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 박사·김상욱 교수가 초통령?… 어린이 학습만화 잇단 도전

박세희 기자 2024. 1. 1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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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 전문가 등장인물로
학습만화 시장에 ‘지각변동’

육아멘토 오은영, 물리학자 김상욱, 뇌과학 전문가 정재승, 소설가 김영하. 자기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대중성까지 확보한 ‘전문가 셀러브리티’ 군단이 최근 ‘초통령’(초등학생들의 대통령)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무기로 어린이 학습만화 시장에 잇따라 도전장을 내민 것. 초등학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유튜브 스타들도 연이어 문을 두드리면서 이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다정한 물리학자’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는 지난해 11월 어린이 과학 동화 시리즈 ‘물리박사 김상욱의 수상한 연구실’(아울북)을 출간했다. 쉽고 친절하게 물리의 여러 원리를 설명한다. 오은영 박사는 지난해 6월 ‘오은영의 마음 수호대’(주니어김영사) 시리즈를 론칭했다. 오 박사가 어린이들의 다양한 고민을 직접 듣고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으며 함께 고충을 해결해 나가는 ‘마음 성장’ 학습만화다.

‘김영하의 세계문학 원정대’(주니어김영사)도 지난해 6월 나왔다. 소설가 김영하와 함께 세계 문학 작품 속으로 들어가 명작에 대해 알게 되고 현재의 관점에서 명작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학습만화 시리즈다. 뇌과학과 심리학을 도구로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정재승의 ‘인간 탐구 보고서’ ‘인류 탐구 보고서’(이상 아울북)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셀러브리티들이 학습만화에 뛰어들면서 책이 다루는 범위는 넓어지고 주제는 더욱 세밀해졌다. 과학으로 포괄됐던 것이 뇌과학, 물리 등으로 나뉘어진 것이 한 예다.

이들이 학습만화에 뛰어드는 주요 이유는 독자 외연 확장을 꼽을 수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미래 주요 독자층이 될 어린이 독자들에게 일찌감치 이름을 알릴 수 있다. 또 주인공이 등장하는 학습만화의 경우 그 사람이 해당 분야 대가이자 전문가라는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기 때문에 긍정적인 각인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명인이 저자인 경우, 저자의 팬덤을 자연스레 독자로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어린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자와 구매자가 다르다는 것. 부모 세대에게 유명한 사람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람은 다를 수 있다. 부모 세대는 잘 모르지만 어린이 사이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가 ‘흔한남매’ 시리즈다. 2명의 코미디언이 어린 남매를 연기하며 일상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의 주인공들이 책 속 등장 인물이 되어 여러 분야의 지식을 전달하는 시리즈로, ‘흔한남매 과학 탐험대’(주니어김영사) ‘흔한남매의 흔한 호기심’ ‘흔한남매 별난 세계 여행’ ‘흔한남매 이상한 나라의 고전 읽기’(이상 미래엔아이세움) 등으로 이어졌다. 이와 함께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티, 허팝, 양띵, 민쩌미 등도 어린이 팬덤을 겨냥한 책들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유명인의 책이라고 성공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어린 독자들의 흥미를 끌 재미있는 스토리와 개성은 필수이며, 균형 잡힌 내용과 철저한 감수가 꼭 필요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Why?’ 시리즈 23년간 8600만부 팔렸다

‘그리스 로마…’ 3000만부
‘마법천자문’은 2200만부

어린이 학습만화계의 베스트셀러로는 ‘Why? 시리즈’(사진·예림당)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나), ‘마법천자문’(아울북),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단꿈아이) 등을 꼽을 수 있다. 대부분 2000년대 초반에 시작된 시리즈들로, 어린이 필독서로 자리매김해 20년이 넘도록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시작한 ‘Why? 시리즈’는 과학, 수학, 인물, 역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아이들의 눈높이로 풀어 설명한 학습만화 시리즈로, 국내 누적 판매량이 8600만 부에 달한다. 지금까지 50여 개국에 저작권을 수출했다. 화가인 아버지가 남매에게 신화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는 형식의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만화로 풀어내 구성한 책으로 300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2003년 ‘불어라! 바람 풍風’을 시작으로 20년 동안 사랑받고 있는 한자 학습만화인 ‘마법천자문’은 2200만 부 누적 판매를 기록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도 활용되고 있다.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시리즈’는 저자의 역사 왜곡, 논문 표절 논란에도 500만 부 이상이 판매됐다.

설민석 시리즈를 제외한 세 시리즈는 모두 학습만화 열풍이 거셌던 2000년대 초반 시작했다. 지식과 정보를 담고 있어 부모의 교육열을 만족시키면서도 어린이들에게 재미도 주는 ‘일석이조’ 효과가 학습만화의 인기 요인이다. 국내 시장뿐 아니라 아시아, 중동, 유럽 등으로 수출되는 주요 한류 상품이기도 하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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