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이냐, 생존권이냐'…제천 숯가마 갈등 형사사건 비화

권정상 2024. 1. 20.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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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시 백운면의 산골에 자리 잡은 숯가마를 놓고 운영자와 마을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마을 인근의 숯가마가 내뿜는 연기와 가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주민과 합법적인 영업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숯가마 주인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형사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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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연기 피해 호소하며 트랙터 동원 집단행동…숯가마 "영업권 침해" 경찰 신고
숯가마 입구 가로막은 트랙터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제천=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 충북 제천시 백운면의 산골에 자리 잡은 숯가마를 놓고 운영자와 마을 주민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마을 인근의 숯가마가 내뿜는 연기와 가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는 주민과 합법적인 영업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는 숯가마 주인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형사사건으로까지 비화했다.

20일 제천경찰서에 따르면 백운면 모정2리 주민 일부를 대상으로 업무방해 및 일반교통방해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주민들이 최근 트랙터 4대를 동원, 숯가마 입구를 막는 바람에 나흘 넘게 차량 출입이 불가능해지자 숯가마 측이 경찰 출동을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숯가마는 3년 전까지만 해도 별문제 없이 운영됐다. 그러나 25년 전 숯가마를 처음 만들 당시 단 1가구에 불과했던 이 산골에 마을이 형성되고, 수려한 산세에 반한 귀농·귀촌인의 전입이 늘면서 건강권과 환경권을 주장하는 주민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주민들은 마을 입구 고지대에 자리 잡은 숯가마에서 배출되는 연기와 일산화탄소로 인해 70여 가구가 거의 매일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한다.

이 마을 이장 홍모 씨는 "숯가마와 제일 가까운 집은 불과 50여m, 마을회관까지는 200여m 떨어져 있다"며 "비가 오거나 날씨가 흐릴 때는 연기와 가스가 마을에 낮게 깔리면서 호흡 곤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숯가마 독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민들은 그간 개별적으로 시청에 민원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다 새해 들어 마을 회의를 통해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백운면 이장 23명의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원주지방환경청에 제출하고, 제천시에도 개입을 요청했으나 어느 곳에서도 뾰족한 답을 듣지 못했다.

이 숯가마의 가마 용적이 80㎥ 이하로, 대기환경보전법의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기 때문이다.

숯가마 측은 마을 주민의 집단행동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연기로 인한 주민 불편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지만 마을 형성 이전부터 영위해온 합법적인 영업 행위를 가로막고 나선 것은 생존권과 직결된 것이어서 묵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숯가마를 운영하는 최모 씨는 "숯가마를 그만두면 나뿐만 아니라 직원 3명도 일자리를 잃는다"면서 "주민들에게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숯가마를 운영하고 싶지는 않지만, 가마터가 팔리지 않는 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매주 1차례씩 숯가마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기로 하고 경찰에 집회신고까지 한 상태여서 양측간 갈등이 한층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ju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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