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70억 역대급 클로저' SD와 진짜 결별…이제 전쟁이다, 고우석의 시간 시작된다

김민경 기자 2024. 1. 2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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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팬들에게 유쾌한 첫인상을 남긴 고우석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SNS
▲ 조시 헤이더.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무리투수였던 조시 헤이더(30)가 파격적인 대우를 받고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샌디에이고와 결별은 일찍이 예상했지만, 막상 휴스턴이 안긴 금액을 보니 전력 손실이 뼈아프다.

미국 스포츠매체 '디애슬레틱'과 'ESPN'을 비롯한 미국 언론은 20일(한국시간) '헤이더가 휴스턴과 5년 9500만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디애슬레틱에 따르면 헤이더의 계약에는 트레이드 불가 조항이 포함돼 있고, 지급 유예 조항도 없다. 2024년부터 2028년까지 해마다 1900만 달러(약 254억원)가 지급될 예정이다.

디애슬레틱은 '지급 유예 조항이 없다는 것을 고려할 때 마무리투수로서는 기록적인 금액이다. 계약에는 옵트아웃이나 구단 옵션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역대 메이저리그 불펜 투수 최고 대우다. 지난해 에드윈 디아스가 뉴욕 메츠와 5년 총액 1억200만 달러(약 1364억원)로 더 큰 계약을 하긴 했지만, 이중 2650만 달러가 지급 유예된다. 그래서 디아스의 계약 규모는 9320만 달러 가치로 평가되고 있다. 헤이더가 사실상 역대 최고 대우를 받았다고 소개된 배경이다.

MLB.com은 '헤이더는 엘리트급 구종을 보유하고 있다. 그의 싱커는 지난해 평균 구속 96.1마일(약 154.7㎞)을 기록했다. 규정을 충족한 좌완 가운데 공동 6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헤이더는 또 다른 무기로 슬라이더를 던지는데 지난해 피안타율 0.100, 피출루율 0.151, 피장타율 0.120을 기록했을 정도로 강력했다. 그는 효과적인 체인지업도 던지지만, 지난해 구사율은 3.4%에 불과했다. 그리고 좌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거의 던지지 않는다'고 분석하며 헤이더가 특급 대우를 받은 이유를 밝혔다.

디애슬레틱은 '헤이더는 우리가 예상한 4년 8000만 달러(약 1070억원)를 뛰어넘는 금액에 계약했다. 휴스턴이 계약을 공식 발표하면 헤이더는 마무리투수 라이언 프레슬리, 셋업맨 브라이언 아브레유가 버티고 있는 메이저리그 최강 불펜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헤이더는 그만큼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주가가 높은 불펜투수였다. 지난해 61경기, 2승3패, 33세이브, 56⅓이닝, 평균자책점 1.28로 맹활약했다. 헤이더는 2017년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으로 빅리그에 데뷔해 꾸준히 마무리투수로 커리어를 쌓아왔다. 메이저리그 통산 165세이브를 기록했다. 헤이더는 2019년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153세이브를 챙긴 투수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2위는 켄리 잰슨(보스턴, 152세이브), 3위는 레이셀 이글레시아스(애틀랜타, 126세이브)다.

샌디에이고가 헤이더를 놓친 이유는 하나다. 페이롤(선수단 연봉 총액) 감축이다. 샌디에이고는 헤이더는 물론이고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좌완 에이스 블레이크 스넬과도 연장 계약을 진행하지 않고 FA 시장에 나가는 것을 지켜만 봤다. 리그 최정상급 외야수 후안 소토는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했고, 올 시즌 뒤 FA 자격을 갖추는 김하성도 유력한 트레이드 후보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샌디에이고는 그동안 돈을 아끼지 않고 선수들을 수집했으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에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가성비가 떨어지니 결국 긁어모았던 선수들을 정리하고 있는 것이다.

헤이더와 결별이 확정되면서 샌디에이고는 올겨울 불펜 강화에 신경을 썼다. 한국과 일본 대표 마무리투수인 고우석(26)과 마쓰이 유키(29)를 영입했다. 고우석과는 4년 450만 달러(약 60억원), 마쓰이와는 5년 2800만 달러(약 374억원)에 계약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4600만 달러(약 615억원)에 계약한 로베르토 수아레스(33)도 마무리투수 유력 후보다. 세 선수가 헤이더의 빈자리를 대신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칠 예정이다.

▲ 조쉬 헤이더
▲ 조쉬 헤이더

디애슬레틱은 고우석의 몸값이 말해주듯 당장 마무리투수를 꿰찰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어도 필승조로는 충분히 기용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매체는 '고우석은 KBO 최고 마무리투수였고, 샌디에이고에서도 경기 후반 이닝에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고우석도, 그보다 조금 더 알려진 마쓰이도 지금은 세이브 기회에 등판할 수 있다고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구단은 스프링캠프 기간 각자 보직을 명확히 해주겠지만, 수아레스가 지금은 대부분의 마무리투수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우석은 최근 5시즌 동안 LG 트윈스의 마무리투수를 맡았고, 139세이브와 함께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했다. 땅볼 유도형 투수로 알려져 있고 KBO 강속구 투수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고우석은 시속 90마일 중반대 공을 던지고, 최고 시속은 98마일까지 나온다. 여기에 커브와 커터를 섞어 던진다'고 설명하며 기대감을 보였다.

