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냐? 부시리냐? 도대체 네 이름이 뭐니![이우석의 푸드로지]

2024. 1. 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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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우석의 푸드로지 - 이름 헷갈리는 제철 생선
지역·요리 등 따라 명칭 다 달라
부산·경남서 겨울철 횟감 ‘밀치’
봄에 먹는 ‘개숭어’와 다른 어종
흐물흐물한 살과 국물이 일품인
동해 곰치의 본래 이름은 ‘꼼치’
고소한 맛 ‘방어’는 겨울철 별미
전갱잇과 ‘부시리’ 여름이 제철
서울 종로 ‘제주바다횟집’의 밀치.

“숭어는 제철이 가을이라니까” “에이, 뭔 소리하노? 밀치는 겨울이지”.

가끔 술자리에서 싸울 때가 있다. 아무것도 아닌 음식 이름을 가지고 갑론을박하는 것이다. 요리 이름을 두고도 논쟁을 벌이지만 주로 물고기 이름을 놓고도 그런다.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봐도 잘 나오지 않는다. 모든 것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부르는 생선 이름이 다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갑진년 신춘을 맞아, 올해부터는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모든 논쟁거리를 총정리했다. 이 글을 매뉴얼 삼아 잘 기억해두면 앞으론 헷갈릴 일이 없을 듯하다.

먼저 논란이 잦은 숭어, 대대로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생선으로 알려진 어종이다. 흙내가 난대서 싫어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 맛을 아주 즐기는 이도 상당하다. 맛이 좋아 물고기 중 으뜸이라 수어(秀魚)라 했으며 자산어보에서도 제일 맛이 달고 깊다고 꼽았다. 평양에선 봄날 끓이는 대동강 숭어국이 유명했고 남쪽에서도 충무공 수군이 숭어를 자주 먹었다고 난중일기에 나온다.

슈베르트 가곡 ‘숭어’(Die Forelle)는 사실 숭어가 아닌 송어의 오역이다. 그때까진 송어의 존재를 전혀 몰랐기에 친숙한 숭어로 잘못 번역했다. 얼마나 숭어가 우리 삶에 깊숙이 자리매김했는지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도 일어난 것이다.

숭어는 숭어목 숭엇과다. 적통이자 직계다. 새끼는 따로 ‘모쟁이’라 부른다. 한반도 연근해에 고루 분포하며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는 기수역에서 많이 잡힌다. 물 바닥 부근에서 노는 습성이 있다. 전남 남해안에선 오뉴월 숭어가 제일 맛있다 하고, 강화도에선 ‘여름 숭어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하찮게 여긴다.

자, 여기서 숭어와 가숭어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같은 숭엇과지만 생물학적 분류상 ‘종속과목강문계’ 중 ‘과’ 하위에 있는 ‘속’에서 달라진다. 숭어는 무길(Mugil) 속, 가숭어는 플라닐리자(Planiliza) 속이다. 즉 약간 다른 어종이란 얘기. 제철도 산란 시기도 다르다. 숭어는 겨울에서 봄까지 제철, 가숭어는 겨울에만 제철이다. 쉽게 구분할 만큼 생김새도 차이가 난다. 대가리가 동그라면 숭어인데 가숭어 대가리는 좀 납작하다. 눈깔도 가숭어 쪽이 한결 노랗기 때문에 보통은 눈깔을 보고 구분하는 편이다.

사람들이 왜 자꾸 헷갈리냐 하면 바로 가숭어 이름에 붙은 ‘가’자 때문이다. 보통 ‘문어’와 ‘가문어’ 하면 가문어가 참문어보다 못한 ‘가짜 문어’(대왕오징어)란 뜻인데 숭어에서 만큼은 딱 혼동하기 좋도록 부른다. ‘의외로’ 가숭어의 별칭이 ‘참숭어’다. 반대로 숭어는 개숭어라 불린다. ‘개살구’와 ‘개복숭아’할 때처럼 ‘개’가 붙는다. 숭어는 보리 싹이 패는 봄날에 맛있대서 전남 지역에서 ‘보리숭어’라고도 부르고, 가숭어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겨울철에 인기가 높아 현지에서 ‘밀치’라 따로 이름 지어 부르며 즐겨먹는다.

즉 정리하자면, 우리가 먹는 숭어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숭어는 별칭이 보리숭어, 개숭어며 겨울에 산란한다. 가숭어는 별칭이 참숭어, 밀치라 하며 봄에 산란한다. 이제 좀 쉽다. 맛으로만 놓고 보자면 숭어보다 오히려 가숭어가 인기가 높다. 참고로 어란을 만드는 영산강 기수역 숭어 역시 가숭어다. 딱 요즘부터 가숭어, 즉 ‘밀치’가 제철 횟감으로 인기다. 겨울 숭어는 도미보다 맛있다고들 하는데 그게 바로 가숭어 ‘밀치’다.

