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작전 시간' 김효범 "후반기엔 다릅니다"

김수근 bestroot@mbc.co.kr 2024. 1. 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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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쾌한 덩크슛 영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뒤 2005년 한국 프로농구 무대에 데뷔한 김효범. '아트덩커'로 불렸던 김효범은 올스타전 덩크왕과 MVP, 두 번의 챔프전 우승까지 차지한 뒤 2017년 은퇴했습니다. 그리고 NBA G리그와 삼성 코치를 거쳐 지난해 말 삼성의 감독대행이 됐습니다. 전임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퇴해 침체된 팀 분위기 탓인지 김효범의 작전 타임은 격려와 박수가 가득합니다. 삿대질과 호통, 질책이 많던 예전 감독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니다. 시즌 중반, 어려운 상황에서 팀을 맡게 된 김효범이 펼치고 싶은 농구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용인의 삼성 훈련장에서 김효범 대행을 만났습니다.

Q. 감독대행 제안을 받고 기분이 어땠나? 수락이 쉽지 않았을 텐데.

A. 당혹스러웠고 어안이 벙벙했다. 정리할 수 없는 감정도 있었다. 지금도 생각하면 마음이 힘들다. 김보현 코치가 '무책임하게 할 수 없지 않냐, 정신을 차리자'고 해서 용기를 얻었다. 아내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해줘서 극복해냈다.

Q. 이후 가족들 반응은 어떤가?

A. 몇 경기 치르고 나서 경기장 밖에서 만난 팬들이 계속 '힘내세요' 하고 지나가니까 아내가 '짠한 형'으로 이미지 굳혔다고 하더라. 7살인 딸에게 '아빠는 정식 감독 아니라 가짜 감독이야' 이렇게 아내가 설명한 것 같던데, 그러니까 딸이 '아빠 오늘 가짜 감독 잘했어?'라고 묻더라. 그래서 '가짜 감독으로서 열심히 하고 왔어, 최선을 다했어'라고 한다.

Q. 진짜 감독이 되어야 하지 않나.

A. 그냥 이 순간을 즐기고 있다. 순리대로 하면 좋은 기회가 올 거다.

Q. 성적은 최하위고, 팀 분위기도 끌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떤 이야기를 했나?

A. 서로 존중하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그리고 서로 안아주자고 했다. 처음에 쭈뼛거리던 선수들도 서로를 안아줬다. 그리고 안아주면서 '네가 이 팀에 있어서 고맙다', 그런 말을 건넸다. 프런트에도 처음 '공감과 치유'를 이야기했고. 선수들도 얼마나 이기고 싶겠나. 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꼈는데 슛이 안 들어가고 몸이 안 움직이는 걸로 뭐라고 하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Q. 그래서 그런지 화내지 않는 작전시간이 화제다. 낭만이 느껴졌다.

A. 낭만은 아니고 현실적인 거다. 처음 코치했을 때는 '여기서 낙오되면 누가 신경 쓸 거 같아?' 그런 말도 했다. 그러다 농구에 대한 영상을 보고 팟캐스트도 들으면서 '존중'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 말을 했던 선수들에게 사과했다. 그리고 자신에게 약속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지도자 동안 선수들한테 개인적인 감정으로 윽박지르지 않기로.

Q. 그래도 선수들을 끌고 가려면 호통도 필요하지 않나?

A 호통은 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전달 사항만 잘 전하면 된다. 성격상 감정 소모도 잘 안 한다. 어떻게 보면 유(柔)하고 여유 있게 느낄 수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뚜렷하고 강하다. 경기를 지고 나서도 선수가 아닌 내가 개선할 부분을 먼저 찾는다. '그 슛이 들어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생각은 진짜 아예 안 한다.

Q.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성격인가?

A. 그런 성향도 있는 거 같다. 그런데 1월 4일 kt전 지고 나서는 (61-103패) 선수들이 얼마나 지쳤을지,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야 할지 고민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긴 했다. 그럴 때면 핸드폰에 하고 싶은 말을 적는다. '이렇게 선수들에게 말하려고 한다'고 아내와 코치랑 상의하면 풀린다.

