25억 달러)를 인수하는 등 게임 부문에 집중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92조원짜리 ‘빅딜’이었던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마무리했다. 게임 IP와 플랫폼을 확보하고 클라우드 게임 사업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나델라는 2018년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를 인수하면서 MS의 폐쇄적인 개발자 환경을 개방적으로 바꿨다. 이후 MS는 윈도의 개발 소스도 공개했다. 외부의 개발자 역량이 더해져 아마존에 늘 뒤지던 클라우드 역량도 개선됐다. 

‘신의 한 수’는 AI였다. MS는 오픈AI 투자에 17조원을 쏟아부었다. 오픈AI 투자로 MS는 단숨에 AI 부문에서 구글을 제치고 시장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지난해 2월에는 자사의 검색엔진 빙에 챗GPT를 탑재한 새로운 빙을 내놓았다.

올해는 생성형 AI를 입은 ‘코파일럿’으로 유료 구독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생성형 AI로 본격적인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코파일럿은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팀즈 등 MS의 사무용 소프트웨어에 생성 AI를 접목한 서비스다.

AI가 자동으로 PPT를 만들어주거나 어려운 엑셀 함수를 척척 해내기도 한다. MS는 작년 11월 대기업을 대상으로 1인당 월 30달러에 코파일럿을 출시했고 올해는 중소기업과 개인 사용자에게 월 20달러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재러드 스파타로 MS 엔터프라이즈 부사장은 “이제 거의 모든 기업고객이 코파일럿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경쟁 대신 공생, 성과 대신 성장 

나델라의 혁신은 숫자에만 그치지 않았다. 가장 큰 변화는 조직문화에 있었다. 나델라 취임 전 MS의 조직문화는 그야말로 살벌했다.

2012년 당시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오라클 및 MS의 조직문화를 표현한 그림에서 MS 직원들은 서로 총을 겨누고 있다. 전쟁 같은 성과 경쟁과 그로 인한 살벌한 조직문화를 풍자한 것이다.

나델라는 CEO를 ‘조직문화 큐레이터’라고 여긴다. 그는 부서 이기주의를 조장하고 기업문화를 망가트리는 성과 관리 시스템인 ‘스택 랭킹(stack ranking)’을 없애고 ‘원 MS(One Microsoft)’를 추구했다.

‘원 MS’의 핵심은 이 질문으로 요약된다. ‘당신은 다른 사람의 성공에 기여한 적이 있는가?’ 평가 방식이 바뀌자 경쟁과 성과 중심의 사내 문화도 협업을 통한 성장으로 달라졌다. 이는 MS의 혁신과 성장의 주요 동력이 되었다.

동료뿐 아니라 경쟁사를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MS는 과거에 법정 싸움을 불사하며 경쟁사를 짓밟는 기업이었다. 법적 문제를 ‘데스 매치’로 여기던 전 법률고문 윌리엄 누컴은 적과 파트너를 괴롭히고 타협하지 않았다. 전 CEO들도 공격적이었다.

MS는 미국 정부와의 반독점 소송을 합의로 마무리지었지만 오랜 법정 공방 속에서 MS는 독과점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MS는 적이 아닌 파트너의 필요성을 느꼈다.

나델라는 기존의 윈도와 오피스가 가진 폐쇄성을 깨고 윈도가 아닌 다른 OS에서도 MS의 서비스를 쓸 수 있도록 확장했다. MS가 가장 경계하던 리눅스 OS도 추가했다.

나델라가 이룬 파트너십 성과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구글과 벌이던 특허 소송을 종결했고, 삼성과도 특허 분쟁을 끝내고 파트너십을 맺어 삼성 폰에 MS 애플리케이션을 탑재했다. 어도비와 문서 표준을 두고 벌이던 싸움도 멈추고 파트너십을 맺었다.

MS의 지난 10년간 주가 차트는 경이롭다. 2014년 1월 36달러였던 주가는 390달러를 바라본다. 10년간 10배 넘게 오른 셈이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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