경북 울진 ‘우성식당’의 곰치국.

자, 이젠 곰치. 곰치국이라 해서 동해안에서 해장으로 즐겨먹는 생선국도 요즘 제철이다. 흐물흐물한 살을 시원한 국물과 함께 후루룩 넘기면 숙취 해장에 아주 그만이다. 곰치국에 넣는 곰치도 사실 곰치(Moray eel)가 아닌 꼼치(Glassfish)가 맞다. 곰치는 뱀장어목 곰칫과에 속하는 심해 어종이다. 미련한 생김새의 뚱뚱한 장어처럼 생겼다.

우리가 먹는 곰치는 쏨뱅이목 꼼칫과에 속하는 꼼치. 남해안 물메기와 포항에서 유명한 미거지(Snailfish)도 꼼치의 친척이다. 곰치라 부른 것은 꼼치 역시 곰처럼 퉁퉁하고 미련하게 생긴 탓이다.

경남 창원 ‘휘모리’의 탱수(쏨뱅이)국.

다음은 숭어만큼이나 다양한 이름을 가진 쏨뱅이를 알아보자. 쏨뱅이는 쏨뱅이목 양볼락과에 속한다. 쏨뱅이는 낯설어도 ‘삼식이’는 유명하다. 그나마 알려진 삼시기, 쏨뱅이를 비롯해 삼세기, 쫌배, 삼뱅이, 삼베이, 감팽이, 쏨팽이, 자우레기, 쑤염어, 쏠치, 우럭, 돌우럭 등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제각각이다. 심지어 경남에선 친근하게도 ‘탱수’라 부른다.

우락부락한 외관에 날카로운 가시가 돋아나 잡어 취급을 받지만 맛은 좋다. 몸집은 작고 대가리가 커서 횟감으로 쓰자면 양이 적다. 하지만 씹는 맛은 좋다. 굽거나 국을 끓이면 더할 나위 없다. 시원하고 달달한 맛을 낸다.

일명 ‘빨간고기’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누구는 빨간고기가 금태(눈볼대)라 하고 제주 출신은 붉조기, 또 부산 출신 몇몇은 ‘긴타로’라 부른다. 정리해보면 모두 빨간색은 맞으니 빨간고기라 부르는 것은 틀리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농어목 반딧불게르칫과에 속하는 눈볼대는 일명 ‘금태’라 불리는 고급 어종이다. 아카무쓰, 노도구로, 눈퉁이, 눈뿔다구 등 여러 이름을 가졌다. 기름이 많고 감칠맛이 좋아 회와 구이 등에서 값비싼 식재료 대우를 받는다. 긴타로라 부르는 물고기는 많다. 특정 지역에선 금태와 금눈돔, 열기, 노랑촉수 등 빨간 생선만 보면 긴타로, 긴타루 등으로 불러왔기 때문이다.

열기 역시 살짝 빨갛다. 과거 흔한 생선이었으나 요즘은 꽤 비싸다. 남해안에서 잡히는데 호남보다는 영남에서 더욱 인기가 있다. 금눈돔은 일본어로 긴메타이라 한다. 횟감은 물론, 구이와 초밥 재료로 쓸 만큼 고급 어종이다. 모두 빨갛고 눈이 동그라며 또 다들 겨울이 제철이다.

요즘 가장 핫한 생선 방어 역시 설왕설래한다. 이게 다 ‘부시리’ 때문이다. 전갱잇과 방어속에 속해 방어와 친척 격인 부시리를 잿방어로 파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경우다. 방어는 일본어로 부리, 부시리는 우리말이다. 일본어로는 히라스(영어로는 king fish)라고 한다. 잿방어는 ‘간파치’라 한다. 각기 이름이 따로 있으니 다른 어종이다. 게다가 부시리는 방어와는 반대로 여름이 제철이다. 방어는 아명도 많은데 동해안에선 방어 새끼를 마르미, 마래미, 매래미 등으로 부른다.

요즘 철을 맞아 어딜 가나 ‘대방어’를 내세우며 성업 중이다. 겨울 대방어는 참치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실제 고소하고 기름진 뱃살 맛이 일품이다. 대방어 중 퉁퉁한 ‘돼지방어’는 회를 낼 때 두툼하게 썰어야 쫄깃하니 제맛을 낸다. 등살도 담백하고 진한 풍미를 낸다.

다시 정리하자면, 방어에는 부리, 대방어, 돼지방어, 잿방어(간파치) 등 종류나 크기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있으며 새끼 때는 마래미, 마르미 등 아명이 있다. 여름에 먹는 부시리(히라스)는 엄밀히 말해 방어가 아니다.

