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권 기자의 세상보기]오징어 떠난 동해바다 철밥통도 이젠 안녕

2024. 1.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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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 대구경북취재본부 김성권 국장


[
헤럴드 대구경북=김성권 기자]울렁울렁 울렁대는 처녀가슴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 육지손님 어서와요 트위스트 나를 데려가세요 ....

1960년대 이시스터즈가 부른 울릉도 트위스트의 노래가사중 일부다.

이 노랫말처럼 과거에는 울릉도 하면 오징어가 떠오를 만큼 `울릉도 오징어`는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다.

1902년 무렵 울릉도에서 오징어 조업이 시작된 이래 울릉도 100여년의 근현대사를 상징하는 울릉도의 대표적인 브랜드이다. 하지만 울릉도 하면 오징어로 떠오르는 그 명성은 이제 옛말이 됐다.

울릉군 수협에 따르면 지난 한해동안 울릉지역에서 위판된 오징어는 46t, 위판금액은 55500만원에 불과하다.

이는 3년전인 2020790t (675400만원)보다 744t 이나 줄었다.

오징어가 안 잡히는 건 울릉도 뿐만이 아니다. 오징어 산지로 유명한 강원도 주문진도 마찬가지였다. 항구 근처 횟집과 어시장 수조 안에도 오징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동해는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연간 10만 톤 이상 오징어가 잡혔는데 작년 동해의 어획량은 2만 톤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급감했고 올해 어획량은 집계조차하기 민망한 수준이었다.

수협중앙회가 최근 전국 수협 산지 위판장 214곳의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경북지역의 위판량은 103281t()으로 2022(11만천86t)보다 약 10% 줄었다. 위판금액은 930억원 감소한 4741억원이다.

강원·경북에 있는 수협 17곳 중 14곳에서 위판금액이 줄었고, 특히 지난해 오징어 어획 부진 영향으로 울진후포(-227억원), 구룡포(-189억원), 울릉군(-98억 원) 수협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최근 노량진 수산시장에 오징어회 한 마리의 가격이 무려 38,000원으 판매됐다. 예전에 덤으로 얹어주곤 했던 오징어가 이젠 '금징어'가 된 것이다.

이 같은 오징어 어획 부진은 기후변화와 중국어선의 남획이 유력하다. 동해안 수온이 상승하면서 한류성 어종인 오징어의 이동 경로가 북상했다. 기후가 미치니 오징어떼가 길을 잃어 서해안으로 흘러들기도 했다. 차가운 수온을 찾아 북상한 오징어를 북한 수역을 장악한 중국 어선들이 싹쓸이 한단다.

갈수록 심화하는 기후변화가 국내 농수산물 지도를 바꾸고 있다 . 동해안을 대표했던 오징어는 수온 상승에 따라 서해안에서 많이 잡히고 있고, 경북 지역 효자 과일이었던 사과는 불모지나 다름없던 강원도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대표 특산물 지형도 변화에 지역별 희비도 엇갈리는 모양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울릉도를 비롯한 동해안 채낚기 어선들은 밧줄에 꽁꽁 묶인 채 꼼짝 하지않고 항구에 정박해 있다. 조업 불황으로 영어자금 조차 못갚는 등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며 항.포구마다 어업인들의 한숨소리만 깊어진다.

하지만 동해를 떠난 오징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허송세월을 보내기보다는 그 대안을 찾아야한다.

울릉군등 동해안 지자체는 1차산업인 오징어에만 의존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1980년대 중반 울릉군의 한 주민이 양식의 불모지 울릉도에서 우렁쉥이양식을 시도한 바 있다.

행정도 감히 상상도 못할 양식업을 도전한 용기는 지금도 섬 주민들에 기억 되고 있다.

당시 우렁쉥이 양식을 성공한 A씨는 육지거래처와 출하 계약까지 맺었지만 갑작스런 태풍래습으로 피해를 입자 막대한 재산손실로 이어져 양식업을 접어야 했다.

양식 시설물설치,태풍대비등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양식업에 도전한 A씨야 말로 지금의 오징어 불황을 미리 점지하고 앞날을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갖고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뒤, 울릉군도 한참후인 지난 2015년, 당시 FTA등 국제수산업 여건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 하고 기후온난화 등으로 감소된 어업자원의 증강을 위해 부가가치가 높은 건강한 수산종묘방류와 가두리 양식을 추진했었다.

