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0년 만에 125㎏… 반 년 만에 '빡!세게' 40㎏ 뺐더니
연예인도, 유명인도 아닌데 살이 너무 쪄서, 또 살이 너무 빠져서 화제가 된 기자가 있다. 기사 댓글도, 메일함에도 온통 ‘살’ 얘기뿐. (세상에 다이어트 비법을 묻는 메일을 받아본 기자가 또 있을까!) 그래서 아예 이걸 콘텐츠로 만든, “살신성인”의 아이콘 김종원 SBS 기자다.
“아마 제가 방송기자 중에 제일 뚱뚱했을걸요.” 키 175cm에 125kg. 그가 7년간 유지한 몸무게였다. 입사 10여 년 만에 50kg이 넘게 찐 것이었다. 2019년 미국 연수를 가고, 이듬해부터 바로 뉴욕특파원 생활을 시작하면서는 원래도 그렇던 몸이 더 “둥글둥글”해졌다. 그의 모습이 등장한 기사에는 ‘왜 이렇게 살이 쪘냐’ ‘살 좀 빼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그래도 먹는 행복이 더 크다 여겼던 그는 2022년, 의사로부터 ‘길 가다 뇌졸중으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는 경고를 듣고서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키토식과 간헐적 단식, 운동을 병행했는데 처음 10kg이 빠졌을 땐 아무도 못 알아봤다. 그런데 카메라 기자 휴가 등이 겹쳐 한동안 오디오로만 뉴스를 전하다 한 달 만에 화면에 등장했더니 주위에서 난리가 났다. 당시 뉴욕에서 생방송 뉴스 연결 중이었는데, 뉴스센터의 웅성거림이 이어폰을 통해 전해졌고, 휴대전화는 불이 났다. “어디 아픈 거냐” “건강 괜찮냐” 심지어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에도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글이 올라왔다. “마흔 넘어 살이 빠지니까 다이어트한다 생각하는 게 아니라 아픈지를 묻더라고요.(웃음) 살을 뺐다고 하니 어떻게 뺀 거냐고 하도 물어봐 책을 쓸까 생각도 했죠.”
당시 박정훈 SBS 사장은 보도본부장을 통해 살 뺀 걸 콘텐츠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하기도 했단다. 그때만 해도 말도 안 된다 생각했는데, 지난해 8월 귀국 후 뉴미디어제작부서에 온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 일타강사처럼 이슈를 설명해주는 영상 콘텐츠 ‘귀에 빡!종원’을 런칭한 뒤였기 때문이다. “유튜브 부서에 있고, 캐릭터 빌드업이 최대 과제였는데, ‘아 그 살 뺀 기자’라는 캐릭터라도 생길 수 있잖아요. ‘조회수가 낳은 괴물’이라 할 수도 있지만, 실제 많이들 물어보기도 했거든요. 살 어떻게 뺐냐? 아프신 거 아니죠? 이런 메일도 오고요. 그래서 제가 어떻게 뺐는지 알려주고, 잘 빼고 있는 건지 전문가 검증을 받는 식으로 ‘생로병사의 비밀’ 같은 정통 다큐보단 가볍고 셀럽의 다이어트 영상보단 무거운 선에서 만들었죠.”
그렇게 원 없이 먹고 찌던 시절을 가감 없이 공개하며(심지어 편집자가 그의 ‘인권’을 위해 일부 사진을 뺐을 정도) 자신 있게 만든 영상 3편이 지난 12일까지 차례로 공개됐다. 1,2편은 기대만큼 조회수가 안 나와 의기소침했는데, 두 편을 엮은 영상이 이틀 만에 40만 뷰를 훌쩍 넘자(15일 기준 66만) 위안이 됐다. 실시간으로 달라지는 ‘숫자’를 보며 “좌절감 혹은 도파민”을 느끼는 그는, 영락없는 5개월차 ‘유튜버’다.
2007년 SBS에 입사해 사회부와 탐사보도부 등에서 많은 시간을 일한 김 기자가 뉴욕에서 돌아오며 뉴미디어부서를 희망했던 것도 실은 “조회수 경쟁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미국에 있는 동안 “유튜브가 TV를 완전히 대체했다고 생각”한 그는 유튜브의 이점을 활용해 시간 제약 없이 뉴스 등을 제작하면서 “(조회수가) 터지면 도파민이 도는”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경험한 유튜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조회수 300만, 400만을 노렸는데 웬걸, 100만 넘기기도 만만치 않았다. 유튜브에 올라오는 영상이 너무 많아지고 알고리즘도 수시로 바뀌면서 전반적으로 조회수가 떨어지는 추세인 걸 몰랐던 탓이다. “‘계획’이 통하지 않는 게 유튜브라는 걸 절감했다”고 그는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의 목표는 “500만 아이템 하나 나오는 것”. ‘조낳괴’(조회수가 낳은 괴물)라 할지 모르지만, 그만큼 많이 보고 회자되는 기사라면 보람도 더 크지 않겠냐는 게 그의 말이다. 한때 “고발하는 뉴스만이 내게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이제 “하늘 아래 새로운 사실을 밝히는 것 말고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듣게 하는 방식도 있다”는 걸 알고 좌충우돌하며 나아가는 중이다.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사람들이 ‘귀에 빡!’ 꽂히는 그의 설명을 듣고 싶어 찾아 듣는 그런 진행자가 되기 위해서 말이다. 한편으로 새로운 내용을 발굴하는, ‘취재기자’의 본능에도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날렵하고 건강해진 몸으로, 매일 계단을 두 칸씩 오르면서,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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