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스라이팅, 심리적 지배라고도 하죠.
계곡 살인 사건의 주범, 이은해 재판에서도 쟁점이 됐었는데,
이와 비슷한 심리적 지배 사건이 또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피해자는 기초 생활 수급자였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이 폭력조직 출신이라며 수시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무릎을 꿇리고, 술을 먹이고, 돈을 빼앗고,
만취 상태에서 바다 수영도 강요했습니다.
안 하면 맞으니까, 살기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지시에 따랐고,
피해자 중 한 명은 결국 바다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임형준 기자입니다.
[기자]
식당에서 한 남성이 의자에서 일어나더니 맞은 편에 있는 남성 옆에 무릎을 꿇습니다.
곧이어 허리를 90도로 숙인 채 다른 남성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듯합니다.
40대 남성 A 씨는 폭력 조직 출신이라며
50대 남성 2명을 심리적으로 지배해 왔습니다.
말을 듣지 않으면 폭행이 뒤따랐습니다.
[피해자 : 언제 두들겨 맞을지 모르니까. 뭐 안 하면 안 될 상황이고 늘 그래 왔으니까. 뭐 말 안 들으면 두들겨 맞으니까.]
피해자들은 좁은 고시원 방에서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고 있었고, A 씨는 그 점을 노렸습니다.
A 씨는 이들을 경남 거제로 불러 밤새 술을 마셨고, 만취 상태에서 바다에 들어가 수영하라고 강요했습니다.
A 씨는 기초 생활 수급자인 피해자들의 수급비와 일용직 일당 등 천7백만 원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진모 / 창원해양경찰서 형사계장 :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다가 업어치기로 내동댕이쳐진 일도 있고 이런 일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다 보니까….]
사건 발생 3달여 만에 검찰은 과실치사와 공갈 혐의 등으로 A 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앵커]
15년 간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돌 본 50대 아들이 있습니다.
80대 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었습니다.
단 두 마디지만, 너무나 많은 서사가 담겨있다는 걸 여러분 다 아실 겁니다.
또 '간병 비극'
아버지가 나를 못 알아볼지언정, 낳아주고 길러주셨는데 어찌 자식이 모른 척하겠습니까.
고운 마음과는 다르게 현실은 참 지옥이었습니다.
아무리 지극정성으로 돌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은 같은 날 함께 세상을 등졌습니다.
아들의 옷에서는 주소가 적힌 신분증, 그리고 치매를 앓는 아버지에 관한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이 죽음 앞에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요.
그곳에서는 평안하시기만을 간절히 빕니다.
김근우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차 한 대가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고, 구급차가 뒤따릅니다.
50대 남성 A 씨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건 오전 8시 20분쯤입니다.
A 씨 집을 찾아간 경찰은 안방에서 80대 아버지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A 씨는 심한 치매를 앓는 아버지와 15년 넘게 함께 살며 간병해온 거로 파악됐습니다.
[이웃 주민 : 요양병원에 가면 (환자들이) 그래도 사람은 구별하잖아요. 근데 그 구별도 잘 못하는 거 같더라고요. (아버지를) 모시고 나오면서 부축도 하고, 말도 공손하게 하고 참 잘하더라고요.]
고령화에 따라 간병 부담이 늘어나면서 비슷한 비극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뇌 병변 장애 1급인 아들을 간호하다 살해한 60대 아버지가 구속기소 되기도 했습니다.
[정형선 /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 (YTN 뉴스Q 출연) : 우선 비용 문제죠. 최근에는 (하루에) 10만 원을 훌쩍 넘어서 12만 원, 이것저것 다 포함해서 15만 원까지도 들어가는 그런 상황이라 보통 부담이 아닌 거죠.]
정부가 중증환자 전담 병실 도입과 요양병원 간병 지원 등 대책을 마련했지만, 현장의 부담을 덜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앵커]
태국에서 배송된 과자입니다.
포장지를 까보니 신종 마약이 잔뜩 들어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로 많았냐면, 죄다 마약이 들어 있어서 마약 없는 과자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마약 사범들이 워낙 날고 기니까 우리도 대응해야지 별 수 있습니까.
밀리미터까지 다 들여다보는 검색기 같은 첨단 장비도 들였습니다.
