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개월 아이, 커피포트 물로 씻겨” 양천·구로 주민들 온수·난방 중단에 덜덜

조재현 기자 2024. 1. 1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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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주민 “추워서 온수 찜질팩 안고 잤다”
서울 양천·구로구 일대에 온수와 난방이 중단된 가운데 18일 새벽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정가압장 일대에서 소방 당국과 서울에너지공사 관계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양천구와 구로구 일대 지역 3만8059가구의 난방과 생활용 온수 공급이 중단되면서, 피해 지역 주민들은 밤새 추위 속에서 잠을 청해야 했다. 앞서 17일 오후 3시 54분쯤 서울 양천구 신정가압장 밸브가 파손되면서 양천구 신정·신월동과 구로구 고척·오류동 등의 아파트와 빌라 80곳에서 난방과 온수가 중단되는 피해를 입었다. 복구 작업은 18일 오후 3시쯤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전 본지 기자가 만난 서울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 주민들은 온수가 나오지 않아 밤잠을 설치는 것은 물론, 아침 출근 준비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주민 오슬기(39)씨는 “정수기로 뜨거운 물을 겨우 받아 찬물과 섞어 간신히 세수만 했다”며 “5살 아들도 샤워조차 시키지 못하고 어린이집에 등원시켰다”고 했다.

신생아 자녀를 둔 이지희(37)씨도 “가스레인지로 물을 끓인 후 아기 욕조에 받고 나서야 씻길 수 있었다”며 “물을 끓여서 샤워를 할 수는 없으니 남편은 찬물로 씻다가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고 했다.

18개월 손녀와 단둘이 산다는 염모(60)씨는 “온수가 안 나와 물이 너무 차가워 양치도 하기 힘들었다”며 “필요하면 조금씩 커피포트에 데워 썼지만, 손녀는 제대로 씻기지도 못하고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또다른 주민 A(80)씨는 “평소 고무장갑도 없이 손으로 설거지를 하는데 설거지를 하지 못해 그릇을 다 쌓아놨다”고 했다.

난방이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은 주민도 있었다. 주민 이희남(83)씨는 “전기장판이라도 틀고 잤지만 난방이 되지 않아 양쪽 어깨에 바람이 들어와 밤새 시렸다”며 “설거지도 못하고 세탁기도 못 돌리고 있는데, 큰 찜통에 물을 끓여 필요한 만큼 퍼다 세수를 하고 있다”고 했다. 주민 김모(53)씨는 “중학생 자녀가 있는데 ‘하루쯤은 참자’고 해 안 씻더라”고도 했다.

인근의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9단지아파트에 사는 주민들도 불만을 토로했다. 주민 김윤서(16)양은 “이 닦는데 얼음장 같은 물만 나와 손이 너무 시려웠다”며 “새벽에도 추워서 온수가 들어있는 찜질팩을 안고 잤다”고 했다. 주민 김명순(62)씨도 “아침에 출근하는 딸이 ‘얼음물에 들어가는 것 같다’며 짧게 샤워하고 나갔다”며 “나도 아침에 머리를 감았는데 머리가 얼어버릴 것 같았다”고 했다.

18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정3동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전기요, 담요 등 주민들에게 빌려줄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뉴스1

이런 가운데 양천구와 구로구는 대피소를 설치하고 주민들에게 전기장판 등의 난방 용품과 구호물품을 제공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전날 밤 현장을 찾아 “가용한 행정력을 총동원해 주민 피해를 최소화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에너지공사 측은 “가압장 내 펌프를 정비하던 중 밸브 하단부가 파손돼 중온수가 분출돼 온수 공급이 끊겼다”며 “18일 오후 3시쯤 돼야 수리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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