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MPANY] `친환경 ESS` 양수발전으로 세 마리 토끼 잡는다

정석준 2024. 1. 16.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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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양수발전 조감도 <한수원>
<한수원>
황주호 한수원 사장(가운데)이 지난해 7월 17일 경북 영양군, 경남 합천군과 '양수발전소 건설 및 유치지역 발전을 위한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이 양수발전으로 친환경과 관광, 전력계통 안정화 등 세 마리 토끼를 잡는다. 정부의 양수발전 신설 사업에 참여해 40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선보인다.

◇한수원, 신규 양수발전 사업 박차

16일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등에 따르면 최근 한수원은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담긴 신규 양수발전소 사업에 우선사업자로 선정됐다.

한수원은 경남 합천군에 225메가와트(MW) 양수발전기 4기를 2034년 12월 준공할 계획이다. 설비용량은 900MW이며 예상사업비는 약 1.8조원이다.

경북 영양에는 2조원을 들여 250MW급 양수발전기 4기를 짓는다. 영양 양수발전 사업은 예비사업자로 우선사업자와 함께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는다.

이미 한수원은 전국 3곳에서 양수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충북 영동에는 250MW급 2기가 2030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영동 양수발전은 지난해 5월 이설도로 공사를 착공했으며 11월 실시계획을 신청했다. 올해 3월에는 주설비공사 입찰공고를 앞두고 있다.

강원 홍천에는 300MW급 2기가 2032년 12월 완공되며 경기 포천에는 350MW급 2기가 2034년 12월 준공을 앞두고 있다. 홍천과 포천 양수발전은 지난해 9월 예정구역 지정을 마치고 이설도로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예상 사업비는 영동 1.2조원, 홍천 1.6조원, 포천 1.5조원이다.

◇'친환경 ESS' 양수발전=일석다(多)조

양수발전은 일석다(多)조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양수발전소는 전력수요가 적은 야간이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많은 시간의 남는 전기를 이용해 하부 댐에 있던 물을 상부 댐으로 끌어올린다.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시간에는 상부 댐의 물을 떨어뜨려 전력을 생산한다.

양수발전은 최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나면서 발생하는 전력계통 불안정 부담을 덜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기는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잘 맞기 위해 일정한 주파수가 유지돼야 한다. 한국은 주파수가 60헤르츠(Hz) 수준으로 유지하며 각종 산업에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발전량이 과하면 주파수가 불안정해져 악영향을 주지만 양수발전이 이를 완화해주는 것이다.

특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증하는 경우 양수발전소가 남는 전력을 하부 댐에 있던 물을 끌어 올리는데 사용하고 발전량이 줄어들면 전력을 생산해 '자연 ESS'(에너지저장장치) 역할을 한다. 최근 주간시간 상부로 물을 끌어올리는 횟수는 2016년 433회에서 2022년 1992회로 약 4.2배 증가했다. 전국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장시간 안정적 출력이 가능한 대용량 ESS로 쓰이는 셈이다.

지난해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한 '봄철 전력수급 특별대책기간'에는 신재생에너지 출력제어 비상운영을 시행하면서 주파수 유지, 송전혼잡 완화, 하향예비력 확보 등을 위해 양수발전을 최대한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발전량이 급감하는 경우에도 양수발전 진가가 발휘된다. 원자력이나 화력 등 대용량 발전기가 갑자기 정지됐을 때 양수발전소가 빠른 시간 내에 발전 출력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원전이나 화력 등 대형 발전소가 최대 출력을 내기까지 수 시간에서 수십 시간이 걸리지만 양수발전은 단 3분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인 블랙아웃 위기가 있었던 2011년 9월 15일 전력수요 급증으로 순환정전 사태가 발생했을 때 양수발전소는 상부댐에 저장돼 있던 물을 떨어뜨리며 즉각 전기를 생산했다. 한수원이 관리 중인 원전이 설비 고장 등으로 정지되는 경우에도 양수발전을 신속히 가동해 주파수 안정에 기여한 바 있다.

한수원은 경주 지진이나 울진·삼척 대형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 원전 출력이 변동되자 양수발전으로 대응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대용량 발전소들이 정지하면 이를 가동하기 위해 전기가 필요한데 양수발전이 전기를 생산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양수발전소는 관광명소로도 꼽힌다. 한수원은 양수발전에 홍보관을 마련해 댐 저수지와 어우러진 숲 등 자연경관을 소개하고 수력 발전 원리 등을 직접 소개하는 장으로 활용 중이다. 지자체들은 양수발전과 연계한 체험프로그램이나 시설을 마련하는 등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신규 양수발전 사업이 진행될 지역들도 관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수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는 지역우수인재 육성, 기숙사 마련, 영어마을 연수, 우수교사 유치 및 장학사업 등 교육 지원 정책 등도 시행된다. 합천군은 양수발전 유치 기원 당시 지방시대 구축 계기로 삼겠다고 밝히고 영양군 주민들이 양수발전 유치를 지역소멸 위기 극복 기회로 삼기 위한 결의대회까지 연 이유다. 한수원은 영동군과 지역상생협력금 지급과 지역균형발전, 주민복지 증진, 소득 증대 및 일자리 창출 사업 등 내용이 담긴 '지역발전 상생협력 이행합의서'를 체결했다.

◇정부, 양수발전 사업 지원

정부도 양수발전을 주목하고 있다. 전력 당국은 양수발전 필요물량을 1.75GW에서 20% 내외로 추산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의거해 한수원을 포함한 신규 양수발전 사업 2곳을 선정했으며 4개 사업도 예비로 선정해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사업자와 예비사업자는 모두 공공기관 운영법에 규정된 예비타당성조사를 받는다. 우선사업자는 2035년 3월 내 준공을 목표로 건설에 착수하고 예비사업자 물량에 대해서는 공기업 보유 석탄의 양수 대체 등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 2035년부터 2038년까지 순차 준공을 추진한다.

양수발전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적용한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프로젝트에도 포함됐다. 한수원은 지난해까지 2년간 녹색채권 시범사업에 참여해 총 3900억원의 한국형 녹색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한수원은 녹색금융 활성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환경부가 주최하고,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관한 '2023 녹색경영 및 녹색금융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녹색채권 발행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 녹색사업의 우수성뿐만 아니라 회사의 탄소중립 경영성과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녹색금융 확대를 위해 힘써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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