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인성' 제일 중요" 9년 만에 '수능' 제치고 1위…정순신 여파?

김정현 기자 2024. 1. 1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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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 2023'…성인 4000명 조사
2018~2022년 수능이 1위…인성·학폭 인식도 악화돼
"학폭 가해, 처벌 중요" 61%…"교권침해 심각" 63%
교권침해 심각한 이유…"학생인권 지나친 강조" 40%
가장 중요한 교육개혁 정책, 초등 늘봄학교 35% 1위
[서울=뉴시스] 지난 2022년 9월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푸른나무재단에서 열린 2022년 전국 학교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재단 관계자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24.01.17.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우리 국민들이 대학 입학전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대신 '인성'을 가장 많이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국책연구기관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5년 간은 수능이 1위였다.

지난해 정순신 변호사 자녀의 학교폭력 사태와 교권침해 논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한국교육개발원(KEDI)은 이런 내용을 담은 '교육여론조사(KEDI POLL 2023)'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조사는 교육 분야 국책연구기관인 KEDI가 지난 1999년부터 매년 교육 정책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를 활용하기 위해 실시하는 국민 인식조사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31일부터 8월17일까지 만 19세 이상 75세 미만의 전국 성인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했다.

대입 전형에서 가장 많이 반영돼야 할 전형 요소로는 인성 및 봉사활동(27.8%)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어 ▲특기·적성(26.0%) ▲수능(25.4%) ▲고교 내신 성적(18.7%) ▲면접(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인성 및 봉사활동이 1위를 차지한 것은 2014년 조사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다. 앞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지난 5년 동안은 수능이 줄곧 1위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을 초·중·고 학부모로 좁혀봐도 수능은 23.7%로 특기·적성(32.8%) 다음을 차지했다. 이어 인성 및 봉사활동(21.8%), 내신성적(20.5%) 등 순이다.

[세종=뉴시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 여론조사 2023 결과, 대입 전형 자료 중 가장 많이 반영해야 하는 요소로 '인성'이 1위를 차지했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9년 만의 일로, 지난 5년 간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1위였다. (자료=한국교육개발원 홈페이지 갈무리). 2024.01.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진은 국민들 사이에서 학생들의 인성 수준이 나빠지고 있다는 생각과 학교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을 그 원인으로 추정했다.

초·중·고 학생들의 인성 수준과 관련, 5점 만점에 평균 2.58점으로 전년도(2.71점)와 견줘 0.13점 하락했다. 전체 응답자 45.9%가 학생들의 인성 수준에 대해 '매우 낮다' 또는 '낮다'는 평가를 내린 것이다.

초·중·고 교육에서 역점을 둬야 할 사항을 묻는 질문에서도 사회성·인간관계가 25.2%로 가장 높았고 도덕성(15.6%)과 창의력(12.2%) 등이 뒤를 이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해선 같은 기간 3.65점에서 3.69점으로 0.04점 증가했다. '매우 심각하다' 또는 '심각하다'를 택한 응답자가 전체 59.9%로 조사됐다.

또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조치에 있어선 '처벌을 중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60.6%로 절반을 넘었다. '화해와 선도를 중시해야 한다'는 답은 19.5% 수준이었다.

조사 직전인 지난해 상반기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던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과거 학교폭력 사건 관련 논란이 터지며 결국 낙마한 바 있다. 정 변호사의 아들은 학교폭력을 저지르고도 수능을 중심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진학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정부는 학교폭력 가해로 받은 징계 조치를 올해 예비 고2가 치를 예정인 2026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정시를 비롯한 모든 전형에 반영하도록 조처했다.

여기엔 지난해 7월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말미암은 교권침해 논란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학생 및 학생 보호자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정도에 대해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62.5%가 '심각함' 또는 '매우 심각함'을 택했다. 5점 만점에 평균 3.78점으로 최근 3년 새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교권침해가 심각한 이유를 묻자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은 응답률이 39.6%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학교교육이나 교원에 대한 불신(22.7%), 학생 및 학부모의 인식 부족(17.2%) 등 순으로 조사됐다.

[서울=뉴시스] 정순신 변호사가 지난해 10월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부 등 국정감사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는 모습. (사진=뉴시스DB). 2024.01.17. photo@newsis.com

현 정부의 가장 시급한 교육개혁 과제를 묻는 인식조사 결과에서는 저출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나타났다.

초등학교 정규 수업 전후 돌봄과 방과 후 교육을 확대하는 '늘봄학교'가 34.8%로 1위를 차지했고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유보통합'(27.1%)이 뒤이었다.

향후 강조해야 할 교육 정책으로 유·초·중·고 분야는 ▲방과 후 돌봄정책 확대 및 서비스 강화 ▲인성교육 활성화가 각각 20.0%로 1위를 차지했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통합체제 안정화(12.3%)가 뒤이었다.

대학 분야 정책에 대해 묻자 공정한 대입제도 운영(28.0%)이 1위였고 등록금 부담 경감(18.5%), 첨단 분야 인재양성(10.8%) 등 순서로 나타났다.

5년 전에 비해 우리나라 교육 질이 좋아졌다고 보느냐는 물음에는 34.2%가 '부정적' 또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긍정적' 또는 '매우 긍정적'은 20.0%에 그쳤다.

사교육비 부담이 '크다' 또는 '매우 크다'는 응답자는 65.2%로 나타났다. 이를 5점 척도로 바꾸면 초등학교 3.84점→중학교 3.98점→고등학교 4.08점으로 대입에 가까울수록 사교육비 부담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초·중·고 학생들의 삶의 질 수준에 대한 인식을 물은 결과 5점 만점에 평균 2.79점으로, 초등학교 2.96점→중학교 2.68점→고등학교 2.48점이었다. 성인들은 학생이 커갈수록 행복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자녀를 둔 학부모에게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느끼는지 묻자, 유치원 2.94점→초등학교 3.10점→중학교 3.27점→고등학교 3.32점 순으로 학교급이 높아질 수록 불안감이 커졌다.

우리나라의 교육 분야 양극화 현상에 대해서는 심각하다는 응답자가 과반 이상인 68.8%였다. 보통은 28.2%였고 심각하지 않다는 응답은 3.1%에 그쳤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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