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폐배터리서 리튬 뽑는 SK 테스... 200兆 도시광산 잡는다

라스베이거스(미국)=권유정 기자 2024. 1. 16.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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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코플랜트가 인수한 테스 美 거점
인근 데이터센터·IT업체 기기 처리
북미 폐배터리 재활용 전초기지 목표

11일(현지 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TES) 공장. 카지노, 호텔 등 고층 빌딩이 몰려있는 도시 중심부에서 남쪽으로 30분가량 달리자 1~2층짜리 낮은 건물들이 모여있는 산업단지가 나타났다. 라스베이거스와는 어울리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공장 안으로 들어서자 곳곳에 은색 서버들이 성인 허리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각종 브랜드 로고가 박힌 노트북, 스마트폰, 하드디스크가 가득 담긴 박스들도 눈에 띄었다.

11일(현지 시각) SK에코플랜트 자회사 테스 라스베이거스 공장에 ITAD(IT Asset Disposition, IT자산처분서비스) 작업을 위한 IT기기들이 쌓여있는 모습. /SK그룹 제공

오종훈 테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근처 캘리포니아, 오리건주에 위치한 데이터센터나 IT 기업에서 가져온 제품들”이라며 “고객사 요청에 따라 기기나 장비 안에 있는 개인정보를 완전히 파기하는 ITAD(IT Asset Disposition, IT자산처분서비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데이터가 모두 삭제된 기기나 장비는 수리, 검수를 거쳐 재판매되거나 분해해 부품이나 원자재로 재활용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전기·전자폐기물(E-Waste), 폐배터리 등에서 희소금속을 추출하는 이른바 ‘도시광산’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2022년 약 1조원에 테스를 인수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테스는 미국을 포함한 23개국에 46개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날 방문한 라스베이거스 공장은 시애틀, 애틀랜타, 프레더릭스버그를 잇는 미국 내 4번째 거점이다. 지난해 2월 완공된 이 공장에서는 주로 서버 중심으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앞으로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북미 서부지역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게 SK에코플랜트 측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가 위치한 네바다주는 토지나 인건비가 저렴하고 지리적으로 캘리포니아, 오리건 등 미 서부 지역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한다. 캘리포니아에는 실리콘밸리, 오리건에는 애플,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데이터센터가 몰려 있다. 파나소닉, 테슬라, 세계 최대 리튬생산업체 앨버말 등은 네바다주에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미국 내 주요 전기차 배터리 생산 거점. SK에코플랜트와 테스는 라스베이거스 공장을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전초기지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테스 제공

테스는 이미 소형 폐배터리에서 코발트,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소형 폐배터리 분야에서 쌓은 역량을 토대로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을 선점한다는 포부다. 현재까지 회사가 처리한 폐배터리 물량은 누적 약 6000톤(t)으로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단순 환산하면 1억2000만대 수준이다. 리튬 기준 테스의 원자재 회수율은 약 95% 수준으로, 그 비율을 향후 98%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폐기물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다수의 인허가를 확보했다는 점도 테스 경쟁력을 더하는 요인이다. ITAD 사업은 개인정보와 브랜드 보호 기준이 높은 분야로, 국가별 법규나 규제 환경이 엄격하다. 특히 폐배터리를 다른 나라의 재활용 시설로 보내기 위해서는 폐기물의 국가 간 불법거래를 방지하는 바젤협약에 따른 인허가(바젤퍼밋)를 받아야 한다. 테스는 이미 30여 개 바젤 퍼밋을 보유한 상황이다.

오종훈 CSO는 “SK에코플랜트와 테스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 선점에 필요한 핵심 요소인 Logistics(물류)·Location(거점)·License(인허가), 3L을 모두 갖춘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동남아에서 일부 전기차 업체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처리하고 있고 미국 업체와도 LFP 배터리에서 리튬 회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고객사를 밝힐 수는 없지만 NCM(니켈·코발트·망간)배터리도 많이 확보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도시광산 전망은 밝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는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이 2040년 1741억2000만달러(한화 약 228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전자폐기물은 반도체 및 IT 경기 회복과 맞물려 시장 반등이 예상됐다. 얼라이드 마켓 리서치는 2020년 약 500억달러(약 60조원) 규모였던 전기·전자폐기물 시장 규모가 2028년 약 1440억달러(약 170조원)까지 3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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