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열병합발전소 인허가 고의 지연…국방·환경부, 법 적용 멋대로

변해정 기자 2024. 1. 1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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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소극행정 2차 감사결과 공개…前나주시장 고발
무자격 업체에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 맡긴 중기부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전남 나주시가 '고형폐기물연료(SRF) 열병합발전소(이하 SRF발전소)' 인허가를 고의로 지연하는 수법으로 국책사업 추진을 방해했다는 감사원 판단이 나왔다.

국방부는 법적 근거 없이 파주시에 군 협의를 요구하며 주택건설사업 추진을 지연시켰고 환경부는 법률 용어에 대한 일관성 없는 해석으로 울릉군 상수원수를 식수로 제조·판매하려는 사업에 차질을 초래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자금융업 자격이 없는 단체에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맡겼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이 담긴 '소극행정 개선 등 규제개혁 추진 실태Ⅱ' 감사 결과 보고서를 18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 발표한 감사 결과의 연장선으로, 규제 자체를 점검하는 기존 감사와 달리 규제를 처리하는 공무원의 부작위, 소극 행정, 권한 남용 행태에 초점을 맞췄다.

감사에서 확인된 위법·부당 사항은 총 16건이다.

전직 나주시장을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 조치했다. 또 다른 3명에게는 주의를, 기관 1곳에는 변상금 부과를 각각 요구했고 기관장 10명에게 주의 통보했다.

◇나주시, 주민 반대에 멋대로 번복…광주시·환경부 나몰라라

한국지역난방공사(이하 난방공사)는 지난 2017년 나주에 SRF발전소를 건립하고도 2022년 7월까지 4년 7개월간 가동하지 못했다. 나주시가 법령상 근거 없이 인허가를 지연했던 탓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나주시는 2013년 8월 난방공사 측으로부터 광주시에서 생산한 SRF를 나주 SRF발전소에 조달하는 데 동의해 줄 것을 요청 받았다.

나주시는 반입에 동의한다는 뜻을 난방공사 측에 통보한 후 2014년 4월 집단에너지시설 건축허가 및 산업단지 입주계약을 승인했다.

그런데 당시 나주시장이던 A씨는 2017년 9월 공사가 발전소 준공 전 시험가동을 위해 광주시 SRF를 반입하면서 주민 반발이 일자 SRF 반입 반대 입장을 밝히고 SRF발전소 가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지시했다.

난방공사가 신청한 건축물 사용승인과 고형연료제품 사용 신고, 사업개시 신고 등 각종 신고에 대해 수리를 거부하거나 보완을 반복 요청하는 식으로 고의적으로 미뤘다. 처리 기간은 최단 7개월에서 최장 4년7개월이 걸렸다.

감사원은 A씨를 직권 남용 혐의로 검찰총장에 고발했다. 나주시에는 법적 근거도 없이 국가정책사업의 추진을 방해해 사업자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인근 지역의 생활폐기물 처리에 차질을 초래하는 일이 없도록 업무를 철저히 하라는 주의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SRF발전소 건립과 가동 개시 과정에서 난방공사를 비롯한 관계 기관의 업무 소홀과 소극적 대응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난방공사는 주민 민원이나 지자체 반대와 같은 사업 추진상 위험 요인을 인지하고도 2013년 11월 나주시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광주시 SRF사업 공모에 참여했다고 봤다. 이후 나주시와 주민 반대가 계속되는데도 신규 합의 등 대책 수립 없이 광주시와 SRF발전소 처리 용량을 초과하는 SRF 구매계약을 맺었다.

광주시는 2013년 9월 조달청에 SRF사업의 투자공모제안서 평가를 의뢰한 후 나주시로부터 SRF 반입 불허 공문을 통지받고도 이러한 사정을 조달청에 알리지 않았다. 게다가 난방공사가 포함된 컨소시엄에 직접 출자하고도 나주시의 SRF 반입 불허 통지에 대해 '민간투자사업이므로 관여할 수 없다'고 답변하는 등 주민 민원을 회피했다.

