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사기·학교 폭력… 처절하고 너절한 현실 속 희망 찾기

박세희 기자 2024. 1. 19.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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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한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하다 4년 전 다른 신문사로 이직하며 서울로 올라온 '나'는 5000만 원의 전세금을 내고 서대문역 부근의 한 원룸에 산다.

이를 비롯해 부동산을 둘러싼 청년 세대의 좌절을 그린 '숨바꼭질'과 학교폭력의 굴레와 법 제도 및 적용의 모순을 다룬 '네버 엔딩 스토리', 한 정치인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 문제로 대동단결해 시위에 나섰지만 서서히 분열하며 드러나는 저마다의 욕망을 묘사한 '동상이몽', 콜센터 안내원의 취약한 근로조건을 이야기한 '안부'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에서 작가는 우리 시대 초상과 같은 쓰디쓴 현실을 문학적이고 감각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해 펼쳐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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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영 단편소설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
소설가 정진영

고향의 한 신문사에서 편집기자로 일하다 4년 전 다른 신문사로 이직하며 서울로 올라온 ‘나’는 5000만 원의 전세금을 내고 서대문역 부근의 한 원룸에 산다. 청계천이 보이는 황학동의 주상복합아파트를 목표로, 한여름 에어컨도 포기한 채 악착같이 돈을 모으지만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에 비트코인에 손을 댔다 투자금은 반토막 났다. 처음 서울에 올라왔던 4년 전보다 손에 쥔 돈은 늘어났는데도, 선택지가 오히려 줄어든 현실을 바라보며 나는 “마치 이길 수 없는 숨바꼭질의 술래가 되어 아무런 소득 없이 뛰어다닌 꼴”이라고 읊조린다.

소설가 정진영의 첫 단편소설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무블)에 담긴 단편 ‘숨바꼭질’의 내용이다. 언론과 기업, 국회의 내부 현실을 철저히 파헤친 장편소설 ‘침묵주의보’(문학수첩)와 ‘젠가’(은행나무), ‘정치인’(안나푸르나)을 냈던 정 작가답게 주제가 지극히 현실적이다. ‘내 이야기인가’ 싶을 정도로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다.

표제작 ‘괴로운 밤, 우린 춤을 추네’는 대학생 때부터 오랜 기간 연인으로 지냈으나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나’와 헤어지고 안과 의사와 결혼한 첫사랑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통보받고 찾아간 장례식에서 고단하고 씁쓸한 삶의 조건을 되새기는 내용.

이를 비롯해 부동산을 둘러싼 청년 세대의 좌절을 그린 ‘숨바꼭질’과 학교폭력의 굴레와 법 제도 및 적용의 모순을 다룬 ‘네버 엔딩 스토리’, 한 정치인의 부동산 정책 관련 발언 문제로 대동단결해 시위에 나섰지만 서서히 분열하며 드러나는 저마다의 욕망을 묘사한 ‘동상이몽’, 콜센터 안내원의 취약한 근로조건을 이야기한 ‘안부’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에서 작가는 우리 시대 초상과 같은 쓰디쓴 현실을 문학적이고 감각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해 펼쳐보인다.

책은 이렇게 처절하고 너절한 현실 속에도 희망은 있다고 이야기한다. 백수라는 이유로 가족들에게 인정도 받지 못하고 거기다 중고거래 사기까지 당한 ‘내’가 어느 날 전혀 모르는 타인을 만나 교감을 나누며 살아갈 힘을 찾듯(단편 ‘징검다리’ 중) 괴로운 밤, 작은 희망을 가까스로 길어 올린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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