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진’ 쌀 퇴출 방침에 반발 여전

박철현 기자 2024. 1. 1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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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과점 재배로 병충해 취약
2026년까지만 종자 공급할 것”
농가 “시장 인정한 고품질인데
퇴출이 웬말…브랜드 지켜야”
데이터 재평가·대책 마련 필요
15일 전북 전주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신동진’ 쌀을 고르고 있다.

전북을 대표하는 쌀 품종 ‘신동진’을 둘러싼 논쟁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되풀이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수확 품종인 ‘신동진’을 2027년 이후에는 퇴출시키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분명히 한데 비해 농민들은 시장에서 인정받은 품종을 다수확이라는 이유만으로 퇴출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12일 전북도청에서 쌀 적정 생산 대책과 관련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한 설명회를 연 자리에서 다수확 품종에 대해 2026년까지만 종자를 공급하고, 공공비축용 매입도 2027년부터는 중단하겠다는 내용을 설명했다.

논란의 중심은 ‘신동진’이었다. 농식품부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동진’ 퇴출을 분명히 한 데 대해 농민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신동진’ 종자 보급을 올해까지만 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가 농민들의 반발에 부닥치자 기간을 2026년까지로 2년 유예한 바 있다.

농민들이 반발하는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신동진’이야말로 시장에서 인정받는 고품질 쌀이라는 점이다. 농식품부의 대책이 적정 생산뿐 아니라 쌀 품질 고급화에 맞춰져 있는데, 현재 시장에서 다른 품종에 비해 비싼 값에 팔리고 있는 ‘신동진’이 고품질 쌀이 아니면 뭐냐는 것이다.

임만수 전국쌀생산자협회 전북본부 사무처장은 “현재 도의 50% 이상이 ‘신동진’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며 “‘신동진’ 쌀은 가격이 비싸도 밥알이 크고 맛이 좋아 소비자들이 잘 사가기 때문인데, ‘신동진’이 고품질 쌀의 대명사라는 증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전북 농민들이 그동안 ‘신동진’을 고품질 쌀로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을 무시하고, 다수확 품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퇴출시키는 것은 오히려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장수용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장은 “우리나라 쌀 중에 품종명이 브랜드 파워를 갖는 경우는 ‘신동진’이 유일하다”면서 “예전엔 시장에서 ‘똥쌀’이라 불리며 팔리지도 않았던 전북 쌀을 팔기 위해 피땀으로 노력해서 만든 브랜드 파워를 그냥 버리게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지금 정부 계획대로라면 농가소득 감소가 불 보듯 뻔한데도 그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이 문제라는 목소리도 크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쌀 생산과잉이 지속되면서 전체적으로 쌀값 불안정이 이어지는 만큼 쌀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다수확 품종은 정리하고 고품질 쌀 생산으로 쌀산업을 개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신동진’ 퇴출이 다수확 품종이라는 이유 때문만은 아니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북에서 ‘신동진’ 재배가 확대돼 과잉 점유 재배가 되면서 병충해에 취약한 상태가 됐다는 점이 고려됐다는 것이다.

정순일 농식품부 식량산업과 농업사무관은 “지역 내에서 한 품종을 과잉 점유 재배하면 병에 약해지는 특성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2021년에 발생한 대규모 도열병이 그 사례”라면서 “이에 대한 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농식품부가 품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농민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고품질 쌀 육성정책을 마련해 농가소득 보전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는 해법이 제기된다.

유창식 무형친환경영농조합법인 대표(70·익산시 망성면)는 “미질·단백질량·단맛 등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와 정확한 수확량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농민들을 설득해야지 그냥 품종을 전환하라고 강요하면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회장은 “‘신동진’에 대한 데이터는 1999년에 확립된 것인데, 기후 여건 등을 감안하면 현시점에서 수확량 등에 대한 데이터를 다시 축적해 재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최악의 경우 공공비축미 매입 품종에서 제외하더라도 종자 보급은 계속하는 등 ‘신동진’이라는 브랜드가 지켜질 수 있도록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남은 유예기간 동안 쌀의 품질과 수확량에 대한 명확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농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도 그동안 의견을 더 청취해 면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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