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는 급식실 종사자들...'방사능' 정화 中企의 공기솔루션 제안

김성진 기자 2024. 1. 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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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실 종사자 폐암 발병 확률, 비종사자 2.8배
1급 발암물질 '조리흄'...캐노피 후드로 충분히 정화 못해
단기간 발생한 유증기 소화 못해...'음압' 효과도 문제
'방사능 정화 설비' 제조사 코리아세이프룸 급기식 정화기 도입 늘어
성능·효과 만족도 92%...조리실 미세먼지 '급감'

학생 수백명의 끼니를 책임지지만, 종사자들의 폐 건강은 책임지지 못하던 학교 급식실들이 바뀌고 있다. 기존의 캐노피 후드만으로 조리흄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조리실 전용 공기청정기를 도입하는데, 그 중심에 원자력발전소 방사능을 정화하던 중소기업 코리아세이프룸이 있다.

장재호 코리아세이프룸 대표는 17일 "회사의 규모가 작아 공기청정기 제품을 광고하지 못 했는데, 입소문이 나 여러 지방교육청에서 설치 문의가 들어온다"며 "제품을 설치한 학교들은 일주일만 틀면 변화가 피부로 느껴진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날 기준 코리아세이프룸은 전국 학교와 병원, 공공기관 30여곳의 조리실에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올해 1학기를 앞두고는 광주광역시교육청과 계약해 겨울 방학 동안 지산초등학교와 극락초, 잠원초 등 10여개 학교에 제품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코리아세이프룸은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공기정화 전문회사다. 공기청정기로 입소문을 탔지만, 처음 개발한 것은 '방사성 입자 정화장치'였다. 장 대표는 당초 원전 내부 공기의 방사능을 정화하는 설비업체에 종사했다. 장 대표는 "업계 안팎의 동료들과 내부의 오염된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던 것에서 반대로 외부의 공기를 정화해 들여오는 설비를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다"고 했다. 구상대로 개발된 설비는 경북 울진 한울원전에서 방사능 유출 사고 시 사용할 대피소의 공기 정화 설비로 시공됐다.

미세먼지가 화두가 되고, 실내 공기질을 향한 관심이 커지자 코리아세이프룸은 2017년 부터 1년 반을 들여 원전 밖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공청기를 개발했다. 정식 명칭은 '급기식 공기정화기'다. 실내 공기를 재순환시키는 가정용 공기청정기와 달리 코리아세이프룸 제품은 바깥 공기를 정화해 실내에 주입함으로써 공기의 압력으로 실내 오염물질을 외부로 배출한다.

코리아세이프룸은 공기정화기를 방사능 정화 설비를 개발한 기술자들을 투입하고, 공기안전 전문기관의 자문을 추가로 받아 개발했다. 사용된 헤파필터는 의료시설, 산업시설의 클린룸에 사용되는 것과 같은 것으로, 초미세먼지를 99.99%, 극초미세먼지를 99.97% 제거한다.

기존의 급식실에서 사용하던 캐노피 후드는 짧은 시간에 음식을 대량으로 조리하는 급식실에서 단시간에 유증기를 배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 더구나 급식실 내부가 더워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 기구를 가동하면 방해 기류가 생겨 후드가 공기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 여기에 후드는 공기를 내보내기만 하기 때문에 실내가 음압 상태가 돼 미세먼지로 오염된 외부 공기가 쉽게 들어온다.

장재호 코리아세이프룸 대표와 급기식 공기정화기. 장 대표는 본래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을 제거하는 설비업체에 종사했다. 방사능 입자 정화장치를 제조하다가 공기정화기로 사업을 넓혔다. 케파필터와 양압환기시스템으로 기존의 캐노피 후드가 충분히 낮추지 못한 급식실 조리흄 농도를 크게 낮췄다./사진제공=코리아세이프룸.

코리아세이프룸의 급기식 공기정화기는 양압환기시스템이 있어 실내에 양압을 형성해 외부의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한다. 조리실 벽체에 설치한 32인치 모니터로 실내 공기질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제품을 설치한 전북 체육중고등학교, 광주 학강초, 전남 담양창평고 등 학교의 조리실 종사자 38명을 지난해 말 조사한 결과 94.7%가 "공기질이 개선됐다", 92.1%가 "성능과 효과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광주 모 초등학교의 영양교사는 튀김 600인분을 한 날 조리를 마치고 캐노피 후드를 확인하니 2개 중 하나의 전원이 꺼져 있었는데 눈 따가움 없이 조리를 끝냈다며 "그 일로 조리원 6명과 웃었다. 공기정화기의 성능을 실감했다"고 답했다.

공기정화기 없이 후드만 가동하면 실내 공기질이 악화할 수 있다. 2021년 한국공기안전원이 코리아세이프룸 제품을 설치한 전남 모 초등학교의 조리실 공기질 변화를 측정한 결과 후드와 공기정화기를 동시에 가동했을 때 미세먼지 농도는 40% 감소, 후드를 정지했을 때 43.5%가 추가 감소했지만 후드를 재가동하자 47.6% 다시 증가했다. 실내를 음압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다. 후드를 정지하니 농도는 84.4% 다시 떨어졌다. 최고점과 비교하면 미세먼지 농도는 92.2% 감소했다.

국제암연구소는 조리 과정에 발생한 수증기, 매연 등 '조리흄'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교육부 조사 결과 2018~2022년 폐암 확진을 받은 급식 종사자는 31명으로, 발병 확률이 비종사자보다 2.8배 높았다. 공기정화기는 조리실 외 식당에도 정화한 공기를 순환시킬 수 있다. 장 대표는 "전문기관의 검사로 제품의 실질적인 효능이 입증됐다"며 "급기식 공기정화기로 아이들 건강을 지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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