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시장에 찾아온 겨울과 스타트업 폐업 절차 [긱스]

2024. 1.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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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폐업하는 스타트업이 늘고 있습니다. 투자 혹한기 장기화 여파입니다. 폐업하는 그 순간에도, 세금 문제가 따라붙는다는 사실을 알기란 쉽지 않습니다. 잠깐의 휴식과 성공적인 새 출발을 위해, 강경구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가 스타트업 폐업에 필요한 세금 지식을 한경 긱스(Geeks)를 통해 전합니다.

2022년부터 위축되기 시작한 투자심리가 새해를 맞이한 현재까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인플레이션과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 금융시장의 변동성 증가 등이 투자시장 침체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투자심리가 위축될 경우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신용도가 높거나 영업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탄탄한 기업의 경우에는 사정이 좀 낫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자금조달 실패로 인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스타트업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벤처투자 정보업체 더브이씨의 자료에 따르면, 투자 유치 이력이 있는 국내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 중 작년에 폐업한 기업의 수는 총 146개로, 2022년 150개에 이어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 폐업 건수가 2021년 대비 31.6%가량 증가한 이후 유의미한 하락세로 전환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때 유니콘으로 평가받던 옐로모바일의 자회사 ‘옐로디지털마케팅’ ‘옐로오투오그룹’은 누적 기준으로 각각 511억과 30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였지만 결국 폐업했다. 그 외에도 더체크·프레시코드·오늘의꽃·남의집’ 등 여러 스타트업이 폐업의 위기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처럼 차갑게 얼어붙은 투자시장의 여파로 후속 투자 유치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스타트업이 충분한 성공 가능성이나 준수한 실적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창업주로서 폐업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오지 않는다면 가장 좋겠지만,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 폐업을 결정하는 것만큼 그 과정 또한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폐업 신고는 법인 소멸이 아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인사업자를 기준으로 폐업 절차를 정리하면 ‘폐업 신고’와 ‘해산 및 청산’, 크게 이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폐업신고는 사업자가 더 이상 영업활동을 수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신고하는 것으로, 사업을 실질적으로 폐업하는 날을 기준으로 폐업 신고서를 작성하여 관할 세무서 또는 홈택스에 제출하면서 사업자등록증을 반납하는 것이 주된 절차이며 상대적으로 간단하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폐업 신고가 영업의 종료를 의미할 뿐, 법인의 소멸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폐업 신고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영업활동 외에 법인의 채무 변제·재산 처분 등의 활동을 할 수 있고, 새로운 사업자등록을 통해 기존 법인 명의로 영업활동을 재개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즉 폐업 신고는 사업자등록을 말소시키지만 법인의 존재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법인격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는 ‘해산 및 청산’의 절차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있어서 해산 및 청산 절차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을 본격적으로 영위하지 못한 스타트업이거나 이해관계자가 많지 않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또는 상당한 기간 동안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폐업을 결정하는 등의 이유로 잔여재산이나 채무가 많지 않은 경우에는 직원들과 거래처를 정리하고 폐업 신고만을 한 채로 사실상의 청산절차를 종료하게 된다. 그 이유는 휴면법인에게 적용되는 해산 및 청산종결 의제 때문이다.

기업이 마지막 등기를 한 이후 5년을 경과하면 법원으로부터 최후 등기 공고에 관한 통지서를 받게 되고, 일정 신고 기간 내에 아무런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신고 기간 만료 시점에 해산된 것으로 의제 된다. 해산으로 의제 된 이후 3년 이내에 회사를 계속하지 않으면 기업은 3년이 경과한 때에 청산이 종결된 것으로 의제 되어 비로소 법인격이 소멸하게 된다. 앞서 말했듯이 잔여재산 등의 청산 사무가 크게 요구되지 않는 경우라면 복잡한 해산 및 청산절차 대신에 이와 같은 의제 규정을 통해 기업을 폐업한다.

