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제국' 이시강 "중압감 많았던 교체 투입이지만 돌아보니 값진 공부"[TEN인터뷰]

이하늘 2024. 1. 2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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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드라마 '우아한 제국' 배우 이시강 인터뷰

[텐아시아=이하늘 기자]

배우 이시강. /사진 제공=에이코닉



기존에 연기 해오던 배우 대신 교체 투입되어 연기를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부담스러운 일'이다. "잘해야 본전"일뿐더러, 이미 시청자들에게 익숙해진 이미지를 자신만의 색깔로 표현하기란 더더욱 어렵다. 미니시리즈도 아닌 일일드라마라면 어떻겠는가. 급박한 촬영 현장 속에서 자신의 중심을 찾기란 거의 '미션 임파서블'에 가깝지 않을까. 

KBS2 일일드라마 '우아한 제국'의 배우 이시강이 그랬다. 갑작스레 하차하게 된 김진우를 대신해 33부부터 장기윤 역을 이어받아 105화를 무사히 매듭지었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이시강은 꼿꼿한 대나무와 같은 인상으로, 교체 투입되었음에도 자신의 영역을 잘 지켜냈는지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한 마디도 버리지 않는 연기를 열심히 하자는 다짐들이 쌓여서, 끝나고 나서 보니까 정말 값진 공부가 된 것 같다"라는 이시강의 지나온, 앞으로 지나갈 걸음들을 응원하게 된다. 

사진=KBS2 '우아한 제국' 방송 캡처본.



105부작 일일드라마 '우아한 제국'의 종영을 맞은 소감에 대해 이시강은 "이런 류의 드라마가 처음이다. 교체되면서  들어가지 않았나. 상황이나 분위기도 조금 안 좋으니까. 이 작품을 책임감 있게 마무리해야겠다는 책임감이나 중압감이 강했다. 아무도 다친 사람이 없이 되어서. 본의 아니게 알고 지내는 친구들이 많아서 건강하게 마무리한 것 같다"라고 언급했다. 

기존 장기윤 역은 배우 김진우에서 갑작스럽게 이시강으로 교체됐다. 교체의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김진우의 개인적인 사정 때문이라고. 33화에 긴급 투입된 과정에 대해 이시강은 "'으랏차차 내 인생'이 끝나고 뮤지컬도 하면서 이제 좀 쉬겠구나했다. 갑자기 작가님한테 먼저 전화가 왔다. '해피시스터즈'라는 드라마를 같이 했었다. 누군가 긴급 투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고민했다. 아마 나한테만 가지는 않았을거다. 일단 듣고 고민했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교체 투입이 되면서, 어떤 부분이 가장 고민되었느냐는 질문에 이시강은 "배우 입장에서는 굳이라는 것이 있다. 어떻게 보면, '잘해야 본전'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배우로서 중압감도 있었다. 진우 형과 나의 이미지가 너무 다르지 않나. 지금 와서 보면, 연기적인 부분도 중요했지만, 이 상황을 멘탈적으로 잘 잡고 끌어갈 사람이 필요했던 것 같다. 연기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만, 사람들에게 휘둘리는 스타일도 아니고 중심이 명확하고 예민하지도 않다. 운동선수 출신이고"라고 설명했다.

사진=KBS2 '우아한 제국' 방송 캡처본.



