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걔였어?"... 배우 고윤을 버티게 한 '힘' [신년 인터뷰]

유수경 2024. 1. 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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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생 '용띠 배우' 고윤 
"사람들 놀라게 하는 카멜레온 매력"
"이젠 용기 생겨서 예능도 출연하고파"
고윤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얼리버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13년간 배우의 길을 걸어온 고윤은 '인내의 아이콘'이다. 유명 국회의원 아버지(김무성)를 둔 덕에 꽃길만 걸었을 것 같지만, 부모의 지원 없이 꿈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묵묵하게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고윤은 배우로 살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감격스럽고 행복하다.

지난한 시간들을 뒤로 하고 그는 배우로서 만개할 준비를 마쳤다. '용의 해'를 맞이한 용띠 배우 고윤은 올해 세 편의 작품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화인가 스캔들', tvN 드라마 '플레이어2', KBS2 주말드라마 '미녀와 순정남' 등 굵직한 작품들로 인사할 예정이다.

최근 본지와 단독으로 인터뷰를 가진 고윤의 얼굴은 밝았다. 187cm의 큰 키에 멋진 수트를 차려입은 그는 새롭게 연기할 재벌가 자제 느낌을 물씬 풍겼다. 아직 고윤에게는 대중에게 보여주지 않은 숨겨둔 매력이 많다.


긴 시간 버티며 얻은 용기와 자유

차갑고 날카로운 분위기와 순하고 장난기 있는 얼굴을 동시에 지닌 고윤. 다양한 얼굴은 배우로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게 저의 단점이 될 수도 있는데 '네가 걔였냐'라는 얘길 많이 들어요. 많은 얼굴이 있다고요. '국제시장' 개봉했을 때 '오늘의 연애'도 극장에 걸렸는데 사람들이 '그 양아치 술집 사장이 현봉학이었다고?' 하며 놀라더라고요. '카지노'와 '개미가 타고 있어요' '아다마스'를 동시에 찍을 때도 전부 다 다르다고 하셨고요."

캐릭터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는 얼굴로 인해 재미난 일화도 있었다. "작년에 '화인가 스캔들'에서 재벌 연기를 하고 '가문의 영광: 리턴즈'에서는 바보 캐릭터를 맡았어요. 그때 매니저가 현장에서 겹치는 상황이 있었어요. (김)윤지 매니저가 다른 현장에선 김희정 배우 매니저로 온 거죠. 제가 인사를 하니까 처음 본 사람처럼 쳐다보더라고요. '같이 밤새 놓고 뭐야' 하니까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고 미안해했어요. 하하. 그게 10년 연기하면서 사람들이 저를 인지하지 못하는 단점이 될 수도 있지만, 카멜레온 같은 능력이기도 하니까 좋게 봐주시면 감사할 것 같아요."

한때 가족의 일로 배우 생활에 위기를 맞기도 했던 고윤은 tvN '업글인간'에 출연해 캐스팅이 무산됐던 일화도 고백한 바 있다. 다양한 일들로 속앓이를 했던 그가 지금까지 꿋꿋이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선배님들의 말 한마디 때문인 거 같아요. '버티면 언젠가 타이밍이 온다' '반드시 때가 온다'라고 지나가는 선배들조차 그렇게 얘기해 주니까 '맞는 말인가 보다' 하고 다른 건 시도해 볼 생각조차 안 했어요. 딱히 대단한 계획이나 계산이 있지는 않았어요."

언젠가 찾아올 기회를 기다리며 스스로를 다잡았던 고윤은 평소 쉴 때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비흡연자에 술도 잘 못 마시는 편이다. 전작에서 탄탄한 복근을 공개하기도 했던 고윤은 "평소엔 (복근이) 풀어져 있다"면서 웃었다. "'미녀와 순정남'에서도 목욕신이 있어서 준비하고 있어요. 몸을 만들 때는 식단 관리를 하고 운동은 하루에 두 시간 이상 해요. 술자리엔 가지만 원체 술이 약한 편이라 매니저가 늘 챙겨주죠. 담배도 안 피우는데 군대에 가서 국회의원 아들이라고 괴롭힘을 좀 당했어요. 그때 (부득이한 상황으로) 피우는 척만 한 달을 한 적은 있어요. 하하."

고윤이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놨다. 얼리버드 엔터테인먼트 제공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고윤은 작품에서 만난 스태프들과도 잘 지내는 편이다. "10년 전에 KBS 연속극을 했는데 조연출 한 분이 이번 드라마에서도 조연출을 하더라고요. 10년 만에 만나니 너무 반갑고 좋았어요. '이렇게 돌고 돌아 만나는구나' 싶었고요. 저 역시 연출부 출신이어서 막내들이 하는 일도 잘 알고 스태프들에게 고맙게 생각해요."

tvN '크리미널 마인드'에 출연한 뒤 해외 팬들도 생긴 그는 기억에 남는 팬이 있는지 묻자, "'이별식당'이라고 그리스에서 찍은 독립영화가 있다. 스코펠로스라고 그리스 아테네에서도 배 타고 몇 시간을 들어가야 하는 작은 섬이다. 내가 거기에 있는 걸 어찌 알았는지 그리스 팬이 배 타고 힘들게 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더라. 그것만으로 너무 좋아하고 행복해했다"고 답했다.

2024년 상반기 드라마에서 큰 역할을 맡으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린 고윤에게 신년의 계획이 뭔지 물었다. "용의 해니까 제가 왕성하게 활동하는 걸 많이 봐줬으면 좋겠어요. 곧 촬영에 들어가는 '미녀와 순정남' 캐릭터를 잘 소화하고 싶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 역은 처음인데, 연기한지 10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저를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까 인지도를 넓히는 게 계획입니다."

그는 친한 동료 배우 구원(김태형)의 소개로 알게 된 홍석천이 해준 말도 기억이 난다며 웃었다. "예전에 홍석천 형이 '윤아, 너는 KBS 주말극 하면 무조건 잘될 거야'라고 몇 번을 강조했어요. 그때는 제가 회사도 없고 오디션도 본 적이 없는 상태였는데, 이번에 처음 KBS 주말극에 캐스팅이 된 거거든요. 석천 형 감이 맞는지 한번 지켜보려고요. 하하."

연기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것과 더불어 그에게는 또 다른 바람이 하나 있다. 바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것. "제가 예능을 좋아해요. 뭐 하나 고르기 어려울 만큼 다 좋아하죠. 20대 때는 '하트시그널' 같은 연애 프로그램 제안도 받은 적이 있는데 무서워서 못 나갔어요. '나가서 말실수하면 어떡하지' 싶고 겁이 많았거든요. 이제는 용기가 생겼고 많이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어떤 예능이든 도전해 보고 싶네요."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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