한편 우리에게 친숙한 우럭이나 민물고기 빠가사리 역시 사투리다. 우럭은 조피볼락의 충청도 사투리며, 빠가사리는 동자개를 강원도에서 부르는 이름이다. 흔히 ‘고니’라고 부르는 생선 ‘곤이’는 생선 암컷의 알집과 이를 품은 난소까지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생선 수컷의 정소는 이리(魚白)라 불러야 한다. 흰살 생선 명태나 대구 이리를 많이 쓰는데 모두들 고니라 잘못 알고 있다. 서시유(西施乳)란 별칭을 가진 복어 이리가 개중 가장 고급 식재료로 유명하다. 곤이가 아닌 ‘고니’는 새 이름 백조나 영화 타짜의 주인공일 뿐 바닷속 그 어디에도 없다.

가끔 말린 대구포를 ‘나막스’라고 파는 곳이 있는데 이도 잘못된 경우다. 나막스는 우리 남해안에 사는 붉은메기로 대구와는 상관없다. 심지어 메기처럼 수염(배지느러미)도 달렸다.

가자미 종류 중 가장 비싼 줄가자미는 ‘이시가리’라 부르지만, 정작 이 말의 어원인 일본어 이시가레이(石かれい)는 돌가자미(또는 돌도다리)를 뜻한다. 일본어로 줄가자미는 사메가레이(サメガレイ)다.

서울 연희동 ‘카덴’의 북방털게.

여름 제철이지만 성게알도 잘못된 경우다. 녹진하고 부드러운 성게의 유일한 맛을 내는 노란 부분은 사실 알이 아니라 ‘생식소’다. 성게는 사실 극피동물로 체외수정을 한다. 몸 안에 알이 있을 수 없는 생물인데 성게알이라니.

값비싼 해산물의 끝판왕 털게도 동해 북쪽 끝에서 나는 것과 남해에서 잡히는 것 두 종류로 알고 있다. 거제 통영이나 사천 등 남해안에서 털게라 부르는 것은 실은 왕밤송이게다. 북방 털게와 전혀 다른 종류다. 북방 털게보다 살이 적은 대신 훨씬 저렴하고 맛도 좋다. 살은 달고 내장이 구수해 통영의 ‘다찌집’이나 마산 통술집 등에 요즘 안줏거리로 낸다.

이 정도면 올해는 웬만큼 생선에 대한 그릇된 상식을 거푸 새기지 않아도 된다. ‘물고기 박사’의 원년이다. 맛난 제철 해산물을 찾아 먹으며 일행에게 ‘설’을 풀면 제법 똑똑한 물고기 박사 취급받을 수 있다. 왠지 뿌듯하지 않나.

놀고먹기 연구소장

■ 어디서 맛볼까

◇쏨뱅이 = 탱수(쏨뱅이)로 국을 끓여 파는 ‘휘모리’는 마산에서 생선국으로 유명한 집. 계절별로 다른 생선을 맛있게 끓여내는데 겨울엔 탱수국이 유명하다. 못생겨도 맛은 좋댔나? 아마도 탱수를 두고 하는 말일 게다. 흉측한 외관과는 달리 살점 씹는 식감과 은근히 달달한 살맛이 좋고 맑게 끓여낸 국물도 시원하다. 멍게젓을 넣고 비빔밥과 같이 먹으면 밥 한 공기쯤이야 금세 사라진다.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중앙남1길 9-1. 1만8000원.

◇가숭어 = 밀치(가숭어)는 부산 사람들이 하도 좋아해서 서울까지 올라올 게 없다는데 뜻밖에 ‘제주’ 이름을 단 식당 ‘제주바다횟집’(서울본점)에서 판다. 밀치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겨울철 순례를 도는 곳이다. 흙내도 없다. 고등어와 섞어서도 판다. 한번 맛 들이면 다른 생선보다 먼저 찾게 된다. 서울 종로구 종로35길 18 1층. 밀치회 4만 원부터.

◇꼼치 = 울진 죽변항 ‘우성식당’에서 ‘곰치국’(물곰탕)을 판다. 큼지막한 꼼치를 뭉텅뭉텅 썰어 김치를 넣고 시원 칼칼하게 끓여낸 ‘삼척∼경북’ 스타일이다. 워낙 회전이 좋은 집이라 수조 안에 커다란 꼼치가 유유히 돌아다닌다. 만일 대게를 먹으러 갔다면 죽변항에 들러 뜨끈하게 식사하기에 좋다. 매콤하게 볶아낸 문어 볶음도 유명하니 함께 곁들이면 좋다. 경북 울진군 죽변면 죽변항길 69. 1만5000원.

◇왕밤송이게 = 요즘 경남 통영 ‘물보라 다찌’를 가면 마침 겨울이라 털게(사실은 왕밤송이게)를 내줄 때가 많다. 대게나 꽃게보다 살은 적어도 단맛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겨울은 통영 바다가 가장 기름질 때, 맛있고도 든든한 술상이 차려진다. 횟감과 굴, 물메기, 호래기 등 겨울 별미가 한가득이다. 경남 통영시 동충4길 48. 2인상 8만 원(소주, 맥주 각 1병씩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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