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선 핵심 기술로 수주잔고 2.3조 돌파…K조선의 ‘히든 챔피언’

2024. 1. 1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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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동성화인텍 안성공장 전경. 사진=동성화인텍



한국 조선사들이 2023년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세계 시장점유율 80%를 달성하며 수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과 궤를 같이하는 조선기자재 업체들의 일감도 크게 늘었다.

LNG선 수요가 급증하면서 동성케미컬의 LNG 보냉재 전문기업 동성화인텍에도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동성화인텍은 폴리우레탄(PU) 기반의 LNG선박용 초저온 보냉재 전문 제조기업이다.

 

 한국 LNG선 독주의 ‘숨은 공신’…4년치 일감 확보

탄소중립의 이행 과정에서 브리지 연료로 LNG 사용량이 증가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LNG 해상 물동량이 확대되면서 LNG선 발주가 급증했다. 이에 따라 LNG를 액체 상태로 유지, 보관하는 데 필수적인 초저온 보냉재 수요가 늘고 있다.

LNG선은 천연가스를 영하 163도로 냉각 후 600분의 1로 부피를 줄여 액체 상태로 운송한다. 천연가스를 액화하는 이유는 기체 상태보다 더 많은 양을 운반할 수 있어 운송과 보관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때 온도가 높아져 기화되면 부피가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기화를 막기 위해서는 초저온 보냉재가 필수적이다.

LNG선 수주 호황에 힘입어 동성화인텍의 2023년 신규 누적 수주는 1조1000억원을 돌파했다.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으로부터 LNG선 보냉재 공급 계약을 잇따라 따내면서 수주 잔고도 2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약 4년치 일감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글로벌 LNG 수출 2위 국가인 카타르의 2차 LNG 프로젝트가 올해 본격화하면서 한국 조선사들의 대규모 수주가 예상되는 만큼 동성화인텍의 낙수효과도 기대된다. 지난해 1차 발주 물량인 65척 중에선 한국 조선사들이 53척을 수주했고, 11척은 중국 업체가 가져갔다.

2차 발주 물량은 17만4000㎥급 40척 규모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신규 수주와 함께 그동안 쌓아온 수주 잔고도 본격적으로 매출로 인식돼 향후 3~4년간 수익성 개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유일’ 원료부터 제조까지 일괄 생산 시스템

동성화인텍은 LNG선 화물창 보냉재 원료부터 제조까지 일괄 생산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LNG선 화물창 보냉에 필요한 강화폴리우레탄폼(R-PUF), 인슐레이션 패널, 멤브레인 시트를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동성화인텍이 유일하다.

지난해 12월 19일 찾은 경기도 안성공장에서는 동성화인텍의 주요 제품인 초저온 보냉재 생산을 위해 거대한 자동화 로봇들이 각 공정에서 일사불란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강화우레탄폼(R-PUF) 위에 합판을 접착한 뒤 멤브레인 시트가 잘 붙을 수 있게 구멍을 내고 길을 만든다. 강화우레탄폼·합판·멤브레인 시트 순으로 완성하면 LNG선 화물창 제조에 사용되는 보냉재 형태가 만들어진다.

 

 증설에 250억원 투자…생산능력 50% 확대

동성화인텍은 2022년부터 총 250억원을 들여 안성공장 내 LNG 운반선 초저온 보냉재 생산 설비 증설에 나섰다. 이번에 증설이 완료되면 17만4000㎥급 LNG 운반선 기준 연 30척 수준의 초저온 보냉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2022년 생산능력 대비 50% 확대된 규모다.

초저온 보냉재의 생산공정은 크게 발포공정과 가공공정으로 나눠진다. 동성화인텍은 가공공정에 대한 자동화 생산체계를 구축해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원가 절감을 통한 이익 극대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동성화인텍 관계자는 “앞으로 현재 주력 제품인 마크3(Mark-III) 타입의 초저온 보냉재 외에 신규 타입 보냉재 생산 라인 추가 증설과 공정별 자동화 설비 추가 도입을 검토해 고객과 시장의 니즈에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GTT



한국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화물창 제작 시 프랑스 GTT의 멤브레인 방식을 사용한다. HD한국조선해양 계열과 삼성중공업은 멤브레인 방식 중 폴리우레탄폼(R-PUF) 기반의 ‘마크3’를, 한화오션은 글라스울을 주원료로 하는 ‘NO96’을 채택해왔다.

LNG는 운반 도중에 가스가 서서히 증발하는데, 이를 자연기화율(BOR)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화물창 내부의 LNG는 매일 운송량의 약 0.15%(BOR)가 기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OR 저감기술은 선박의 경제성과 직결되며 탄소중립 시대의 필수로 꼽힌다. 기화율을 낮추는 만큼 LNG 손실을 방지할 수 있으며 이는 화물창에 어떤 보냉재를 쓰느냐에 달려 있다.

동성화인텍은 세계 최저수준의 LNG 자연기화율(BOR) 절감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기존에는 운송 중 기화되는 LNG 손실을 줄이기 위해 보냉재 두께에만 의존했으나 동성화인텍은 보냉재 단열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기포(셀) 수를 2배 늘려 자연기화율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동성화인텍은 LNG의 자연기화율을 기존 0.15%에서 0.085%로 낮췄으며 이는 현재까지 최저 수치다.

화물창 특허를 보유한 GTT가 글로벌 선주들의 자연기화율(BOR) 0.1% 이하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해 NO96의 기화율을 0.085%로 낮춘 NO96슈퍼플러스로 개량하면서 기존보다 보냉재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됐다. 이에 따라 기존의 마크3 타입뿐만 아니라 NO96슈퍼플러스에도 동성화인텍의 폴리우레탄폼(R-PUF)이 혼용되기 시작했다.

동성화인텍의 기존 보냉재 주력 납품처는 삼성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이었으나 이번 증설로 한화오션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보하게 됐다. 국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NO96 타입을 채택하고 있는 한화오션이 NO96슈퍼플러스를 채택한 LNG 운반선 수주 물량이 증가하며 동성화인텍의 새로운 매출원이 된 것이다.

동성화인텍 기술연구소 연구원들이 자체 제작한 극저온 단열소재 성능평가장비로 액화수소 단열소재를 평가하고 있다. 사진=동성화인텍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 도약

동성화인텍은 미래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NG 보냉재 전문기업을 넘어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 도약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안성공장 내 기술연구소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 기술 개발에도 이미 착수했다.

동성화인텍 관계자는 “자체 기술연구소를 통해 보냉재 성능을 연구개발하기 때문에 원가 절감뿐 아니라 고객사와 협업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점이 경쟁사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며 “환경규제 등 시장의 변화에도 빠른 대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선박용 수소단열재와 상용차·트럭 저장용 수소단열재와 관련해 2개의 국책과제를 수행하며 수소경제 시대에도 대비하고 있다. 수소상용차 액체수소 저장용기용 극저온 단열소재 기술개발 과제는 국내 최초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기술개발을 마치고 2026년 상용화가 목표다.

해당 기술 확보 시 수소 전기차의 주행거리 연장이 가능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케이조선·선보공업·한국선급과 ‘1만2000CBM급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탈탄소 시대에 발맞춘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도 나섰다.

동성화인텍은 액화이산화탄소 운송에 최적화되고 19bar의 높은 증기압을 견딜 수 있는 압력식 ‘타입 C형’의 화물 탱크와 LNG 연료탱크를 개발할 계획이다.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CCS) 기술 개발에도 한창이다. 동성화인텍 관계자는 “기존 LNG 보냉재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 기술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친환경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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