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들 너도나도 로스쿨行” 인문계 ‘보험’ 된 변호사 자격증[문과생 로스쿨 블랙홀]

2024. 1. 1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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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으로 진로를 돌린 곽씨는 "전공 공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작 입사 원서를 쓸 땐 활용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로스쿨 입학생 30.3%는 사회계열, 22.6%는 인문계열이었다.

서울 소재 한 로스쿨 교수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다른 직장을 거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다 입학한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일단 너도나도 들어왔다 공부량에 치어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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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인재 ‘블랙홀’된 로스쿨
“칼취업했지만 반 년 만 퇴사”
“부업 고민하느니 자격증 올인”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1.“인문학 공부, 뿌듯했지만 취업에 썩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대학교 동기들도 너도나도 로스쿨 준비에 뛰어드는 분위기예요.” 서울 소재 대학 독어독문학과 출신 곽모(29)씨는 졸업 후 일반 직장 취업을 준비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단념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으로 진로를 돌린 곽씨는 “전공 공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정작 입사 원서를 쓸 땐 활용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2. “정년까지 버티려면 버티겠죠. 하지만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 인력이 되고 싶진 않았어요.” 5급 일반공채(행정고시) 출신인 30대 B씨도 올해 로스쿨로 향했다. A씨는 “50대 퇴직 후 다른 분야에서 업무를 이어갈 수 없다는 불안감이 컸다”고 했다. 이어 “이 나이에 (직장을) 나와서 선택지가 뭐가 있겠느냐”며 “차라리 나만의 전문성을 가질 수 있는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기업 부속품 될래, 전문직 될래?”
[게티이미지뱅크]

인문계 청년들의 불안이 ‘로스쿨’ 열풍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낮은 급여와 퇴직 후 진로에 대한 우려 끝에 이들은 수 년간 공부해온 전공을 뒤로 하고 변호사 자격증 취득에 뛰어든다. 일반 직장 재직자는 물론 고시를 거쳐 입직한 이들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이같은 현상이 늘고 있다.

대학 광고홍보학과 출신인 B(28)씨는 마지막 학기 중소기업 ‘칼취업’에 성공했지만 곧바로 로스쿨 시험에 뛰어들었다. 입사 후 고작 6개월 만이었다. B씨는 “막상 취업을 하고 나니 대기업 직장인들과의 격차가 너무 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컸다”며 “제2의 직업이나, 부업을 계속 고민하느니 전문직 자격증에 올인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로스쿨 진학 열풍은 특히 인문계 학생들 사이에선 이미 흔한 현상이다. 상위권 대학 인문계 재학생인 김모(24)씨는 “나름 열심히 공부해 명문 대학에 들어왔는데, 기업 부속품이 되느니 로스쿨에 가자는 이야기가 많다”며 “뜻이 같은 친구들끼린 일찍이 스터디를 꾸려 준비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우리 사회 ‘엘리트 코스’로 평가받던 행정고시에 합격했음에도 로스쿨 입학을 위해 관가를 떠나는 청년들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은 퇴직을 결심한 이유로 타 전문직 대비 낮은 보수와 공직 업무 자체에 대한 회의감, 위계가 뚜렷한 조직 문화 등을 주로 털어놓는다.

행정고시를 거쳐 경제 부처에 입직했던 C(28)씨는 1년 만에 짐을 쌌다. C씨는 “막상 들어와보니 ‘장관님 사조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익적 업무를 기대하고 들어왔지만 막상 의사결정 구조는 기대와 달랐다”고 말했다. 서울대 로스쿨 관계자는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출신 입학생이 이례적인 일은 절대 아니다”라며 “매년 반복되는 사례로, 대부분은 공직에 회의감을 호소한다”고 설명했다.

“로스쿨 열풍…‘낭인’ 양성 우려도”
[연합]

실제로 전국 로스쿨 입학생 중 법학계열 전공자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대신 인문계열 출신 입학생이 비중이 커지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에 따르면 2019년 17.7%였던 법학계열 입학생은 ▷2020년 17.7% ▷2021년 10.7% ▷2022년 8.1% ▷2023년 7.3%로, 5년 만에 절반 이상 감소했다. 반면 인문계열 입학자는 같은 기간 18.4%에서 20.5%로 늘었다. 다른 계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로스쿨 입학생 30.3%는 사회계열, 22.6%는 인문계열이었다.

일각에선 이같은 로스쿨의 인재 ‘블랙홀’ 현상에 대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당초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는 다양한 분야 인재를 받는 데 있었다. 그러나 전문직 선호가 사회적 현상으로 번지면서, 절반에 불과한 변호사시험 합격률 문턱에 걸려 다시 ‘낭인’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 소재 한 로스쿨 교수는 “10년 전과 비교하면 다른 직장을 거치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다 입학한 학생들이 많아졌다”며 “일단 너도나도 들어왔다 공부량에 치어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한편 로스쿨 입학시험인 리트(LEET) 경쟁은 매년 치열해지고 있다. 2016학년도 8110명이었던 리트 응시자는 매년 늘어 2020학년도 1만291명으로 1만명대를 넘겼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24학년도 시험엔 1만5647명이 모였다.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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