연안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어업생산력 증대를 통한 어업인의 소득 증대를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특히'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전환을 꿈꾸던 군은 경남 수산자원연구소와 손을 맞잡고 수산 증.양식 사업의 기술지원 및 지역 특산품종 개발로 새로운 고부가 품종 종묘 생산에 첫발을 뗐다.

군은 황폐화 돼 가는 바다를 살리고 도서 관광지역의 자급자족을 위한 양식개발을 위해 수산종묘 배양장 설치와 우렁쉥이(멍게)시험양식,연안바다목장화사업을 활발히 펼쳤다.

그결과 해상표층가두리양식은 물론 현포배양장에 기른 참돔,조피볼락(우럭) 시험양식은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다.

특히 홍해삼은 종묘생산에 성공해 지금도 울릉도 바다엔 자체 생산한 어린해삼을 방류하고 있다.

당시 100억원 국가예산을 지원받아 현포항 인근 일대에 대규모 토종 해삼 배양시설을 만들어 울릉도에서 전국 바다에 홍해삼을 보급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있었지만 열정적인 공무원의 퇴직으로 해당사업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때 해당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다 퇴직한 B씨는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협업으로 해양환경정보,해역의 서식생물정보,어업인 의견수렴 등을 기초로 방류대상종과 방류해역,방류시기 등을 체계적으로 계획하고,이를 실행에 옮겨나갔다.

B씨등 관계공무원등은 울릉바닷속을 푸르게 가꾸기 위한 해중림 조성과 유용 수산생물이 산란·서식할 수 있는 어류산란장 조성등을 위해 열띤 사업구상으로 해수부등 관계기관을 찾아나서 예산 확보는 물론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수산업 대전환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행정은 어떠한가? 오로지 전형적인 철밥통 관행으로 자리만지키며 봉급날짜만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참 한심한 노릇이다.

바다를 낀 지자체들은 앞다퉈 스마트수산을 기반으로 한 살기 좋은 어촌 만들기에 행정동력을 집중가동하고 있다.

스마트양식 클러스터 조성,어촌뉴딜300,스마트수산 원년으로 살기 좋은 어촌 실현'을 수산 분야 슬로건으로 정해 첨단 기술이 접목된 대규모 양식 기반 확충에 나서고 있는데 울릉은 아직도 잠을 자고 있다.

문득 철밥통이 떠오른다.

철밥통은 철로 만들어 튼튼하고 깨지지 않는 밥통이다. 이는 공무원 사회에서 해고의 위험이 적고 고용이 안정된 직업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주로 공무원을 지칭한다.

철밥통의 어원은 중국에서 유래됐다.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되지 않고 버틴다는 뜻에서 중국 국영기업체 직원을철밥통이라 불렀다.

중국어로는 티예판완(鐵飯碗)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사람에게 직업을 보장해 주고 있다. 여기서는 능력이 부족해도 해고될 일이 없다.

눈치나 살피면서 세월만 보내거나, 이권에 개입하고 들통이 나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만다. 그들을 가리켜 철밥통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은 철밥통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무능해도 공무원법에 따라 신분보장이 철저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 호봉에 따라 봉급이 상승한다.

공무원이 되면 만년 직장을 얻은 것이 되고 만년 직장은 만년 직업으로 이어져 평생이 편하다.

하지만 이제 세상은 바뀌었다. 호시절은 가고 지난 시절은 다시 오지 않는다. 철밥통이라는 말도 희미해져 간다.

이제는 금밥통이냐 흙밥통이냐 선택의 기로에 섰다. 능력을 인정받아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금밥통을 차지하든지 아니면 언제 깨질지 모르는 흙밥통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얘기다.

떳떳이 살고 싶으면 밥그릇에 채우는 일에 급급해서는 안 되겠다. 이제 철밥통 시대는 끝나간다. 능력 있는 사람이 나태하게 사는 것은 그 자체가 죄악이다.

허명(虛名)을 따라가기 위해 철밥통에 재물을 채우기보다 사랑을 채우는 것은 어떨지 철밥통들에게 묻는다.

ks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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