메이저리그 대표 통계사이트 '팬그래프스'는 올 시즌 고우석의 성적을 긍정적으로 예측했다. 팬그래프스는 고우석이 올해 62경기에 등판해 62이닝을 투구하면서 3승3패, 11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탈삼진은 72개로 9이닝당 탈삼진 10.4개를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샌디에이고에서 60경기 이상 등판한 불펜투수는 닉 마르티네스(63경기, 선발 9경기)와 헤이더(61경기) 루이스 가르시아(61경기)까지 3명이었다. 50경기를 넘긴 선수는 톰 코스그로브(54경기) 스티븐 윌슨(52경기)을 더해 모두 5명. 고우석이 예상대로 60경기 이상 등판한다면 샌디에이고 불펜에서 쓸만한 선수로 인정했다는 뜻이 된다.

샌디에이고 지역지 '샌디에이고 유니온-트리뷴'은 고우석이 마무리투수 경쟁에 뛰어들 경쟁력이 있다고 봤다. 매체는 '고우석의 패스트볼 구속은 94~96마일(151~154㎞)에 달하며 최고 구속은 98마일(158㎞)까지 올라갈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의 82마일(131㎞) 수준 커브와 90~92마일(144~148㎞) 수준에서 형성되는 컷패스트볼이 무기가 될 것이라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마쓰이와 수아레스를 넘어서는 게 먼저다. 그래야 헤이더의 타이틀을 대신할 수 있다. 마쓰이는 일본에서 통산 236세이브를 달성하면서 3차례나 세이브왕을 차지한 경력을 자랑한다. 수아레스는 빅리그 통산 세이브는 1개뿐이지만, 2022년 45경기, 47⅔이닝, 평균자책점 2.27을 기록한 좋은 기억이 있다.

▲ 고우석 ⓒ곽혜미 기자
▲마쓰이 유키
▲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로베르토 수아레스.

샌디에이고 AJ 프렐러 단장과 마이크 실트 감독은 '마무리투수가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도 모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냉정히 3명 중에 헤이더처럼 보직을 확정해 줄 선수는 없다는 뜻이다. 고우석과 마쓰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각국 세이브왕을 차지했던 저력을 이어 갈 수 있을지 확인하는 작업이 남았고, 수아레스는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 상황에 등판한 경험이 부족하다.

프렐러 단장은 "우리는 아직 어떤 보직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우리는 가능한 많은 재능과 다양한 형태를 가진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다. 스프링트레이닝에 들어가면 이들이 어떻게 적응하고 어떻게 공을 던지는지 볼 것이며, 그때 팀에 어떤 도움이 될지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고우석은 개인적으로 인센티브를 야무지게 다 챙기려면 마무리 보직을 꿰차야 한다. 고우석의 인센티브 조항을 살펴보면 2024년 70경기에 나가면 10만 달러를 받는다. 2025년과 2026년은 경기 수에 따라 인센티브가 다르다. 40경기, 45경기, 50경기, 55경기를 등판할 때마다 각각 10만 달러다. 55경기에 나가면 연간 40만 달러를 수령한다. 경기를 끝낸(마무리 상황 등판) 경기의 수에 따른 인센티브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포함되어 있다. 15경기, 25경기, 35경기, 45경기를 끝낼 때마다 각각 12만5000달러씩이 다음 해 연봉에 추가되는 구조다. 고우석의 인센티브를 모두 따지면 3년 총액 940만 달러(약 125억 원)가 된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생존이 먼저겠지만, 클로저로 반드시 올라서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고우석은 누구보다 이런 상황을 잘 알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는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해 "샌디에이고 구단에서 야구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다. 적응을 도와주시겠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사실 아직 첫 등판을 하지 않아서 메이저리그에 대해 크게 와닿는 점은 없다. 경쟁을 해야하는 위치니까 잘 이겨내서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들어간다면 그때 실감이 날 것 같다"고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다.

이어 "2월 중순쯤 첫 경기에 들어가거나 할 것 같다. 그때까지 몸을 잘 만드는 것이 첫 번째 같다. 연습경기 하고 타자와 승부하면서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로스터에 들어가야 메이저리거라고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고우석은 샌디에이고의 마무리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 고우석의 성공은 훗날 KBO리그 불펜 투수들의 진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곽혜미 기자

고우석은 원소속팀 LG 트윈스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성공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 LG는 고우석이 조금은 긴급하게 포스팅 요청을 했는데도 선수의 꿈을 응원하며 받아줬다.당장 LG는 고우석이라는 마무리투수를 잃게 됐지만,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끈 불펜에서 후임자를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갖고 있다.

고우석은 "사실 포스팅을 준비한 시간이, 작년 시즌 전부터였다. 그런데 성적이 좋지 않았다. 팀이 우승하지 못했다면 신청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아닐 거로 생각했다. 팀이 모두 잘해서 우승했고 나는 발만 담궜다. 그런 기쁜 순간 뒤에 포스팅을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내가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해서 신청한 것이 가장 컸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마지막까지 기다렸는데 별다른 소식이 없어서, 언론에서는 얘기가 나왔지만 적극적인 오퍼가 있지는 않아서 기대하지 않았다. 막판에 오퍼가 오면서 고민을 했다. 사실 FA를 1년 앞두고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왜 그렇게 했는지 묻는 분들이 많았다. LG를 떠나기는 하지만 LG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 때문에 포스팅을 신청하게 됐다. LG라는 구단, 그룹에 내가 남긴 것들은 굉장히 작다. 나 개인의 꿈인데도 믿어주고 지지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고우석은 이제 자신의 꿈과 LG의 믿음에 부응하기 위해 경쟁에서 뛰어들어 보려 한다. 고우석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시범경기부터 두각을 나타내며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진입과 함께 필승조, 나아가 마무리투수 임무까지 꿰찰 수 있을까.

▲ 2024년 메이저리거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고우석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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