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에서 초지진·전등사·마니산... 관광버스 부럽지 않은 노선버스 [박준규의 기차여행, 버스여행]

2024. 1. 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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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5번 인천좌석버스로 강화도 당일치기 여행
강화 마니산 참성단. 김포공항에서 60-5번 인천좌석버스를 타고 마니산 입구 정류소에 내리면 겨울 설산을 만끽하며 참성단과 정상(472.1m)까지 오를 수 있다. ⓒ박준규

강화도는 볼거리가 풍성한 보물섬이다. 서울에서 가깝지만 섬이 넓어 대중교통으로 여행하는 것은 쉽지 않다. 목·금·토·일요일 운행하는 강화시티투어버스가 있지만 아쉽게도 1, 2월은 쉰다. 강화도의 여러 관광 명소를 경유하는 버스노선을 검색했더니 다행히 방법이 있었다.


김포공항 출발 60-5번 인천좌석버스

강화는 행정구역상 인천광역시에 속하지만, 김포나 인천보다 서울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신촌에서 김포 3000번 광역버스(3,000원)을 타면 강화대교를 건너 강화터미널까지 바로 간다. 그러나 이 버스로 갈 수 있는 관광지는 없다.

대안은 60-5번 인천좌석버스. 수도권전철 서해선, 서울지하철 5·9호선, 공항철도, 김포도시철도가 만나는 김포공항에서 출발해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터미널까지 가는 버스다. 요금은 광역버스의 반값인데 초지대교, 강화루지, 전등사, 마니산을 경유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강화도를 여행하려는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 노선은 오전 6시 50분부터 오후 10시 40분까지 40분~1시간 간격으로 평일 17회, 토·일·공휴일 14회 운행한다. 교통카드 기준 기본료 1,550원에 거리에 따라 요금이 추가되는데, 관광지마다 내리고 타기를 반복해도 1만1,000원 정도면 된다. 강화시티투어버스(1만5,000원)보다 싸다.

김포공항 국내선 10번 홈에서 출발하는 60-5번 인천좌석버스는 강화도의 여러 관광지를 거쳐 간다. ⓒ박준규

아픈 역사의 흔적 남아 있는 초지진

초지대교 정류장에 내려 10분 여 걸어가면 초지진에 닿는다. 조선 효종 7년(1656) 병자호란 이후 서해안으로 침입하는 적을 막고자 안산에 있던 수군기지를 옮겨 설치한 요새다. 고종 8년(1871) 신미양요 때 미국 로저스가 지휘하는 아세아 함대가 상륙전을 감행해 점령당하며 파괴됐고, 4년 후인 1875년에는 강화해협을 불법 침입한 일본 군함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이다. 운요호사건이라 불리는 이 전투로 말미암아 이듬해 조일수호조규(강화도조약)가 체결되고 조선은 실질적으로 주권 상실의 길로 접어든다. 초지진에는 실제 사용했던 홍이포를 전시해 놓았고, 진지 옆 소나무와 성벽에는 포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외세의 침략에 저항한 격전지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구한말 미국과 일본 군함의 상륙을 막아낸 초지진. 버스 정류소에서 걸어 10분 거리에 있다. ⓒ박준규
초지진에 조선 영조 때부터 사용했던 홍이포를 전시해 놓았다.화약과 포탄을 장전한 다음 뒤쪽 구멍에 점화해 사격하는 포구장전식화포로 사정거리는 700m이다. ⓒ박준규
초지진 소나무에 신미양요와 운요호사건 당시의 포탄 흔적이 남아 있다. ⓒ박준규

짜릿한 질주 특별한 즐거움, 강화루지

다음 목적지는 강화루지. 버스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강화루지 주차장이다. 관광곤돌라를 타고 우주선을 연상케 하는 회전전망대에 올라 커피 한 잔으로 여유로움을 즐긴 뒤 무동력 바퀴 썰매 루지에 탑승한다.

직원에게 작동 방법을 배우고 안전교육을 받으면 손쉽게 방향을 조정하고 제동할 수 있다. 코스는 밸리코스와 오션코스 2가지. 각 1.8km의 트랙은 경사가 완만해 보이지만, 360도 회전코스와 구간마다 ‘익사이팅존’이 있어 짜릿함이 상상 이상이다. 유쾌, 상쾌, 통쾌한 기분에 세 번 정도는 타게 된다. 요금은 1회 1만9,000원, 2회 3만1,000원, 3회 3만8,000원, 5회 5만 원이다.

