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드라마 팬들 설렘 계 탔다('모래에도 꽃이 핀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2024. 1. 17. 18:5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동윤·이주명, 톱스타가 아니어서 더 설렐 수 있다는 건(‘모래에도 꽃이 핀다’)

[엔터미디어=최영균의 듣보잡('듣'고 '보'고 '잡'담하기)] ENA는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채널로 많은 시청자들이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만 설명하기에는 이후에도 꽤 괜찮은 시청률의 드라마를 꾸준히 배출하고 있다. <남남>과 <유괴의 날>은 최고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 5%를 돌파했고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도 4%를 넘기면서 케이블 채널로는 드물게 성공적이라 할 수 있는 시청률의 드라마를 계속 쌓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NA는 지상파 방송이나 종편의 JTBC, 그리고 같은 케이블 채널의 tvN 등에 비해 드라마 맛집 채널로 확고히 인식되는 정도는 아직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선보인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드라마 팬들에게 ENA의 브랜드를 이전과는 차별화되게 확실히 새겨 넣고 있는 듯하다.

ENA 드라마 중 시청률이 높았던 경우는 장르물적 성향이 강했다. <남남>은 코미디, <유괴의 날>과 <오랫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는 미스터리 스릴러물이었다. 아무래도 드라마를 믿고 보는 채널로 자리 잡기 위해 우선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며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좋은 장르물이 유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이런 맥락을 다소 벗어난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일부 스릴러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청춘 로맨스물이다. 잔잔하고 따뜻한 이런 착한 드라마는 인지도가 확고한 채널에서도 자주 보기 힘든 장르다. SBS <그해 우리는>, <스물다섯 스물하나>, tvN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간간이 방송되지만 나오면 열심히 챙겨보는 샤이 팬층이 은근히 존재하는 그런 류의 작품들이다.

이런 드라마를 ENA에서 만나는 일이 예상 밖인 이유는 ENA는 왠지 더 자극적이고 강렬한 장르물들로 채널 존재감을 더 빨리 다져가려고 할 것 같다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래서 착한 드라마 팬들은 계를 탄 기분으로 <모래에도 꽃이 핀다>가 전해주는 설렘을 반가워하고 있고 향후 ENA 행보를 좀 더 관심 갖고 지켜보는 이들도 늘었을 듯하다.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어릴 때 천재였지만 만년 무명인 씨름 선수 김백두(장동윤)와 어린 시절 골목대장 오유경(이주명)이 다시 만나 벌어지는 청춘 성장 로맨스다. 씨름이라는 스포츠를 매개체로 성장을 그려나가는 데는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범죄, 죽음과 관련된 스릴러를 로맨스에 버무린 점에서는 <동백꽃이 필 무렵>과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김태리와 남주혁이 주연을 맡은 <스물다섯 스물하나>나 공효진과 강하늘의 <동백꽃 필 무렵>과 비교하면 남녀 주인공 장동윤과 이주명이 상대적으로 톱스타가 아니라는 점에서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장동윤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써치> 등의 작품에서 안정적인 연기로 젊은 남자 배우 중 기대주로 떠올랐다. 이주명은 <스물다섯 스물하나> 등에서 차갑고 강한 도시 미녀 느낌의 외모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여 왔다.

두 주인공의 연기는 되레 익숙한 톱스타가 아니어서 <모래에도 꽃이 핀다>를 더욱 설레게 만든다.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려내는 연기력도 좋은데 신선한 얼굴들이라 둘의 로맨스 전개에 있어 순수함이 더 증폭되고 설렘을 배가시킨다.

장동윤의 순박함과 이주명의 강함은 둘 모두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드러내놓고 표현하지 못하게 만든다. 김백두는 수줍음에, 오유경은 츤데레 기질 때문에 그렇다. 그러면서도 서로의 곁을 맴도는 둘의 모습은 시청자들의 설렘을 한계치까지 끌어 올려놓는다.

이 과정에서 김백두는 오유경의 도움으로 운동선수로서도 각성해 성취를 이뤄나가는 성장 드라마의 재미도 함께 한다. 이 드라마는 경상도 해안가 가상의 마을 거산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데 경상도 사투리 특유의 무뚝뚝함도 로맨스를 맛깔나게 만든다. 투박하게 대하면서도 은근히 챙기는 경상도식 썸 장면들이 시청자들의 애틋함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어촌 마을 특유의 추억을 자극하는 풍경도 30, 40대 시청자들이 시간여행을 통해 주인공 두 청춘의 로맨스에 더 몰입하게 만든다. 마을 사람들이 자주 모이고 다른 집 자식들의 일을 내 일처럼 알고 교류하던 모습들은 착한 청춘 로맨스 드라마를 좋아하는 30, 40대 시청자들을 주인공들과 같은 나이로 돌려보내 준다.

1%대 중반에서 시작한 <모래에도 꽃이 핀다>의 시청률은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상승세를 타며 2%대 중반으로 올라섰다. 착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만큼 시청률이 계속 상승하면 좋겠지만 최종 시청률이 현재보다 많이 높지 않아도 <모래에도 꽃이 핀다>는 좋은 청춘 로맨스 드라마의 계보를 잇는 작품으로 시청자들의 기억에 남을 듯하다.

최영균 칼럼니스트 busylumpen@gmail.com

[사진=ENA]

Copyright © 엔터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