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알러지약 먹다 자살충동·환각 증상”…FDA 경고에도 1200만명에 처방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1. 19. 10: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천식·알러지약 ‘싱귤레어’
부작용 위험에도 20년간 판매
몬테루카스트 계열 약물
한국도 부작용 연구 사례 나와
천식·알레르기 치료약 ‘싱귤레어’(성분명 몬테루카스트)는 지난 2020년 미 식품의약국(FDA)의 최고 수준 부작용 경고인 ‘블랙박스 경고’를 받았다. [출처=약학정보원]
일부 복용자에게 자살 충동과 환각 등 정신건강에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된 천식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20년째 1200만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처방돼 온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즈(NYT)는 지난 1998년 천식약으로 출시된 ‘싱귤레어(Singulair·성분명 몬테루카스트)’이 FDA의 유해성 경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난 2022년 미국에서만 1200만명의 환자에게 처방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2020년 4월 FDA는 ‘싱귤레어’에 대해 신경정신과 부작용과 관련한 최고 수준의 경고인 ‘블랙박스 경고’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하며 경증 알레르기비염 환자에게 해당 약물의 처방을 피하도록 강력히 권고했다.

FDA에 따르면 싱귤레어를 처방받은 환자들에게선 2008년 이후 자살을 포함한 우울증, 초조, 수면장애 등 심각한 정신과적 부작용 사례가 보고돼 왔으며, 싱귤레어 치료를 중단한 뒤 부작용이 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싱귤레어는 천식과 알레르기를 적응증으로 출시돼 1세 이상 어린이부터 천식에 사용할 수 있다. 6세 이상 환자에게는 운동유발성 천식 예방 목적에 더해 재채기, 코막힘, 콧물, 코가려움증 등 알레르기 비염 치료제로도 활용돼 왔다.

NYT에 따르면 여전히 미국 내에서만 160만명의 환자들이 싱귤레어를 복용하고 있다. NYT는 FDA가 2020년에 ‘블랙박스 경고’를 싱귤레어에 적용했지만, 의사들에게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진 않았다고 지적하며 싱귤레어를 만든 제약사인 머크가 FDA에 앞서 더 많은 부작용 사례 수 천건을 보고 받았지만, 이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NYT는 “부작용을 FDA가 인정해도 판매가 완전히 금지된 약물은 거의 없다”며 “의약품에 포함된 복용 설명서의 작은 글씨를 제대로 읽지 않는 의사나 환자들에게 충분한 부작용 경고가 전달됐는지 여부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싱귤레어로 그간 수십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머크는 지난 2021년 소비자 사업 부문을 ‘오가논’이라는 회사로 분사하면서 싱귤레어 사업을 오가논 산하로 편입시켰다.

오가논은 성명을 통해 싱귤레어의 위험성과 장점에 대해 환자와 의사들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현재 독점특허권 만료로 싱귤레어는 머크 외 다른 제약사들도 복제약(제네릭) 형태로 생산하고 있는 상태다.

유타주에 거주하는 애슐리 브래큰씨는 그의 딸 지니비브 브래큰이 7세부터 싱귤레어를 복용해 왔고, 13세에 의사가 복용량을 성인 수준으로 늘린 뒤 점차 강박적인 손 씻기에 이어 우울증 증세가 심해졌다고 NYT에 전했다. 브래큰씨는 2021년 10월 당시 14세이던 딸이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자살한 이유를 싱귤레어 복용의 부작용에서 찾고 있다.

1998년 FDA 승인 이후 싱귤레어는 기존의 흡입 형태의 코르티코스테리오드가 불편했던 천식·알레르기 환자들 사이에서 하루 1회 입으로 씹어먹는 체리맛 알약으로 출시돼 어린 환자를 포함해 간편한 대안으로 큰 인기를 끌어왔다.

머크에서 분사한 오가논이 천식 및 알레르기 치료에 ‘싱귤레어’(성분명 몬테루카스트) 복용 시 발생할 수 있는 정신과적 부작용 위험을 설명한 문구. [출처=오가논]
과거 2008년 한 내부고발자가 머크가 싱귤레어를 포함한 처방약 판매 확대를 위해 의사들에게 부적절하게 금품을 제공하고, 싱귤레어가 어린이들에게 공격성과 주의력 결핍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지만, 머크는 싱귤레어에 관한 어떤 잘못도 인정하지 않았다고 NYT는 덧붙였다.

최근 로이터통신의 분석에 따르면 머크는 최근까지도 싱귤레어를 통해 약 500억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FDA가 2019년 기준 집계한 몬테루카스트 약물 복용 환자들의 자살 건수는 82건, 자살 시도 건수는 500건 이상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 실시한 조사에선 몬테루카스트 약물을 복용한 어린 환자들 사이에서 악몽은 25배나 많이, 자살 충동은 18배나 많게 보고됐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지난 2020년 FDA의 ‘블랙박스 경고’로 충분하다고 보면서 몬테루카스트 약물이 천식과 알레르기를 동시에 해결하고, 일부 환자들에겐 부작용이 없기 때문에 여전히 기도염증을 억제하고 호흡을 편하게 하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인기가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한국의 2021년 노인 환자 대상 연구에서도 지적됐다고 NYT는 소개했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천식이 있었다가 정신과적 문제가 발생한 노인은 그렇지 않은 노인보다 몬테루카스트 계열 약물을 복용해 왔을 가능성이 70% 더 높았다.

NYT는 몬테루카스트 계열 약물의 부작용에 대해 “주로 정신과 병력이 없는 어린이에게서 발병하고,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사라진다. 다시 복용을 시작하면 부작용이 돌아온다”고 설명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