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듯 목숨 해쳐" 서현역 흉기난동 최원종에 사형 구형 (종합)

배수아 기자 최대호 기자 2024. 1. 1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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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현병에 의한 망상 주장은 핑계 불과"
최원종 "피해자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정말 죄송"
14명의 사상자를 낸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원종이 지난해 8월10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경기도 성남시 수정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3.8.10/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성남=뉴스1) 배수아 최대호 기자 = 검찰이 14명 사상자를 낸 '분당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피고인 최원종(23)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1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2부(강현구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원종에 대한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 사건 1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구히 격리시켜야 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아울러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30년 및 보호관찰 명령, 특별 준수사항 부과를 요청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게임하듯이 아무런 주저 없이 타인의 목숨을 해치는 행동을 했는데 아무 주저없이 무작위로 배와 등과 같은 곳을 찌른게 참혹하다"며 "조현병에 의한 망상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범행을 했다는 주장은 감형을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잔인한 반인륜적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피해회복을 위한 진지한 노력 없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형의 감경만을 노리며 반성하지 않고 있다. 유족과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해 법정최고형 선고를 탄원하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며 사형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측은 조현병에 의한 범행 당시 심신미약을 주장하나 그렇게 볼 수 없고, 심신장애의 정도 판단은 법률적 판단에 불과할 뿐 반드시 전문감정인의 의견에 구속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며 "법원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공판에서는 최원종의 범행 당시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정신감정 결과가 공개됐다. 또 적절한 정신과적 치료 없이는 망상에 따른 행동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아 '치료감호'가 필요하다는 결과도 나왔다.

이날 재판부는 증거조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측과 변호인측의 피고인 신문을 진행했다.

녹색수의를 입고 검은색 뿔테안경을 쓴 채 법정에 나온 최원종은 구형에 앞서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날 괴롭히는 조직 스토킹 집단이 무섭고 화가 나 그랬다"면서 "일상을 보내던 죄없는 분들 삶에 상처를 줘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최원종의 이같은 발언이 끝나자 방청석에는 유족들의 깊은 탄식과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검찰측은 피고인 신문에서 최원종이 정신이상에 의한 우발범행이 아닌 '계획범행'임을 강조했다. 또 최원종이 범행 3일 전 휴대전화에 '심신미약 감형'을 검색한 점과 범행 이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석방되는 방법을 검사에게 질문했던 부분을 꼬집었다.

변호인측은 최원종이 범행 전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 수차례 글을 게시한 점을 근거로 최원종의 망상에 따른 범행임을 호소했다. 변호인이 최원종에게 "현재 수감된 곳에서도 조직 스토커에게 감시당하고 있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최원종은 "그렇다"면서 "교도관들과 일부 수감자들이 조직 스토커에게 매수됐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지금 질문하고 있는 변호인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자 최원종은 "변호인도 (스토킹 조직에) 포섭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피고인은 사회적 교류 없이 은둔생활을 하며 인터넷 갤러리에 빠지던 중 스토킹 조직이 감시하고 있다는 망상에 빠졌다"면서 "범행 전 피고인의 부친이 병원치료를 권유하자 부친도 스토킹에 매수됐다는 생각에 자포자기의 마음으로 스토킹 조직의 중대성을 알리고자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아픈데 현재 자신이 아프다는 것도 모른다"며 "피고인에게 치료감호 등을 통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간절히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이어 최원종은 미리 작성한 최후진술문을 담담히 읽어내렸다. 최원종은 "저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으로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게 무서워 친구가 없었고 익명이 보장된 인터넷에서 주로 사람들과 대화하며 편협한 사고에 빠졌다"며 "조직 스토커라고 단정짓고 살해하려고 한 행위에 대해 변명할 여지 없이 제 책임이고 잘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 유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 정말 죄송하다"면서 "유족분들이 원하는대로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를 당하고 교정시설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살겠다"고 했다.

이날 선고를 마친 후 피해자 A씨의 남편은 취재진에 "유족에게 진정성 있는 말 없이 심신미약 하나를 변명으로 감경받으려고 하는 걸 보니 비애감을 느낀다"며 "이런 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법원과 매스컴이 안전한 나라로 만들어준다면 피해자의 희생이 헛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원종은 지난해 8월3일 오후 5시56분~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앞에서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시민 5명을 덮치고, 백화점 1~2층에서 소지한 흉기를 시민 9명에게 무차별 휘두른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 사고로 A씨(60대·여)와 B씨(20대·여)는 연명치료를 받다 숨졌다.

최원종의 1심 선고 기일은 2월1일 오후2시 열린다.

sualuv@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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