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판·검사 출신 경영자' 약진 계속…올해 사외이사 영입도 줄잇나

이준호 기자 2024. 1. 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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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승 쿠팡 대표,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판사로 활동
홍석조 BGF그룹 회장, 검사장까지 지낸 법조인 출신
올해 주총서도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영입 지속될 듯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 (사진=쿠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유통 업계에서도 판·검사 등 법조인 출신 경영자들의 약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올해 주주총회에서 법조인 출신 사외이사 영입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법리에 밝은 법조인 출신 전문경영인들은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유의 추진력을 통한 수익 창출 능력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17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법조인 출신 유통(이커머스) 전문 경영인으로 강한승 쿠팡 대표이사가 꼽힌다. 지난해 11월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신임을 다시 받아 대표에 재선임 됐으며, 임기는 2026년 11월까지다.

윤석열 대통령과 사법시험(33회)·사법연수원(23기) 동기로 알려진 강 대표는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서울고법 판사를 지낸 뒤 변호사로도 활동했다.

강 대표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쿠팡의 자문을 맡다가, 김범석 의장 등의 요청으로 아예 경영까지 총괄하게 된 케이스다.

그는 조용한 리더십과 함께 과감한 투자를 앞세워 쿠팡의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Inc.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추진했고, 2022년 3분기부터 흑자전환 한 이후 5개 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쿠팡 계열사에는 또다른 법조인 출신 대표들도 있다.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대표(사법시험 42회·사법연수원 32기)는 검사 출신으로 부산지검, 수원지검, 서울서부지검에서 근무했고 대검 검찰연구관도 지냈다. 홍 대표도 강 대표와 같은 율사 출신이며 김앤장에서 변호사를 거친 경영인이다.

또 쿠팡은 지난해 9월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공보를 담당했던 이혜은 전 부장검사(사법시험 43회·사법연수원33기)를 경영관리실 전무로 영입했다. 이 전무는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와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1부장 등을 역임했다.

홍석조 BGF그룹 회장(사법시험 18회·사법연수원 8기)도 광주고검 검사장까지 지낸 대표적인 법조인 출신 오너 경영인이다.

특유의 추진력과 전략으로 국내 편의점 사업을 확대한 'K편의점 대부'로 평가된다. 홍 회장은 취임 후 회사 이름과 편의점 브랜드명을 각각 BGF리테일과 CU로 바꾸고 일본 훼미리마트와도 결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후 CU의 점포 수를 공격적으로 늘려나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전국 1만5000여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는 업계 1위다. 최근에는 몽골·말레이시아 등 해외에도 잇따라 진출하며 'K편의점' 시스템을 전파했다.

BGF그룹은 오너 2세 경영 시대로 본격 전환하는 모습이다. 홍 회장의 장남 홍정국 부회장이 BGF 대표이사 부회장 겸 BGF리테일 부회장으로 CU 편의점 등 그룹의 모체 사업을 이끌고 있고, 차남인 홍정혁 BGF 사장 겸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는 신소재 등 신사업을 맡고 있다.

BGF그룹 홍석조 회장(가운데)과 BGF리테일 이건준 대표(오른쪽 첫 번째), BGF 홍정국 대표(왼쪽 첫 번째) 등 임직원들이 BGF와 CU 10주년 기념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BGF그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의 조직개편으로 지난해 말 선임 1년만에 사임한 강호성 CJ 경영지원 대표도 검사 출신이다. 그는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가수 싸이의 군 재입대 사건과 백지영, 주병진 사건을 맡으며 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알렸다.

2013년 CJ ENM의 전략추진실 법무실장으로 영입된 그는 경영지원 총괄 부사장과 CJ그룹 지주사인 CJ에서 경영지원 총괄 업무를 맡았는데 지난해 말 사의를 표명하며 용퇴했다.

이 외에도 함윤식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사법시험 37회·사법연수원 27기)은 과거 서울고법 판사와 김앤장 변호사를 지냈다. 박은재 롯데지주 준법경영실 부사장(사법시험 34회·사법연수원 24기)은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을 역임한 검사 출신이다.

식품 업계에서는 강선희 SPC그룹 대표(사법시험 30회·사법연수원20기)가 대표적인 법조인 출신 전문경영인이다.

그는 대구지법과 서울지법 등에서 판사로 일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내기도 했다. 2004년에는 SK그룹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SK이노베이션에서 지속가능경영본부장(부사장)까지 맡았다.

사외이사로 활약 중인 검사 출신 법조인도 곳곳에 포진해 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검사 출신 이건리 변호사(사법시험 26회·사법연수원 16기)를 신규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이 변호사는 제주지검장과 창원지검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을 거쳤다.

이마트는 지난해 검사 출신의 이상호 법무법인 율무 대표 변호사(사법시험 32회·사법연수원 22기)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2차장과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대전지검 지검장 등을 지냈다.

이 외에 CJ ENM에선 한상대 전 검찰총장(사법시험 23회·사법연수원 13기)이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롯데쇼핑에선 윤 대통령의 연수원 동기이자 서울고검 검사장을 지낸 조상철 변호사(사법시험 33회·사법연수원 23기)가 사외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오리온에선 현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인 김홍일 사외이사(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부산고검장)가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치고,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이 후임으로 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 추세대로라면 올해 주주총회에서도 법조인 출신들이 대거 사외이사에 영입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uno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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