황보혜경 기자가 옷 속에 마약을 숨기고 검색대를 통과해봤거든요?
걸렸을까요?
영상 함께 보시죠.
낱개로 포장된 태국 과자를 뜯자, 분홍색 알약이 가득 들어 있습니다.
신종 마약 '야바'입니다.
"안 들어있는 게 별로 없는 거네, 지금."
미국발 특송 화물 펌프 속에 숨겨져 있던 흰색 가루를 간이 시약으로 검사해보니 필로폰이었습니다.
이렇게 지난해 인천국제공항 등을 통해 국내로 마약을 들여오다 적발된 건수는 모두 704건.
적발량은 770㎏가량으로, 2022년과 비교해보면 23%나 늘었습니다.
마약류 가운데 필로폰이 전체의 57%로 가장 많았고,
주요 출발 국가는 태국과 미국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밀수 경로는 국제 우편이나 화물을 통한 방식이 대부분이었지만, 여행객들이 직접 마약을 들여오다 적발된 물량도 1년 전보다 4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김현석 / 관세청 국제조사과장 : 2020년을 기점으로 마약 밀수의 대형화 추세가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행자 밀수가 큰 비중을 차지했던 코로나19 이전의 행태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관세청은 '밀리미터 신변검색기'와 '열화상 카메라' 등 첨단 장비로 여행객의 마약 밀수를 원천 차단하기로 했습니다.
마약을 옷 안에 숨기고 검색대를 통과해보겠습니다.
이렇게 마약을 숨긴 위치가 화면에 그대로 나타납니다.
[김영진 / 인천공항세관 마약조사1과 마약총괄팀장 : 마약검사는 촉수검사를 중점적으로 했는데, 이와 같은 장비로 어디에 은닉돼 있는지를 바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앵커]
보복 소비, 보복 여행.
코로나가 뭐라고 보복해야 할 게 참 많다 싶습니다.
해외여행 가는 분들이 늘면서 항공업계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요,
안전을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끔찍한 비명을 지르게 될 겁니다.
수요가 느니까 공급이 느는 건 당연지사죠?
특히 '가성비 갑'으로 불리는 저비용항공 운항이 늘고 있는데, 결함이나 지연 등으로 피해를 봤다는 제보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가난하다고 꿈까지 가난해서야 되겠습니까?
가격이 저렴하다고 안전까지 저렴하면 안 되는 겁니다.
업계 내부에서는 안전보다 실적을 우선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우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5일, 베트남 다낭행 에어서울 항공기입니다.
출발 직전 공항 직원들이 오더니 수화물을 빼기 시작합니다.
걱정하던 승객들이 들은 설명은 수화물 무게 기준 초과.
하지만 YTN 취재 결과 진짜 이유는 보조 연료 탱크 고장, 다시 말해 기체 결함이었습니다.
[김광진 / 에어서울 탑승객 : 불안했죠. 불안해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앞에 있는 좌석 등받이를 힘줘서 잡는다든지. 비행 내내 힘들긴 힘들더라고요. 위험한 것 같은 느낌도 들고….]
바로 다음 날에는 티웨이항공 비행기가 착륙 장치 결함으로 이륙 20분 만에 회항하고,
제주항공 여객기도 엔진 이상 신호로 회항하는 등 최근 저비용항공사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재작년까지만 해도 92%였던 저비용항공사 시간 준수율이 지난해엔 74%까지 떨어졌습니다.
항공기 정비 문제로 지연된 건수는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 증가 추세보다 가팔랐습니다.
에어서울과 제주항공은 1년 만에 무려 15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어느 저비용항공사 기장은 회사가 안전 관련 투자는 부족하고 운항횟수를 늘리는 데만 치중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언제든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전문가들도 안전 미흡에 우려를 나타냅니다.
[정윤식 / 항공안전 전문가 : 정비사가 모자람에 따라 정비 시간이 지금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점검을 해서 보내는 게 아니라 이상이 없으면 그냥 보내는 형태로 운영되는 상황인 것이죠.]
지난해 대형항공사 국제선 탑승객 숫자를 사상 처음 넘어서며 호황을 맞은 저비용항공사.
최근 결함과 지연이 잇따르는 만큼 안전과 서비스 개선이 절실하단 지적이 나옵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TN 안보라 (anbora@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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