굳게 마음을 먹고 도전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시강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 스스로 내가 잘할 거라는 자신감은 있었다. 하루 정도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상황이 진짜 안 좋았던 것 같고, 투입되기까지 3일 밖에 시간이 없었다. 33부부터 투입이 됐는데, 형이 찍은 영상과 내가 볼 대본과 비교해서 보는 그런 준비를 해야 했다. 선택하고 나서부터는 고민할 생각도 없었다. 감독님과 미팅을 했는데 '비밀의 남자'를 너무 잘 봐서 제안을 해주셨다고 하더라"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미 어느정도 구체화되어있는 장기윤 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표현하려고 했는지에 대해 이시강은 "배우마다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지 않나. 진우 형이 준비한 의상이나 연기 표현 방식에서 기윤이라는 인물을 공부했던 것 같다. 세상에 나쁜 악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윤이가 이렇게 된 이유를 보여주고 싶었다. 장기윤이라는 캐릭터를 잘 느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라고 이야기했다. 하차한 배우 김진우와 캐릭터에 관해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았느냐는 물음에 "형도 힘들지 않았을까. 내가 연락을 드리는 것도 애매했다"라며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버겁지는 않았냐는 물음에 이시강은 "끝날 무렵에 진짜 버겁더라.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없었다. 실제로는 굉장히 차분한 성격이고 라이트한 상태다. 장기윤은 나랑 완전 정반대다. 연기를 하는데 시간이 많이 없다 보니까. 예열할 시간이 없이 혼자 소리를 미친 듯이 지르고 시작했다. 맨날 피멍이 들기도 했다. 기절할 뻔한 적도 세네 번 된 것 같다. 극한으로 내려놓는 작업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에피소드를 밝혔다.

사진=KBS2 '우아한 제국' 방송 캡처본.



2023년 KBS 연기대상에서 '우아한 제국'을 통해 일일드라마 부문 남자 우수상으로 데뷔 15년 만에 수상하기도 했다고. 이시강은 "연극이랑 계속 병행하지 않았나. 배우가 하고 싶었던 것이라기보다는 연예인이 하고 싶었다. 연기를 하면서 매료되고 잘 표현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상 받을 때) 생각보다 엄청나게 떨었다. 일단은 내려오자마자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전화드렸다. 그분들을 이야기 안 했더라. 프롬프터에 빨리하라는 말이 있더라. 깜빡거리는데 말할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죄송하다"라며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다사다난하고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우아한 제국'에 합류하면서 얻은 점도 많았다는 이시강은 "고민했고 어려운 일이었지만, 드라마를 처음에는 무사히 마무리하자는 생각이었다. 한 마디도 버리지 않는 연기를 열심히 하자는 다짐들이 쌓여서, 끝나고 나서 보니까 정말 값진 공부가 된 것 같다. 시청자분들께도 엄청 욕먹어야 하는 역할인데, 좋은 말들이 많더라. 내가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색깔의 연기를 한 것에 대해 잘 봐주신 것 같다"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배우로서 교체 투입되는 경험은 일생에 한 번쯤 겪을까 말까 한 일이기도 하다. 2023년을 돌아보며 '우아한 제국'이 필모그래피에 어떤 작품으로 기억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는 "힘든 기억일수록 오래가지 않나. 상도 감사하지만, 스스로 정신력을 지켰다는 것도 컸다. 이런 인물을 표현하면서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작품으로 기억이 될 것 같다. 잘 마무리를 해놓자는 책임감으로 들어갔는데, 스스로에게도 인생에도 공부가 된 작품이 아닐까"라고 강조했다. 

배우 이시강. /사진 제공=에이코닉



2006년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한 이시강은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준비 과정과 매력을 꼽았다. 이시강은 "연기하는 것이 너무 재밌다. 대사를 외우면서 상황을 더 먼저 생각하고, 이 이야기를 왜 하는지를 명확하게 생각하게 된다. 근데 현장 가면 항상 바뀌지 않나. 내가 준비한 패와 함께 준비한 배우들의 패를 맞추는 그런 작업이 재밌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으며 어떤 마음가짐이나 목표를 세운 것이 있느냐는 물음에 이시강은 "내가 사랑하는 연기를 지치지 않고 오래오래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 그동안 배우가 되려면 어떤 것을 배우면 좋을까를 생각하며 삶을 그렇게 풀었다. 쉬는 시간도 항상 보냈다. 항상 이것만 보고 달려왔기에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되어서 많은 작품을 해보고 싶다. 좋은 작품에 좋은 분들과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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