Q. 작전시간에 '에너지 레벨을 올리자'는 말을 선수들에게 많이 하는데, 자신에게 하는 말처럼 들렸다.

A. 정확하다. 내 에너지가 떨어지면 팀 에너지가 떨어진다. 대행이지만 응원단장 역할도 해야 한다고 느꼈다. 지금은 선수들이 조금 자신 없을 수도 있으니 이길 수 있다고, 가능하다고 이야기하자고 생각했다. 아무리 좋은 전술을 짜더라도 선수들이 에너지가 없으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경기전 미팅에서도 '에너지 떨어지면 시합은 끝'이라고 계속 주입시킨다.

Q. 캐나다에서 오래 살아서 그런지, 영어로 지시를 하는 장면도 새로웠다.

A. 처음 코치로 왔을 때 외국인 선수에게 영어로 했다가 돌아서서 국내 선수에게는 한국말로 설명하니까 선수들이 놀라더라. 지금은 익숙해한다. 왕준일 통역이 한 번은 '영어로 말 할 때는 오히려 한국어로 통역해야 될 거 같다'고 하긴 하더라.

Q. 아직 40살, 10개 구단 감독 중 가장 젊다. 운동은 수직적인 문화가 많은데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건 있나?

A. 특별히 하는 건 없는데, 밥 먹을 때 '많이 드세요', 이건 하지 말자고 했다. 고생했다는 이야기도 경기 끝날 때 화이팅 외칠 때 한번만 하자고 했다. 경기 끝나고 선수들이 계속 저에게 고생했다고 말하던데, 그 말은 오히려 제가 선수들에게 해야 하는 말 아닌가.

Q. 6위까지 주어지는 봄 농구 진출이 아직은 멀어 보인다. 그래서 올 시즌에 아예 성적은 포기하고 육성 기조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다.

A. 준비된 선수가 육성돼야 한다. 그리고 제일 좋은 육성은 승리다. 선수 교체는 필요에 따라서 하는 거지 준비 안 된 선수를 경험 쌓기용으로 기용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 다치고 아픈 거 참아가면서 선수들이 시즌 전부터 반년 정도를 준비했다. 포기하면 그 선수들에게 불공평하다. 현실적인 목표를 세우면서 앞으로 전진할 거다.

Q. 현실적인 목표는 뭔가?

A. 1차적으로는 상대팀에게 삼성은 쉬운 상대라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상대방에게 존중을 얻자'고 했다. 그리고 10위를 벗어나는 거다. 더 나아가서 6강도 바라볼 수 있게끔 제가 운영을 해야 한다. '쉽지 않네, 우리는 어렵네' 이런 말 하지 말고 노력하면 좋은 날이 올 수도 있지 않나.

Q. 지금 선수 구성으로 더 높은 순위도 가능하다는 의미인가?

A. 그렇다. 선수들에게 '너희와 같이 일하는 건 영광이고 축복이야, 위축되지 말고 자신을 믿어' 이런 말을 한다. 예전에 해왔던 좋은 플레이, 자신은 좋은 선수라는 생각을 계속 주입시키고 있다. 코번과 이원석이 부상으로 빠졌는데도 상위권 팀을 상대로 좋은 경기력을 펼친 적도 있다. 정예 선수가 갖춰지면 확실히 자신감이 올라올 거다.

Q. 대행으로 급히 시작하면서 본인의 색깔을 낼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다. 어떤 농구를 하고 싶나.

A. 수비적으로 상위권에 있는 팀이 되고 싶다. 거칠고 강하게 수비하면서 상대방이 버거워하는 그런 색깔을 내고 싶다. 팬들에게는 밝고 활발한, 역동적인 농구를 보여 드리겠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기틀을 만들거다. 이제 시작이다.

Q. 평가하기 이르지만 감독으로는 몇 점인 것 같나?

A. 아직 0점이다. 평가할 수 없을 정도로 경기 수도 적었다. 앞으로 힘든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그걸 이겨내면 시즌이 끝날 때 1점은 줄 수 있지 않을까.

김수근 기자(bestroot@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4/sports/article/6564030_364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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