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때와 달리 주변 많이 살펴… 옳다고 생각하는 건 될때까지”[M 인터뷰]

김인구 기자 2024. 1. 1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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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인터뷰 - 취임 6개월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첫 국무회의땐 ‘어안이 벙벙’
지금은 나의 일 같아 익숙해져
바빠서 운동 못할땐 더 힘들어
요즘은 매일 새벽 바벨 들어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개막
서로 소통하며 성과도 올리길
먹는것 좋아해 다이어트 불가능
자기 몸 알고 운동해야 효과적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 있는 사무실 야외에서 이야기하며 밝게 웃고 있다. 문호남 기자

지난여름 역도 국민 영웅 장미란이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에 임명되자 기다렸다는 듯 야권의 비난이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말이 제일 거칠었다. 안 의원은 “장미란 차관이 한국 체육 개혁과 선진화를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고 깎아내렸다. “2019년 미투(Me Too) 사건으로 체육계가 떠들썩했을 때도 그는 침묵했다”며 “공정과 상식을 위해 발탁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정도의 비판이라면 감정이 요동칠 만했다. 그러나 세종 문체부 청사로 첫 출근을 하던 장 차관의 대답은 의연했다. 그는 “염려해주신 만큼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쿨’하게 대응했다. 안 의원의 날 선 공격이 무안할 정도였다.

올해 41세가 된 장 차관은 2013년 박종길(사격) 차관, 2019년 최윤희(수영) 차관에 이어 체육인 출신으론 역대 세 번째이자, 최연소 차관이다. 파격적인 발탁 인사로 기대감을 줬지만, 체육인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우려도 낳았다. 그러나 특유의 대인배다운 마음 씀씀이와 달변으로 위기의 순간에도 잘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도 시원시원한 웃음만큼이나 솔직하고 허물없는 언행 때문인 것 같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의 한 식당에서 장 차관을 만났다.

국가대표 시절 장미란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역도 75㎏급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후 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7월 3일 차관 임명장을 받은 지 6개월이다. 스스로 점수를 매긴다면.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 스스로 점수를 매기긴 어렵고…이제 시작이니까 좀 더 지켜봐 달라.”

―임명 당일 바로 참석한 첫 국무회의의 ‘날카로운’ 추억은.

“그저 어안이 벙벙했다. 어제까지 학교(용인대)에서 수업하던 차였다. 일주일 뒤가 방학이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국무회의가 첫 일정이라서 당황스러웠다. 어색했지만 다행히 모든 분이 자연스럽게 나를 맞아주셨다. 익숙하지 않은 게 많았는데 이젠 나의 일 같아졌다. 많이 적응됐다.”

―차관이 되고 나서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일단 주변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선수 때는 나 외에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었으나 지금은 많이 보고 듣는다. 그리고 일정이 너무 많다. 한창 운동할 때에도 아침에 눈 뜨면 컨디션이 회복돼 좋은 편이었는데 차관에 임명되고 난 후 한동안 힘들어서 못 일어나겠더라. 가만히 보니 은퇴 후에도 매일 빼놓지 않았던 운동을 못 하고 있었다. 몸도 마음도 그냥 성장하는 게 아니다. 다시 운동하고 있다. 요즘도 출근 전, 새벽에 집에서 역기를 든다.”

―체육인 출신 차관에 대한 편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축하해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았다. 오히려 나와 가족들만 걱정이 심했다. 나는 현장에 있던 사람이고, 공무를 본 적도 없으니…(서툰 게 당연하다). 제2차관의 주요 업무 영역은 체육, 관광, 정책 홍보다. 기왕에 맡았으니 잘하고 싶다. 지난 6개월간 배운 것은 정부 부처 간 협력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금방 지치면 안 되겠다는 것이다. 옳다고 생각하는 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될 때까지’ 이야기해야겠다.”

―최근엔 국회의원 출마설까지 나왔는데….

인터뷰를 하기 전날(11일)은 마침 국회의원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마감 시한이었다. 장 차관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알지 않느냐”고 했다.

“운동만 하던 나 같은 사람이 대학교수를 거쳐 차관이라는 자리에 와 있는 것만 해도 비현실적이다. 내가 체육인 출신이고 국내 체육계를 위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나를 여기까지 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걸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런데 또 바로 출마를 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할 생각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 차관이 챙겨야 할 현안 중 최고 우선순위는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이다. 19일부터 2월 1일까지 강릉, 정선, 평창, 횡성 등지에서 열린다. 유스올림픽이라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으나 지난해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이 빚어지면서 청소년 대회에 관한 관심과 우려가 부쩍 커졌다.

장미란 차관이 지난 10일 강원 강릉원주대에서 열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선수촌 식단 시식 행사에서 배식받고 있다. 연합뉴스

―대회 준비 상황은.

“10일 강릉원주대에서 진행된 시식회, 11일 경기장 점검 등을 다녀왔다. 선수 때 먹는 것도 훈련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만큼 그들의 입장에서 고민했다. 중동 지역 선수들을 위한 할랄푸드도 준비돼 있다. 가짓수보다는 질적으로 맛있는 음식이 되도록 애써 달라고 당부했다. 강릉 빙상경기장 재활용도 순조로워 보인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사고 때문에 특히 안전에 대한 우려가 높은데….

“예측하지 못한 일은 어디서나 일어나기 마련이다. 선수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꼼꼼히 체크하고 있다. 통역이나 화장실 이용 문제도 점검하고 있다. 숙소도 중요하다. 한 방에 4명이 넘지 않도록 투숙 인원 로테이션에 신경 쓰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추천하고 싶은 선수나 경기는.

