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하루 5시간 스마트폰…‘도파민 중독’ 끊을 수 있을까 [The 5]

권지담 기자 2024. 1. 1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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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이브: The 5] ‘호모 아딕투스’가 탄생한 진짜 이유
게티이미지뱅크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5시간으로 세계 5위입니다. 국민 4명 중 1명은 스마트폰 이용을 조절하기 어려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스마트폰 중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호모 아딕투스’(스마트폰에 중독된 신인류)나 ‘도파밍’(행복감, 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추구하는 현상)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습니다. 요즘엔 스마트폰 중독성을 인지하고 ‘도파민 디톡스’와 ‘도파민 단식’을 하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는데요. 이용자 개인의 의지만으로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이슈팀 장나래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스마트폰을 덜 봐야지’ 마음 먹어도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장나래 기자: 스마트폰 과의존 상태인 사람들을 만나보니 사람마다 각자 빠져든 콘텐츠는 달랐어요. 유튜브 쇼츠 영상, 확률형 게임, 뉴스, 인스타그램까지 다양했거든요. 근데 중독되는 원인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오늘날의 중독은 돈과 같아요. 모든 기업이 사람들을 오래 스마트폰에 붙들어놓을 ‘중독 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어요. 핵심은 사람들의 일상 속에서 시간과 관심을 완전히 붙들어놓고 점유하는 거고요. 개인 노력만으로는 중독에서 벗어나는 데 한계가 있을 것 같다고 느꼈어요.

[The 2] 온라인 플랫폼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사람들을 중독시킨다고요? 어떻게요?

장나래 기자: 도파민은 즐거운 경험을 하거나 성취감을 얻었을 때 뇌 중추 신경계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데요. 스마트폰 속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콘텐츠가 도파민을 빠르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돼 있어요. 그러니 이용자들이 도파민 중독에 빠지게 되는 거죠.

알고리즘이 대표적이에요. 유튜브와 넷플릭스 시청자가 보는 영상의 70~80%는 알고리즘 추천이라고 해요. 내가 시청한 정보를 사용해 끊임없이 내가 좋아할 자극적인 영상을 제공하니 중독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거죠. SNS의 ‘좋아요’(하트) 기능도 칭찬받고 싶어하는 사람의 본성을 이용한 전통적인 중독 기제예요. 게시물을 올리면 즉각적으로 좋아요로 보상받을 수 있으니, 집착하게 될 수밖에 없죠.

예를 들어 쇼핑앱 쿠팡은 이용자가 상품 리뷰를 남기면 타인이 ‘좋아요’를 누르도록 설계했습니다. 금융앱 토스는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근처에 같은 앱을 실행한 사람이 있을 경우 ‘포켓몬 고’ 게임처럼 10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인기를 끌었고요.

인스타그램

[The 3] 사람의 뇌를 중독시키는 기업을 가만히 두고 봐야 하나요?

장나래 기자: 미국과 유럽은 중독 비즈니스 모델을 제재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미국 41개 주는 법원에 메타(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를 고소했어요. SNS 알고리즘이 중독을 부추겨 미성년자의 정신건강에 피해를 줬단 이유였어요. 같은 해 12월 유럽의회는 무한 스크롤 같은 중독성 강한 디자인을 규제하는 내용의 이니셔티브(가이드라인 형태의 자율규범)를 채택했는데, 이를 입법화할 계획이라고 해요.

스마트폰 사용을 규제하는 국가도 있어요. 대만은 2살 이하 영아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면 207만원의 벌금을 물려요. 프랑스는 학교에서 스마트폰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고요. 한국에서도 2살 이하 영아가 디지털 기기를 가까이하지 못하도록 보호자에게 주의할 의무를 부여하자는 법안이 꾸준히 발의됐는데, 국회 문턱은 넘지 못했어요.

[The 4] 도파민에 중독되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죠?

장나래 기자: 스마트폰 과의존을 겪는 33명을 인터뷰했는데, 그중 27명(81%)이 수면 장애를 호소했어요. 자기 전에 스마트폰을 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루 스마트폰을 4시간 이상 사용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우울 증세나 자살시도 비율이 20%가량 더 높단 연구결과도 있고요.

취재하면서 만난 어떤 분은 인터뷰하는 1~2시간 동안 아무것도 알람이 안 왔는데, 온 것 같은 착시를 느끼기도 했어요. 다른 분은 숏폼(길이가 짧은) 콘텐츠 중독이 심한 편인데, 쇼츠(유튜브 숏폼 콘텐츠)는 오프라인 저장이 안 돼서 장거리 비행이 꺼려진다고도 했고요. 가장 충격적인 답변이었어요.

[The 5] 스마트폰 중독자도 결국 마약중독자처럼 될까요?

장나래 기자: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을 잘 인식하는 미성년자와 달리,성인은 일상이 무너져서 삶을 살아가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져서야 병원을 찾는다고 해요. 이때는 마약중독처럼 충동을 제어하는 약물치료를 하는데요. 실제 이런 치료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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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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