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 자사고·외고·국제고···폐지부터 부활까지[이번 주 뉴스 마침표]

김나연 기자 2024. 1. 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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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뉴스 마침표’는 지난 한 주 동안 나온 뉴스 중 돌아볼 만한 이슈를 되짚어 보는 시리즈입니다. 기자가 점 찍은 뉴스를 읽으며 한 주의 마침표를 찍어보세요!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남겨두기로 확정 지었습니다.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이들 학교의 설립 근거를 유지하도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의결됐거든요. 이들 학교는 폐지 결정이 난 지 4년 만에 ‘부활’하게 됐는데요,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어떤 과정을 겪다가 최종적으로 생존하게 됐는지 살펴보겠습니다.

?: ‘귀족학교’ 꼬리표 달린 자사고·외고·국제고, 사라진다는 거 아녔어?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그리고 일반고. 이렇게 다양한 학교들이 본격적으로 생겨난 건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시행하면서예요. 자사고 100개, 기숙형 공립고 150개, 마이스터고 50개 등 300개의 다양한 고등학교를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였습니다. 학생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폭넓게 주고, 외국어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를 양성하는 게 목적이었죠. 2010년 이후 전국에서 총 54개 학교가 자사고로 지정됐습니다. 기존에 운영되던 외고, 국제고와 함께 자사고에는 학생 선발권이 주어졌습니다. 우수한 학생들을 모아두고 자율적인 교육과정을 제공할 수 있었어요.

문제는 이들 학교가 결국 입시를 위한 기관이 돼 버린 점이었습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우수 학생을 먼저 뽑아갈 수 있으니 대입 준비에도 유리할 수밖에 없죠. 이른바 상위권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자사고 준비반’ 등에서 조기교육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은 입학 후에도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 별도의 사교육을 받고요. 자사고 중에는 학비가 1년에 최대 3000만원에 달하는 곳도 있어요. 이들 학교는 고교 체제에 서열을 만들고 ‘귀족학교’로서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습니다. 위 같은 서열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2025년 정부가 모든 고등학교에 ‘고교학점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일반고 체제에서도 다양한 교육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기도 했고요. 문 정부는 먼저 2017년에 이들 학교의 학생 우선선발권을 폐지했습니다. 2020년에는 이들 학교를 ‘2025년 3월부터 일반고로 일괄 전환’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고쳤습니다.

!: 이번 정부는 ‘자사고·외고·국제고 생존’으로 땅땅!
정부·여당이 사교육 과열을 지적하며 수능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국제고를 존치하기로 한 가운데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자사고, 외고, 국제고 입시 설명회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조태형 기자

문재인 정부의 자사고·외고·국제고 폐지 결정은 4년 만에 뒤집혔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들 학교를 존치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 보장’. 이들 학교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사교육 과열을 막기 위해서 ‘일반고와 같은 시기에 입학전형을 치르는 후기 학생선발 방식’을 채택하기로 했습니다. 2단계 전형에서 교과 지식을 물어서는 안 되고요.

정부는 이외에 뚜렷한 사교육 억제책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더군다나 2028학년도부터 내신이 5등급제로 바뀌는 등 대입제도가 달라지면서 이들 학교가 입시에 더 유리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살아남게 되면서 교육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논평에서 “대학 입시에만 종속되는 고교 서열화는 결국 일반고 황폐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 말하지만, 실상 그 선택권을 누리는 것은 고액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생과 학부모에 불과하다”라고 했습니다.

‘사교육 카르텔’을 막겠다며 수능에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고 사교육업체의 수사를 의뢰하는 등 사교육 시장에 적대적인 정부 기조와 대치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자사고의 학생 1인당 학부모부담금만 비교하더라도 최소 10배, 많게는 20배 이상 벌어진다”며 “자사고 존치에 관한 시행령은 또한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목표와도 정면으로 위배되는 정책”이라고 했습니다.

마침표.

결국 살아남게 된 자사고·외고·국제고. 앞으로 교육계에는 어떤 바람이 불까요? 이들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적 실험이 가능할까요, 아니면 일부 학생만 누릴 수 있는 제한된 교육에 불과할까요? 나아가 교육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세 가지 물음표를 던지며 ‘이번 주 뉴스 마침표’를 마칩니다.


☞ 자사고·외고·국제고 살아남는다···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01161528001


☞ ‘최대 학비 1년 3000만원’···자사고 학부모, 일반고보다 19배 더 낸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11191353001


☞ 월 150만원 이상 ‘고액 사교육’, 영재학교·자사고 등이 일반고 3~6배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01151515001


☞ [인터뷰]“자사고 왜 지금 줄여야 하나? 10년 고착된 고교서열화 부술 타이밍”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1907171757001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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