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우·현빈 등 90여명 리메이크 ‘가질 수 없는 너’, 뱅크 정시로

서정민 기자 2024. 1. 1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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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뱅크 개라지서 매달 2번씩 무대
18일 마포아트센터 ‘어떤가요’ 공연
‘가질 수 없는 너’로 유명한 뱅크 정시로. 마포문화재단 제공

지난 11일 찾아간 경기도 파주 탄현면 헤이리 예술마을 인근 뱅크 개라지. 밖에서 보면 평범한 차고처럼 생겼지만, 안에 들어가니 별천지다. 피아노, 기타, 드럼 등이 놓인 무대가 있고, 모터사이클도 2대나 세워져 있다. 드론, 피규어 등도 보인다.

“이곳의 테마는 배트맨 기지입니다.” 주인장 정시로(본명 정일영)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곳곳에 배트맨 로고가 박혀 있다. 커피와 차를 내는 카운터 위에는 배트맨의 도시인 고담시 야경이 새겨져 있다. 이곳은 정시로가 지난 2022년 문을 연 라이브 카페다. 자신의 프로젝트 그룹 이름 뱅크에다 차고를 뜻하는 개라지를 붙였다.

‘가질 수 없는 너’로 유명한 뱅크 정시로. 마포문화재단 제공

뱅크 하면 떠오르는 곡이 ‘가질 수 없는 너’다. 1995년 데뷔 앨범 수록곡이니 어느덧 29년이나 됐다. 하지만 지금도 노래방 차트에 들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가수 박완규·김연우·거미, 배우 현빈 등 90여명이 리메이크 했고, 요즘도 리메이크 요청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한다. 정시로는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10대 시절의 그는 야구, 테니스 등 운동은 좋아해도 음악엔 관심이 없었다. 대학교 철학과에 가고 나서야 음악이 눈에 들어왔다. “주변에서 음악 하는 사람을 멋있어 하길래 나도 해볼까 한 거죠.” 독학으로 음악 이론을 공부하고 건반도 익혔다. 정상급 연주자들로 이뤄진 그룹 유영선과 커넥션에 세션 연주자로 들어가 편곡 등 혹독한 가르침을 받았다. 가수 박준희에게 ‘앨리스’라는 노래를 써주는 등 작곡가로도 활동했다.

1993년 음반사 대영에이브이(AV)에 음악감독으로 들어가 넥스트, 공일오비, 전람회 등 앨범 작업을 맡았다. 그러다 뱅크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내기로 했다. “원래 저는 프로듀싱만 하고 노래는 다른 신인 가수가 부를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만둬서 어쩔 수 없이 제가 마이크를 잡았죠.” 결국 메인보컬 정시로, 서브보컬 설처용 2인조로 데뷔 앨범을 냈다. 설처용은 얼마 뒤 탈퇴해 훗날 밴드 시나위 보컬 김바다가 됐다.

‘가질 수 없는 너’로 유명한 뱅크 정시로. 마포문화재단 제공

“뱅크 앨범을 낸 뒤에도 녹음실에서 다른 가수 앨범 작업하느라 바빴어요. 그러다 라디오 생방송 때문에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갔더니 카세트테이프 노점상마다 ‘가질 수 없는 너’가 나오더군요. 믿을 수 없었죠. 마로니에공원 라디오 생방송에서 라이브로 ‘가질 수 없는 너’를 부르는데, 사람들이 너무 크게 따라불러서 저는 네 마디만 부르고는 가만 있었어요.”

이후에도 2집의 ‘이젠 널 인정하려 해’, 3집의 ‘아회재백야’, 4집의 ‘가을의 전설’ 등이 잇따라 히트했다. 그는 “방송 활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닌데, 운이 좋았다. 나는 스스로를 가수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음악 만드는 게 좋았다”고 했다.

2012년 8집까지 내는 등 꾸준히 활동해오던 그에게 이상 신호가 왔다. 신장이 안 좋아진 것이다. 6년 전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데 이어, 눈 수술도 받았다. “수술하고 침대에 누워 있는 동안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계속 달리느라 보지 못했던 풍경도 이제는 좀 보고, 좋아하는 바이크도 타자 결심했죠.” 일어나자마자 모터사이클부터 샀다. 지금은 125㏄ 베스파와 장거리용 500㏄ 피아지오를 번갈아 타며 삶을 즐긴다.

‘가질 수 없는 너’로 유명한 뱅크 정시로. 마포문화재단 제공

2019년 ‘안티테이너’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틈틈이 신곡을 하나씩 발표하고 모두 12곡이 모이면 9집 앨범으로 낸다는 계획이다. 2021년 ‘헤어진 날의 일기’까지 3곡을 냈다. “요즘엔 엔터테이너들이 넘쳐나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안티테이너’라 이름 붙였어요. 엔터테이너는 음악 이외의 것으로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안티테이너는 음악이 출중하고 지속적이어야 해요. 저에게 음악은 가수나 배우 같은 ‘직’이 아니라 평생 함께할 ‘업’에 가까워요. 앞으로도 멋지게 음악 할 겁니다.”

그는 뱅크 개라지에서 유튜브 뱅크 채널 콘텐츠를 촬영해 올리고, 매달 둘째·넷째 토요일 ‘기차와 소나무’의 가수 이규석, 배우 이재용과 함께 ‘아삼륙’이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선다. 18일에는 서울 마포아트센터 기획공연 ‘어떤가요’에서 히트곡을 들려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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