“얼마 전 KTV 다큐멘터리 ‘강원 2024’의 내레이션을 더빙했다. 루지에 출전하는 김소윤-하윤 남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로웠다. 두 남매의 처지가 선수 때 나와 내 여동생 관계를 보는 것 같았다. 여동생은 내가 힘들 때 많이 도와줬다.”

―대회를 통해서 기대하는 것은.

“요즘 선수들은 운동도 잘하고 SNS로 소통도 잘한다. 목표한 성과도 올리고 서로 교류하고 소통했으면 한다. 그리고 공부하느라 운동 안 하는 청소년이 많은데 이번 대회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장 차관은 현역 시절인 2004 아테네 올림픽부터 2008 베이징 올림픽, 그리고 2012 런던 올림픽까지 8년간 무려 세 차례의 올림픽에 출전해 금·은·동메달을 모두 획득한 레전드다. 그가 베이징 올림픽에서 최후의 순간, 거대한 역기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간절하게 기도하던 모습은 아직도 많은 국민의 기억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장미란의 이름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든 건 2013년 은퇴 후의 모습이다. 그는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용인대 교수에 임용됐고, 2017년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로 진학해 스포츠행정학 석사를 취득했다. 스포츠 레전드가 공부의 아이콘이 된 셈이다.

―줄곧 운동만 하다가 공부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나.

“특별한 계획이 있어서 한 게 아니다. 어려서부터 꿈이었다고 할까. 선생님이 되는 게 꿈이었다. 부모님은 대학교수가 되길 원하셨다. 아마 그래서 은퇴 후에 공부를 떠올린 모양이다. 주변의 추천에 따라 은퇴 1년 전부터 공부를 시작했고, 3년 만에 박사 학위를 땄다. 그리고 유학의 기회를 얻어 다시 공부를 이어갔다. 당시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했으니 지금 보면 무모한 일이었지만 그때는 공부하러 갔으면 그냥 끝까지 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하.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유학 생활의 고단함에 관한 책을 써보고 싶다.”

그리고 또 하나. 엘리트 선수에서 교수로의 변신 이상으로 국민을 놀라게 한 것은 그의 외모. 장 차관은 은퇴를 선언한 지 불과 1년도 안 돼 훨씬 슬림해진 모습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혹시 다이어트 비법이 있을까.

“원래 다이어트 같은 걸 못 한다. 평소 먹는 것을 너무 좋아해서 불가능하다. 은퇴 후에는 일부러 근육을 단련하지 않으니 좀 줄어든 측면이 있고 또 그 뒤론 식단을 조절하면서 서서히 줄인 것 같다. 특히 음식 먹는 순서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한식이든 양식이든 먼저 야채를 먹고, 그다음에 고기, 밥의 순서로 섭취한다. 식사 시간은 1시간 정도 여유를 두는 편이다. 요행을 바라서는 안 된다. 생활습관을 바꿔야 한다.”

장 차관은 전성기에 스쾃 275㎏, 데드리프트 245㎏, 오버헤드 프레스 105㎏을 들었다. 아무리 엘리트 선수라지만 웬만한 남자 선수들을 능가하는 무게다. 참고로 기자는 스쾃 80㎏ 정도를 겨우 든다. 데드리프트는 허리와 어깨가 아파서 거의 안 한다.

―집에서 역기 드는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 비법 좀 알려줄 수 없나.

“나도 지금은 100㎏ 이상은 안 한다. 시간이 부족하니까 오전 5시 반에 기상해서 출근 전에 1시간 30분 정도, 일주일에 3∼4회 한다. 바벨을 들다 보면 욕심이 생기는데 무게를 늘리기보다는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가장 강조한 것이 각자 몸의 해부도를 그리는 것이었다. 내 몸의 크기와 움직임을 알아야 한다. 운동할 때 그곳을 움직인다고 상상하면서 하는 거다. 인체에서 가장 근육이 큰 부위가 어디인가. 둔부다. 큰 근육의 운동을 하는 게 중요하고, 따라서 근력 운동의 1번은 데드리프트와 스쾃이다. 그중에서도 데드리프트의 근육 가동 범위가 가장 넓다. 근력 운동에 앞서 스트레칭도 꼭 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생각하면서 운동해야 하고 증량보다는 횟수가 더 중요하다.”

올해는 파리올림픽의 해다. 전 세계적으로 금메달 지상주의는 퇴색하고 있으나 그래도 최근 한국 스포츠의 성적을 고려하면 좀 걱정이 된다. 구기 종목 중에 올림픽 출전이 가능한 곳은 여자 핸드볼과 남자 축구 정도다. 전통의 메달밭이었던 유도와 레슬링도 옛날 같지 않다.

―갈수록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고 있다. 덩달아 한국의 메달 순위도 하향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체육인 출신으로 사실 걱정된다. 엘리트 체육이 무너지면 학교 체육도 어려워진다. 성적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데에는 공감하지만 아쉽다. 앞으로 제2의 손흥민, 김연아를 어떻게 배출할 것인가. 투 트랙으로 가야 한다. 특기가 있는 선수들은 지원해주고, 동시에 학교 체육도 육성해야 한다. 맞춤형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엘리트 은퇴 선수들이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체육인 복지재단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체육계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지치지 않고 하겠다.”

김인구 체육부장 clark@munhwa.com

△장미란 차관 프로필

- 1983년 10월 9일 강원 원주 출생

- 2002 부산 아시안게임 + 75㎏급 은메달

- 2004 아테네 올림픽 은메달

- 2005년 고려대 입학

-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 2013년 1월 은퇴

- 2015년 용인대 체육학 박사

- 2017년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 석사

- 2023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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