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 이방원’ 제작진, 말 학대 혐의 벌금 1000만원

강주일 기자 2024. 1. 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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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1 ‘태종 이방원’



드라마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말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KBS 제작진과 방송국이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1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8단독 전범식 판사는 이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KBS 프로듀서 김모 씨 등 제작진 3명에게 각각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

양벌규정으로 함께 기소된 KBS에는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피해 말이 받았을 고통, 방송 이후 야기된 사회적 파장 등에 비춰보면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책했다.

이어 “실제 말을 넘어지게 하지 않고 스턴트맨이 낙마하거나 유사한 모형을 제작해 사용하는 방법,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며 “표현의 사실성이 떨어진다거나 제작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정 등으로 말을 넘어뜨리는 방법을 선택한 것에 회피 가능성이 없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관행적 촬영 방법을 답습해 범행에 이른 점, 이후 KBS 주관 아래 방송 제작 지침을 제정해 시행하는 점 등을 고려해 형량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21년 11월 2일 KBS1 대하사극 ‘태종 이방원’ 촬영 과정에서 낙마 장면 촬영을 위해 말의 앞다리를 밧줄로 묶은 뒤 달리게 해 바닥에 고꾸라지게 한 뒤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고꾸라진 말은 촬영 닷새 뒤 죽었다.

문제의 촬영 장면은 2022년 1월 방송된 ‘태종 이방원’ 7회에 담겼다. 이후 스포츠경향 보도에 의해 말의 목이 심하게 꺾이고 말이 일어서지 못하고, 스터트맨도 바닥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당시 영상을 본 전문가들 역시 “불필요한 촬영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동물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주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학대로 규정하고 금지한다.

이후 KBS측은 생명 윤리와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출연 동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 조항을 마련했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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