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 왜 감? 넷플 풀리겠지”…‘3개월’이면 안방까지 직행

김유태 기자(ink@mk.co.kr),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1. 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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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만 관객 이상 영화 37편
24편은 현재 OTT에서 스트리밍
코로나 후 ‘평균 98일’ 자리잡아
상영유예 법제화 놓고 ‘갑론을박’
“극장 보호” vs “시장자율 존중”
영화 ‘용감한 시민’
“이 영화 지금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풀렸나요?”

“연기는 볼 만한데 그냥 OTT로 나오면 그때 TV로 보세요.”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질문과 답변이다. 주목받는 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온라인 게시판에는 이런 글이 심심찮게 게시된다. 질의응답의 행간에는 근본적으로 ‘이 영화는 머지 않아 OTT에 풀릴 것’이란 예감이 깊게 잠재돼 있다.

보고 싶은 영화가 OTT까지 가는 데 얼마나 걸릴까. 극장 영화의 OTT 서비스 기간을 법률적으로 규정하는 홀드백(holdback) 법제화를 둘러싸고 “극장 존폐의 문제”란 주장과 “시장 자율”이란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매일경제신문이 2023년 극장에서 개봉해 10만 관객을 달성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OTT에 공개되기까지 기간, 즉 실제 홀드백 기간을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극장에서 OTT에 도달하는 기간은 평균 98일로 나타났다.

15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KOBIS)에 따르면, 작년 개봉한 한국영화 총수는 664편이다. 이중 극장관객 10만명을 달성한 일반 한국영화는 41편, 여기서 애니메이션 4편을 제외하면 37편이다. 이 가운데 24편이 OTT에서 ‘개별 결제 없는’ 스트리밍 중이었다.

24편 중 가장 많은 한국영화가 공개된 OTT는 14편이 공개 중인 넷플릭스였다. 넷플릭스는 작년 한국영화 누적관객수 4위를 차지한 ‘콘크리트 유토피아’를 비롯해 ‘교섭’(9위), ‘잠’(10위), ‘드림’(12위), ‘비공식작전’(13위) 등을 전부 스트리밍 중이다. 디즈니+에서만 공개 중인 ‘밀수’, 티빙에서만 공개 중인 ‘유령’ 등 1개 OTT에서만 스트리밍 중인 작품은 15편이었고 OTT 2곳에서 공개 중인 영화는 5편, 3곳 이상 OTT에서 공개 중인 영화는 4편으로 집계됐다.

이들 24편 영화가 극장 개봉일 기준으로 OTT에 첫 공개되기까지의 평균 일수는 98일이었다. 100만 관객 이상 영화 중에 최단기간에 공개된 영화는 ‘비공식작전’이었다. 추석 특수를 앞둔 8월 2일(이하 모두 작년 월일 기준) 개봉한 ‘비공식작전’은 9월 15일부터 3일간 쿠팡플레이에 공개돼 44일 만이었다. 10만~100만 관객 영화 중에선 ‘카운트’(43일), ‘스위치’(48일), ‘대외비’(50일), ‘용감한 시민’(65일), ‘멍뭉이’(79일) 순이었다.

OTT 공개까지 기간이 100일 이상인 영화는 8편이었는데 ‘범죄도시3’(133일), ‘밀수’(132일), ‘콘크리트 유토피아’(118일), ‘교섭’(105일) 등이었다. 작년 한국영화계에선 배우의 스타성, 감독의 연출적 능력에 비해 기대와 예상을 깨고 외면 받은 작품이 다수였다. 비평적으로나 대중적 측면에서 기대감이 컸지만, 손익분기점을 겨우 넘기거나 고전을 면치 못한 채 OTT행을 택한 영화였다.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8월 9일 개봉 후 384만명의 누적관객수를 달성했다. 암울한 디스토피아 분위기가 극장행 동인을 저해한 측면도 있지만 완성도 측면에서 손색이 없다는 평이 대부분이었다. 그럼에도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손익분기점(380만명 추정)을 겨우 넘겼고 118일 만인 12월 5일 넷플릭스에 공개됐다.

이뿐이 아니다. 영화 ‘잠’(147만)은 98일, ‘드림’(112만)은 91일, ‘거미집’(31만)와 ‘옥수역 귀신’(25만)은 92일, ‘마루이 비디오’(16만)은 86일 뒤 OTT에 풀렸다.

지난해 공개된 일반 한국영화 상위 37편 중 24편이 평균 3개월 만에 OTT에 대부분 공개됐다는 점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극장 개봉 후 3개월 뒤 OTT 공개’가 관행처럼 굳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엔 극장 개봉용으로 제작했던 영화 중 ‘사냥의 시간’ ‘승리호’ ‘낙원의 밤’ 등이 넷플릭스 직행을 택했다. 2022년 극장 개봉 후 단기간 내에 OTT에 공개되는 영화가 크게 늘었는데 이 시기가 ‘극장 개봉 후 2~3개월 뒤 OTT 공개’가 뉴노멀로 정착하기 시작한 시기였다. ‘한산: 용의 출현’은 2022년 7월 27일 개봉 후 8월 29일(34일), ‘비상선언’은 2022년 8월 3일 개봉 후 9월 27일(56일) 쿠팡플레이에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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