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드러난 임진강…서로를 품던 지혜도 동난 걸까[금주의 B컷]
김창길 기자 2024. 1. 17. 21:52
“서리 내릴 무렵 참게는 소 한 마리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꽃게를 최고로 치지만 원래 가장 맛 좋은 게는 참게였다.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였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강원도를 제외한 7도 71곳의 토산물로 기록됐는데, 임진강 참게가 특히 유명했다.
북한이 극초음속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힌 지난 15일 경기 파주시의 접경지역을 찾았다. 파주 프로방스마을과 북한 황해북도 선전마을 사이를 흐르는 임진강이 바닥을 드러냈다. 참게들이 놀던 갯벌일까? 파주게는 서리가 내리기 전 바다로 돌아가 알을 낳는다. 이 무렵엔 싸움도 많이 일어났다. 통발을 놓기 좋은 자리를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였다. 사라진 ‘임진강 참게 줄당기기’는 ‘싸움’을 ‘놀이’로 순화시킨 민속놀이였다.
임진강은 거꾸로 흐르고 있는 것일까? 싸움마저도 서로의 품으로 안을 정도의 푸근함과 슬기로움을 가졌던 어른들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일까? 전쟁을 겪지 않은 남과 북의 임금들이 전쟁놀이를 하려 한다. 한 줄이 아닌 다섯 가닥의 줄로 하는 ‘임진강 참게 줄당기기’ 놀이는 서로 반대 방향으로만 잡아당기지 않는다. 게처럼 옆으로 당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한 놀이다.
사진·글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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