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선 미용기기로 대박난 에이피알, 시총 1.5조 목표[전예진의 마켓 인사이트]

2024. 1. 21.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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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중퇴하고 스물여섯에 창업, 10년 만에 매출 4000억원 회사로 키워
=뷰티와 패션 이종산업 접목해 성공, 김병훈 대표 구주매출 리스크도
에이피알의 뷰티 디바이스 '부스터 프로' / 에이피알


대기업에서 잘나가던 아버지가 한순간 실직자가 됐다. 평생 몸 바친 직장에서 배신당했다는 생각에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아들은 결심했다. “내가 직접 회사를 만들자.” 뷰티테크기업 에이피알을 만든 김병훈 대표이사의 창업 이유다. 그가 스물여섯에 설립한 이 회사는 첫해 매출 2억원에서 10년 만에 4000억원의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다음 달엔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시가총액 1조5000억원이 목표다.

◆고정관념 없는 사업 아이템 선정

이 회사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지금은 피부미용기기 비중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지만 처음엔 화장품 회사였다. 2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자연주의 화장품 에이프릴스킨이 시작이다. 에이프릴스킨은 출시 때부터 천연 재료 화장품 열풍을 타고 젊은층에게 입소문이 났다. 모바일 쇼핑이 늘면서 인디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때다. 기존 온라인 마케팅 브랜드들은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데는 성공하지만 낮은 품질로 인해 재구매율이 떨어졌다. 김 대표는 마케팅에 집중하는 동시에 품질을 높여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다른 온라인 브랜드와 달리 자사몰 중심의 판매도 강화했다. 김 대표는 자사몰을 통해 축적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소비자 반응을 기반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략이다. 그 결과 브랜드별 스테디셀러가 생겨나면서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

화장품에서 성공한 이후엔 패션, 건강기능식품,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다. ‘문어발’식 확장처럼 보이지만 각 분야에서 성공한 브랜드도 적지 않다. 뷰티디바이스 이지알,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메디큐브, 패션브랜드 널디가 대표적이다. 아직은 인지도가 낮지만 향수 브랜드 포맨트, 건강기능식품 글램디바이오 등의 브랜드도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처럼 다양한 브랜드를 출시하면서도 높은 성공률을 보인 경우가 드물다고 말한다. 특히 뷰티와 패션 사업을 같이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결이 같은 것처럼 보이지만 완전히 다른 사업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한 가지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회사 관계자는 “화장품 회사가 패션 사업으로 성공한 적이 없다는 얘기를 수없이 들었지만 새로운 아이템을 선정할 때 기존 방식대로 하지 않는 편”이라며 “고정관념이 없고 창의적인 김 대표의 성향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홈뷰티 성장세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

에이피알은 2014년 설립 첫해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듬해 매출은 125억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메디큐브와 널디를 순차적으로 출시한 후 2018년엔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가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진입한 것은 2021년 홈 뷰티 디바이스 에이지알을 내놓으면서다. 에이지알은 김희선 미용기기로 유명해지면서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외 누적 판매량 150만 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에이지알의 매출은 1420억원, 전년 동기 대비 66.4% 성장했다. 피부과 시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과 간편한 사용법, 비침습적인 시술 인지도 상승 등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홈 뷰티 디바이스의 수요가 증가한 것도 매출을 견인했다. 고객층도 과거 20대가 주 고객이었으나 최근엔 60대까지 확대됐다.

에이지알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실적은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3977억원, 영업이익은 3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3.46%, 174.84% 증가했다. 사상 최대 실적이었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3분기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작년 1~3분기 매출은 3718억원, 영업이익은 698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7.9%, 277.6% 증가했다. 4분기 실적까지 포함하면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에이지알은 해외에서도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2019년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 진출한 후 2년 만에 해외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22년 해외 매출은 1437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6.1%를 차지했다.

에이피알은 사업 초기 피부미용기기를 ODM(제조업자개발생산) 방식으로 제조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직접 생산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1월 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관련 기술개발과 특허 출원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7월엔 자체 생산공장을 준공했다. 기획부터 연구, 생산, 유통으로 이어지는 뷰티 디바이스 사업의 가치사슬을 완성하는 게 목표다. 회사 관계자는 “사업의 전 과정 주도를 통해 제품 개발 노하우를 쌓고 생산 단가를 낮춰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에이피알


◆지난해 유니콘 등극…증시 입성 도전

에이피알은 지난해 3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통해 생산법인 구축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7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80억원을 조달했다. 같은 해 6월 CJ온스타일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통해 유니콘 기업이 됐다.

올해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기업가치 1조5000억원에 도전한다. 이번 상장에서 37만9000주를 공모한다. 이 중 신주 모집이 30만9000주(81.53%)다. 나머지 7만 주는 구주매출이다. 구주매출은 대주주나 일반 주주 등의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상장 때 팔아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김 대표가 보유한 지분을 팔아 100억여 원을 확보할 예정이다.

희망 공모가는 14만7000~20만원이다. 공모 규모는 557억원에서 758억원 사이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1149억~1조5169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회사는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통해 최종 공모가를 확정한 후 다음 달 14~15일 일반 청약에 나선다. 대표 주관사는 신한투자증권, 공동주관사는 하나증권이다.

시장에선 에이피알의 시가총액이 큰 데다 주당 공모가가 비싸다는 점이 흥행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장 후 유통물량이 많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상장예정주식 수 758만4378주 중 약 36.85% 해당하는 279만4511주가 상장 직후 시장에 풀린다. 상장 후 1개월 뒤엔 유통물량이 48%, 2개월 뒤엔 60%, 1년 후엔 67%로 늘어난다.

회사 측은 공모자금 중 약 439억원을 평택2공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약 1만1000㎡ 규모의 평택공장에서는 뷰티 디바이스인 ‘에이지알 부스터 프로’를 생산한다. 업계 관계자는 “2030년까지 뷰티 디바이스 시장이 연평균 21.2% 성장해 2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성장잠재력은 크다”며 “다만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제품이 경쟁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지 관건”이라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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