반면 법률적인 해산 및 청산절차가 필요한 경우라면 다소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먼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써 해산을 결의함에 따라 해산 등기를 하게 되는데, 이때부터 해당 기업은 청산의 목적 범위 내에서만 존속하게 되고 기업의 재산적 권리 의무를 정리하는 청산절차를 통해 법인격을 소멸시키게 된다. 청산절차는 청산 사무를 집행할 청산인을 선임하는 것을 시작으로 재산조사와 채권자에 대한 신고 절차 및 채무 변제를 이행하고, 잔여재산을 주주에게 분배함으로써 청산 사무가 종결되어 비로소 청산종결 등기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러한 절차는 실무상 복잡하고 번거로울 수 있기 때문에 주로 법무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업 종료에도 필요한 세금 신고

앞서 살펴본 폐업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추가로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는데 바로 세금이다. 기업이 사업을 종료하는 마당에 무슨 세금인가 싶겠지만 의외로 신고해야 할 사항이 여러 가지 있다. 우선 폐업 시 부가가치세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직전 부가가치세 과세기간 이후부터 폐업일까지도 부가가치세 신고 대상 거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부가가치세 확정신고와 동일하게 부가가치세를 신고해야 한다. 폐업 신고 이후에는 사업자등록이 말소되어 세금계산서를 주고받을 수 없기 때문에 그전에 세금계산서 거래를 모두 정리할 필요가 있다. 폐업일이 속한 달의 다음 달 25일까지가 신고기한인 점이 통상의 확정신고와 다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폐업 전 기업이 취득한 재화 중 폐업 시까지 남아있는 재화가 있다면 폐업 부가가치세를 신고할 때 이를 과세표준에 포함하여야 한다. 폐업 시 잔존 재화는 폐업 이후 사업과 관계없이 사업자의 개인적인 목적 등으로 사용·소비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재화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다시 징수함으로써 사업자가 최종소비자로서 부가가치세를 부담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미처 판매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재고자산은 물론이고 매입세액을 공제받은 건물, 기계장치 등 감가상각자산 미경과분에 대해서도 신고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미리 잔존 재화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해산과 청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인세 신고 의무가 있다. 일반적으로 법인세는 기업의 정관에서 정한 회계기간을 한 사업연도로 하여 신고 의무가 발생하는데, 해산과 청산의 경우에는 다음의 사업연도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신고하여야 한다.


일반적인 법인세 신고와 달리 해산등기일을 기준으로 이전·이후 사업연도 각각에 대해 법인세를 신고하여야 한다. 청산 중 잔여재산가액이 확정되는 경우에는 해당 잔여재산가액 확정일까지를 한 사업연도로 보아 법인세를 신고해야 하는 것이다.

 청산 시 주주 배당소득도 유의해야

뿐만 아니라 확정된 잔여재산 가액을 기준으로 청산소득을 계산하고, 잔여재산가액 확정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청산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신고하여야 한다. 위에서 살펴본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 신고와는 별개다. 상당 기간 스타트업을 영위해 온 창업주라면 사업연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익숙할 수 있겠지만, 청산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대부분 생소할 것이므로 폐업 준비 과정에서 청산소득의 발생 여부 등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청산 과정에서 주주에게 잔여재산가액을 배분할 경우, 잔여재산을 분배 받은 주주에게는 배당소득도 발생한다. 기업이 잉여금을 재원으로 배당 결의를 통해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과는 형식적으로 차이가 있지만, 잔여재산가액을 확정하고 이를 주주에게 배분하는 과정이 일반적인 배당과 그 경제적 실질이 동일하므로 이를 배당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주주에게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이다. 기업은 실질적으로 주주에게 배당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잔여재산가액이 확정된 날을 배당소득의 지급일로 보아 소득세를 원천징수하고, 지급일이 속하는 달의 다음 달 10일까지 원천징수 세액을 납부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스타트업 폐업. 창업부터 길고 복잡한 폐업까지, 일련의 과정을 겪다 보면 그동안 일궈온 모든 것들이 공중분해된 것만 같은 생각에 재도전에 대한 의지가 상당 부분 꺾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어떤 것보다 값진 경험과 교훈을 얻는 시간이었을 수 있다. 이번의 실패를 발판 삼아 더 나은 사업으로 더 높이 재도약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피할 수 없는 폐업이라면 제대로 준비해서 새로운 시작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하자.
 
강경구 브릿지파트너스 대표회계사

△ KB국민은행 SME마케팅부 중소기업컨설팅
△ 안진회계법인
△ 재무감사·세무·CFO 자문
△ 브릿지코드 파트너 C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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