주무 부처인 환경부는 전남권 자원순환형 도시구축 실증사업을 직접 주도했음에도 지자체 간 갈등을 조정·지도하는 업무를 소홀히 했다. 나주시와 주민 반대로 SRF발전소가 장기간 가동되지 못하는 상황인데도 인센티브 방안 마련 등 아무런 지원 없이 방치했다고 봤다.

감사원은 이들 기관 3곳에 업무를 철저히 하라며 주의를 통보했다.

◇국방부, 法근거 없는 軍협의 요구…환경부, 일관성 없는 法해석

국방부는 2020년 9월 파주시에 B지구 주택건설사업의 부지가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군 협의 대상이라고 통보했다.

이는 1년 전 C사 측에 해당 부지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 아니어서 '군사기지법'상 군(軍) 협의 대상이 아니라고 회신한 답변을 번복한 것이다. C사는 2조6000억원을 들여 파주시 내 B지구 사업부지 9만㎡를 매입해 오피스텔을 짓는 파주시 사업의 시행자다.

그런데 국방부는 택지개발사업 종료 후에 '주택법' 등 다른 법률에 따른 인허가 단계에서 군 협의를 다시 요구하는 업무 관행이 법적 근거가 없거나 미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감사원은 확인됐다.

또한 2020년 12월 파주시로부터 감사원 사전컨설팅 의견을 전달 받아 군 협의를 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이듬해 1월 파주시에 관할 부대와 군의 작전제한사항 해소 방안을 협의하라고 통보하는 등 법률에 근거 없는 군 협의를 계속 요구했다.

더욱이 국방부는 군 협의 요구의 법적 근거가 없어 소송을 제기해도 승소가 어려울 것이라고 검토하고도 분양신고 수리 등에 대해 취소소송 제기 및 집행정지를 신청해 오피스텔 분양 중단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환경부는 2019년 10월 울릉군이 상수원수로 사용하는 용천수를 먹는샘물로 제조·판매할 목적으로 기존 도수관로에 별도의 관을 분기해 공급할 수 있는지 질의하자 '가능하다'고 회신했다.

이 결과에 따라 D사는 한 달 뒤 울릉군에 공장설립 변경 승인을 신청하고 이듬해 9월부터 먹는샘물 제조 공장 건설 착공에 들어갔다.

그런데 환경부는 아무런 사정 변경이 없는데도 '수도법'상 수돗물의 범위를 원수(原水)까지 확대 해석해 D사의 사업이 법에 저축된다고 통보했다.

환경부의 이같은 일관성 없는 법률 해석으로 D사는 2021년 11월 공장을 완공하고도 현재까지 가동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감사원은 국방부에 법적 근거 없이 지자체의 인허가 행정에 부당한 영향을 끼친 관련자 등에 대해 주의를 촉구하도록 했다. 파주시에도 인허가 업무로 인해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줄 것을 통보했다.

◇중기부, 멋대로 온누리상품권 발행·판매권 부여

중기부는 2019년 소상공인진흥공단을 통해 전자금융업자가 아닌 재단법인 E사에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재위탁했다. 현행법상 모바일상품권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해야만 발행·관리가 가능하다.

E사는 위탁 후 2022년 말까지 위탁수수료 15억원과 모바일 온누리상품권 판매 수수료 150억원(판매금액의 1.5%)을 챙길 수 있었다.

중기부는 또 지류(종이류)나 카드 온누리상품권을 소비자 접근성 확대를 위해 모든 금융기관이 판매할 수 있도록 한 반면에 모바일 온누리상품권의 경우 E사 설립 재원 마련을 위해 출연업체에만 판매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판매 수수료도 '국가계약법' 등에 따른 예정가격 산정 등의 검토 없이 1.5%를 그대로 인정했다.

이에 따라 판매 자격이 없는 9개사가 출연을 사유로 판매 할당량을 배분받고 이를 재판매해 19억5000만원의 판매 수수료 이득을 수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중기부는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운영권을 E사에 승인하고, 지자체에 제로페이를 통해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을 판매·사용하도록 요청했다. 그 결과 E사는 공모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위탁사업자로 선정됐고 2022년 말까지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판매 수수료로 386억원을 챙겼다.

감사원은 이와 같은 사안이 재발하지 않도록 업무를 철저히 할 것을 중기부에 주의 통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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