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이는 미분양…" 지방 건설사 부도 위기설까지
[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개시로 건설업계가 한시름 던 모습이지만 지방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한 유동성 위기는 고조되고 있다. 악성 물량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이 지방에 대부분 몰려 있어서다.
16일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수는 5만927가구로 수도권(6998가구)을 7배 이상 웃돌았다. 전월에 비해선 0.1%로 소폭 감소했지만, 전년도 같은 기간에 비해선 6.9% 증가했다. 특히 지방 소재 준공 후 미분양주택은 8376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준공 후 미분양(1만465가구) 물량의 80%에 달하는 규모다.
공급 증가로 인한 수급불균형이 발생한 지역이 적지 않은 데다, 가파른 금리 인상 이후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며 수요가 감소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공사비마저 급등해 수요자들을 끌어들일 매력적 분양가를 제시하지 못한 것도 미분양 주택의 적체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렇다보니 분양 시장에서 청약경쟁률도 지방에서는 극히 저조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수도권과 거리가 먼 경상·전라도 등의 경쟁률이 특히 부진했고, 비교적 인접권인 경기·충청도에서도 시공사의 브랜드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방 건설사인 경우에도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상남도 산청군에 위치해 있는 '스위트캐슬 더프라임'에는 77가구 모집에 신청자가 단 1명에 그쳤다. 이 아파트의 시공사는 영우종합건설이다. 고운시티아이가 전라북도 임실군에 공급하는 '임실 고운라피네 더 퍼스트'는 129가구 공급 중 접수건수가 7건에 불과했다.
같은 지역이라도 건설사의 규모와 인지도에 따라 청약 경쟁률은 엇갈린다. 충청남도에 광신종합건설이 시공한 '아산 신창1차 광신프로그레스'는 448가구 모집에 9명이 신청하는 데 그쳤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서산 센트럴 아이파크'에는 공급 수(293가구)의 20배가 넘는 6019명이 청약했다.
준공 후 미분양에 신규 분양물량의 미계약 물량까지 더해지자 지방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설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10여곳의 건설사가 법정관리 신청한 후 회생 절차를 위한 포괄적 금지명령을 받을 정도로 악화돼 있다. 올해 들어서만 울산 부강종합건설, 인천 영동건설 등 4곳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광주지역의 중견 건설사 한국건설은 최근 시공 중인 오피스텔의 중도금 대출 이자를 납입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 수분양자들이 직접 납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한국건설은 홈페이지 공지 글을 통해 "아델리움 고객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최근 시공한 사업과 관련해 고객의 중도금 대출 이자는 납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안내했다.
고금리·고물가 등 대외 환경 영향으로 건설경기가 부진하고 수요침체를 벗어나기 힘든 여건이라 단기간 내 수요회복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비관적 분석마저 나온다. 부채 비율이 높고 현금 유동성이 좋지 않은 건설사들의 추가적인 도산 가능성도 제기되는 대목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물량은 해당 지역의 수요보다는 외부 투자 수요에 따라 물량 해소여부가 결정되는데, 현재로선 서울에서만 겨우 미분양을 피해가는 수준이라 당분간 시장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 10일 '주택 공급 확대·건설 경기 보완 방안'을 통해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을 내놓았지만, 시장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 속에 지방 주택건설업계의 위기는 쉽게 사그라들기 어려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정책은 현재 고금리와 주택시장 침체의 상황에 대한 적극적인 정책 의지로 평가된다"며 "다만 점진적인 완화안 정도"라고 말했다. '똘똘한 한채'에 대한 수요가 강한 상황에서 전세사기 여파로 전세보다 월세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자금 여력이 높지 않은 투자자들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지방 부동산을 매수할만한 요인으로 작용하긴 힘들 것이란 설명이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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