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AS] 둔촌주공 전매 뒤 세입자로 입주해도 실거주?…국토부 “불법”, 왜
폐지 법안은 여야 이견으로 난항
국토부 “이달 임시국회 통과 최선”
실거주 의무가 적용되는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을 분양권 전매하면서 동시에 임대차 계약을 맺어 입주하는 행위는 ‘실거주 의무 위반’이라는 정부의 유권 해석이 나왔다. 정부는 시장의 혼란이 없도록 실거주 의무를 폐지하는 주택법 개정안이 1월 임시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18일 국토교통부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는 최근 서울 강동구청이 입주 예정인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의 계약자가 분양권을 전매하면서 매수자와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뒤 임차인 지위로 거주하는 게 적법한지 묻는 질의에 ‘불가하다’고 회신했다. 국토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현행 주택법은 계약할 때 분양받은 사람에게 거주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최초 거주 가능 시점부터 분양 계약자의 지위를 갖고 거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분양권을 전매하고 입주 시점에 세입자로 사는 것은 인정될 수 없고 (국회에 계류 중인) 법개정이 이뤄져야 거주 의무가 풀린다”고 덧붙였다.
강동구청이 국토부에 이런 질의를 한 것은 올해 말 입주를 앞두고 있는 올림픽포레온(둔춘주공 재건축) 아파트 계약자들의 민원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정부는 지난해 ‘1·3 대책(2023년 국토부 업무보고)’을 통해 주택 관련 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전매제한 기간을 단축하고 분양가 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는 폐지하기로 했다. 이후 시행령 개정 사항이었전 전매제한은 4월부터 바뀌어 올림픽포레온의 전매제한 기간은 당첨일로부터 1년으로 단축됐다. 그러나 주택법 개정 사항인 실거주 의무 폐지는 야당의 반대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실거주 의무 폐지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둔촌주공(총 1만2032가구)은 특별한 관계가 있다. 정부가 지난해 ‘1·3 대책’을 통해 전매제한 완화, 거주의무 폐지, 12억원 초과 주택 중도금 대출 허용 등을 발표한 시점이 바로 둔촌주공의 계약일(1월3~17일) 첫날이어서 당시 시장에선 정부 조처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위기 국면이던 부동산시장 타개를 위한 ‘둔촌주공 살리기’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둔촌주공 계약률은 시장의 우려를 깨고 예상보다 높은 81.1%에 이르렀고 3월에 실시된 잔여가구(전용면적 29~49㎡)에 대한 무순위 청약에선 899가구에 4만1540명 청약해 평균 경쟁률 46.2대 1을 기록했다. 당시 계약자들은 거주의무 폐지까지 포함한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걸었던 게 사실이고, 정부도 법개정이 이뤄지면 소급적용된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지난해 3월 둔촌주공 무순위 청약은 정부의 주택공급규칙 개정으로 무주택, 거주 요건 등이 모두 폐지된 직후 시행됐다. 만 19살 이상이면 거주지나 주택 소유 여부, 청약통장과 무관하게 누구나 청약할 수 있는 ‘전국구’ 청약이 진행돼, 지방 거주자들도 서울 원정 투자가 가능했다. 둔촌주공의 초소형인 전용면적 29㎡ 계약자인 경기 고양시 거주 정아무개씨는 “노후 생활자금으로 쓰기 위해 월세를 놓으려고 분양받은 것”이라며 “내가 무슨 투기꾼도 아니고, 세를 줄 수 없다면 파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분양가 상한제 주택에 대한 실거주 의무는 투기적 가수요를 억제하자는 취지로 주택시장 과열기인 2021년 2월 도입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아 공급된 주택은 72개 단지 4만7천여가구로, 지난해 8월 그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가 입주했다. 올해는 수도권에서 약 1만5천여가구가 입주 예정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기 전에는 분양권 전매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둔촌주공의 예를 들면, 이 단지의 당첨일인 2022년 12월15일로터 1년이 지난 지난달 전매제한이 풀렸지만 실거주 의무가 살아 있어 실제로는 분양권을 사고 팔수 없다.
국토부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칼자루를 쥐고 있어 처리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계약자가 입주 때부터 거주하지 못하면 매각 전까지만 거주 요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지만, 이는 임대 목적으로 분양받은 둔촌주공 등 소형아파트 계약자를 도외시하는 방안이어서 한계를 갖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계약자의 자금조달에 문제가 생기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예외를 허용하는 방안을 제시한 상태다.
부동산 업계에선 애초 국토부가 법률 개정 사항인 실거주 의무 폐지안 발표 전에 거대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지 않은 게 잘못이지만, 시장의 혼란과 선의의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야당도 대승적 자세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집값 급등기에는 실거주 규제가 청약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었지만 시장이 침체한 지금은 그렇지 않다”면서 “자금이나 다른 사정으로 입주 때 전세를 놓으려는 수요자도 고려해 숨통을 터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 ‘겨울이 왔는데 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한 신임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직접 나서 야당의 이해와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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