길상산 자락의 강화루지. 출발지점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간다. ⓒ박준규
강화루지는 1.8km 두 개 코스를 운영한다. 급회전 구간에선 짜릿함이 배가된다. ⓒ박준규

자비의 전설 전해지는 전등사

전등사 역시 버스정류소에서 가깝다. 돌을 정성스레 쌓아올린 삼랑성을 지나면 고즈넉한 분위기의 사찰이 등장한다. 1866년 병인양요 때 승려들이 정족산사고에 보관 중인 조선왕조실록과 서책을 토굴로 옮겨 지켜냈던 호국사찰이다.

조선 중기의 건축양식인 대웅보전 처마 네 군데에 지붕을 떠받친 벌거벗은 여인상(나부상)이 있는데, 자비를 베푼 도편수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불사에 참여한 도편수가 마을의 주모와 사랑에 빠졌다. 공사를 마치고 혼인할 생각으로 모아둔 돈을 모두 맡겼는데, 여인은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도편수는 욕심에 눈이 멀어 사랑을 배신한 여인을 찾아 나서는 대신 대웅보전 네 귀퉁이에 그 형상을 새겼다. 부처님의 말씀을 들으며 잘못을 참회하고 올바르게 살아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삼랑성 석문을 지나면 고즈넉한 전등사가 나타난다. ⓒ박준규
강화의 호국 역사와 함께한 전등사 전경. ⓒ박준규
전등사 대웅보전 귀퉁이의 여인상. 자비를 베푼 도편수의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다. ⓒ박준규

단군왕검의 얼이 서린 영산, 마니산

강화도에서 가장 높은 마니산은 컨디션을 감안해 걷기를 권한다. 마니산입구 정류장에 내리면 바로 등산로 초입이다. 한겨레얼체험관을 둘러보고 마니산 체험의숲에서 산림욕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한민족의 얼이 서린 영산이니 등산 욕심이 생긴다. 겨울철 등산로에는 기본적으로 눈이 깔려 있다. 설산을 만끽하려면 스틱과 아이젠을 미리 챙겨야 한다.

마니산 정상부 참성단에 소사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박준규
마니산 정상 부근 나뭇가지마다 하얗게 눈꽃이 피어 있다. ⓒ박준규

정상까지 가는 탐방로는 2개 코스. 계단로는 왕복 4.8km로 짧지만 1004계단을 오르는 게 쉽지 않다. 단군로 코스는 왕복 7.2km로 제법 길지만 걷기에는 무난하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걸으면 정상 부근 참성단에 도달한다. 옛 문헌에 단군왕검이 천제를 올렸다는 곳으로, 예전부터 전국에서 기(氣)가 가장 센 곳으로 여겨지는 곳이기도 하다. 참성단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개천절에 제례를 올리고 전국체육대회 때마다 칠선녀가 성화를 채화하는 성스러운 장소다. 마니산 입장료는 2,000원.


여행의 마무리는 강화풍물시장

60-5번 인천좌석버스 박형규 기사가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에 도착해 다음 운행을 준비하고 있다. ⓒ박준규
시끌벅적하게 좌판이 펼쳐진 강화풍물시장. ⓒ박준규
강화풍물시장 2층에는 강화 특산품 화문석을 파는 가게가 많다. ⓒ박준규
강화풍물시장의 바지락손칼국수.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다. ⓒ박준규

버스 종점인 강화여객자동차터미널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레트로 여행지다. 장날(2·7일)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강화풍물시장이 근처에 있다. 강화쌀, 사자발약쑥, 젓갈, 채소, 과일, 건어물 등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시장이다. 2층에는 왕골로 만든 강화도 특산품 화문석이 즐비하고, 식당가에서는 밴댕이, 장어, 국수 등 강화도의 다채로운 맛을 즐길 수 있다. 강화도 여행을 마무리하기 딱 좋은 곳이다.

박준규 대중교통여행 전문가 blog.naver.com/saka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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