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감독 한숨→트럭시위' 옐레나, '부진 그 이상의 태도'... 아본단자도 싸늘해졌다

안호근 기자 2024. 1. 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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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안호근 기자]
흥국생명 옐레나가 17일 GS칼텍스 원정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사진=KOVO
경기 도중 실망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옐레나(가운데)./사진=KOVO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통한의 리버스 스윕을 당했지만 인천 흥국생명은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단연 김연경의 존재로 인해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옆의 옐레나 므라제노비치(27·등록명 옐레나)를 빼고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단 1년 만에 상황이 급변했다. 엄밀히는 시즌 초까지도 괜찮았지만 최근 들어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다만 문제는 경기력에만 있지 않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참을성도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보인다. 선수를 향한 작심발언까지 나왔다.

2위 흥국생명(승점 50)은 선두 현대건설(승점 55)을 뒤쫓고 있다. 그렇기에 올스타 브레이크로 인해 2주 가량을 쉬어가기 직전 길목에서 만난 서울 GS칼텍스를 잡아내고 승점 차를 2로 좁혀야 했다.

뉴스1에 따르면 아본단자 감독은 17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서울 GS칼텍스전을 앞두고 "2라운드부터 (옐레나의) 경기력이 떨어지고 있다. 좋지 않은 상황인 것을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흥국생명 본사 앞에서 트럭시위를 펼쳐지고 있다. /사진=흥국생명 팬 제공
흥국생명 팬의 트럭시위 장면. /사진=흥국생명 팬 제공
옐레나는 지난 시즌 득점 3위(821점), 공격종합(성공률) 4위(42.79%), 서브 2위(세트당 0.252개)로 맹활약했으나 올 시즌 득점 7위(501점), 성공률 10위(39.98%)로 서브(0.261개 2위)를 제외하고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체감하는 부진은 더욱 심각하다. 시즌 초반 활약을 펼쳤으나 날이 갈수록 예전 경기력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지난 12일 한국도로공사전에선 4개 세트에 모두 선발로 나서고도 시즌 최저인 8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 옐레나가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지 못한 건 이날이 처음이었다. 공격 효율은 -10%까지 떨어졌다.

당시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경기 후 만난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에 대해 "이렇게 경기하면 드릴 말씀이 없다. 외국인 선수가 마이너스 경기력을 펼치면 안 된다"며 "아포짓 스파이커로 더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급기야 일부 팬들은 자비를 걷어 트럭시위에 나섰다. 흥국생명 본사 앞에 전광판을 설치한 트럭을 보내 시위를 펼쳤다. 주요 내용은 외국인 선수 교체를 촉구하는 것인데 "흥국생명 배구단 구단주님, 이번 목표 윈나우 아닌가요? 팬들만 윈나우 중입니까?", "무성의하고 불성실한 경기태도, 감정조절 불가, 팀분위기 침체, 형편없는 경기력, 멀어지는 정규리그 1위", "윈나우가 목표라더니 실력 없는 용병, 팀워크 망치는 용병 방치하느 자도 공범이다" 등 거센 어조로 주장을 전했다.

아본단자 감독(왼쪽)과 옐레나. /사진=KOVO
옐레나. /사진=KOVO
아본단자 감독은 이에 대해 "선수의 경기력이 안 좋으면 팬들이 이야기하는 것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선수 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그는 "다른 리그와 다른 점이 있다면 V리그는 마켓이 오픈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선수를 데려올 수 없다"면서 "외국리그라면 경기력이 안 좋으면 방출되거나 벤치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곳은 외인도 한 명이다 보니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옐레나의 부진으로 인해 김연경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옐레나의 부진은 은퇴를 앞둔 '배구여제' 김연경의 위력을 더욱 실감케 해주고 있다. 리시브에서도 엄청난 기여를 하며 전체 6위(리시브 효율 41.33%)에 올라 있는 김연경은 득점 5위(520점), 성공률 2위(45.23%)에 랭크돼 있다. 옐레나와 반대로 최근 들어 그 위력을 더욱 실감하게 된다.

오래 전부터 김연경과 사제의 연을 맺은 아본단자 감독은 "김연경은 좋은 선수이고 해결사지만 계속 그렇게 할 수는 없다"면서 "최근 레이나가 많이 도와주고 있다. 아포짓(옐레나)에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을 다른 선수들이 나눠 가져가면서 팀 밸런스를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올 시즌 처음으로 옐레나를 빼고 경기를 시작했다. 아포짓 스파이커로는 김미연을 내세웠고 김연경과 레이나 도코쿠(등록명 레이나)를 중심으로 공격 작업을 진행하며 1세트를 듀스 접전 끝에 28-26으로 챙겼다. 옐레나는 21-21로 맞선 세트 후반 투입돼 오픈 공격과 블로킹 하나를 성공시키며 힘을 보탰다.

웜업존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옐레나(오른쪽). /사진=KOVO
벤치에서 지켜보던 옐레나(왼쪽에서 2번째)가 교체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KOVO
2세트엔 중반에 투입돼 5점을 올리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고 3,4세트엔 처음부터 나섰다. 3세트 4점을 올렸지만 공격 효율은 0%이었다. 4세트엔 1득점했다. 공격 성공률은 단 20%. 공격 효율은 마찬가지로 0%. 12점을 냈으나 공격 성공률은 37.04%로 시즌 성적을 밑돌았다. 공격 효율은 22.22%였다.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엔 어조가 더 강해졌다. 뉴스1에 따르면 아본단자 감독은 "옐레나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벤치에서 시작하게 했다. 3~4세트 선발로 나간 것도 세터 이원정이 부상으로 빠지면서 높이를 보강하려는 측면이었다"면서도 "모두가 알다시피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기 후 나오는 분석지의 숫자만 봐도 알 수 있기 때문에 비밀이 아니다"라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경기력만이 아니다. 그는 "경기력이 좋지 않더라도 동료를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하지만 태도가 조금 아쉽다. 더 열심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지적했다.

옐레나는 감정기복이 심해 부진할 때만 대놓고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고 세터의 토스에 불만을 나타내는 등 팀 분위기에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비판이 나왔다. 팬들은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고 아본단자 감독도 직접적으로 비판에 나섰다.

시즌의 3분의 2가 지났다. 선수 교체가 결국 쉬운 일만은 아니다. 대체 선수가 반드시 활약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지난 사례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경기력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이는 진지하게 고려해 볼 수밖에 없다. 마침 2주 가량 휴식기를 맞았고 결심을 해야한다면 이보다 좋은 시점을 찾기는 힘들다. 만약 이것이 힘들다고 한다면 옐레나가 반성하고 태도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 무엇 하나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지난 시즌 못한 우승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는 흥국생명으로선 고민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옐레나(오른쪽에서 2번째)의 공격이 GS칼텍스의 블로킹에 막히고 있다. /사진=KOVO
공격 후 아쉬워하는 옐레나(왼쪽에서 4번째). /사진=KOVO

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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