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올해의 책’ 2위가 최은영의 장편소설 '밝은 밤'인 이유는?

전혼잎 2024. 1. 1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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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의 '2023년 올해의 책' 2위에 한국 소설가 최은영의 장편소설 '밝은 밤'이 올랐다.

이토록 한국적인 소설에 중국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7,500개가 넘는 '밝은 밤'에 대한 더우반의 서평에서 중국 독자들은 "역사 주변부에 위치했던 여성 목소리의 복원"에 주목했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국가와 세대를 넘나드는 여성의 삶에 대한 공감대가 중국에서 '밝은 밤'이 성과를 낸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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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영 작가 첫 장편 소설 ‘밝은 밤’
중국 사이트 ‘더우반’ 올해의 책 2위
“등장인물 이름 바꾸면 중국 이야기”
한국 근현대사 속 여성 4대에 ‘공감’
소설 '밝은 밤'을 쓴 최은영 작가. 한국일보 자료사진

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의 ‘2023년 올해의 책’ 2위에 한국 소설가 최은영의 장편소설 ‘밝은 밤’이 올랐다. 1위가 베이징의 택배기사가 쓴 에세이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중국에서 올해의 소설 자리를 차지한 셈이다.

2021년 7월에 나온 최 작가의 첫 장편 ‘밝은 밤’은 국내에서도 20만 부 가까이 판매되면서 인기를 얻었다. 소설은 바람을 피운 남편과 이혼하고 할머니의 집이 있는 소도시로 돌아온 나(지연)와 엄마, 할머니, 증조할머니까지 여성 4대의 서사를 따라간다. “개나 말보다 못한 취급”을 받던 백정의 딸 증조할머니와 그의 친구 새비로부터 이어지는 한국 여성의 삶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한국전쟁, 남북 분단 등 한국 근현대사를 좇는다. 이토록 한국적인 소설에 중국이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로 이뤄낸 국경 넘은 여성들의 ‘공명’

중국 최대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의 ‘2023년 올해의 책’ 2위에 한국 작가 최은영의 ‘밝은 밤(明亮的夜晚)’이 올라와 있다. 이 소설은 2023년 올해의 외국소설 부문에서는 1위를 차지했다. 더우반 캡처

7,500개가 넘는 ‘밝은 밤’에 대한 더우반의 서평에서 중국 독자들은 “역사 주변부에 위치했던 여성 목소리의 복원”에 주목했다. “(소설 속) 등장인물의 이름을 바꾸면 중국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한 중국 독자의 말처럼, '가부장제와 부계가족의 위력이 센 동아시아 국가'라는 양국의 공통점이 중국 독자들이 소설에 이입하는 토대가 됐다. ‘밝은 밤’에선 모계를 뜻하는 접두사 ‘외’를 빼고 증조할머니와 할머니를 호칭하기도 한다.

또 다른 중국 독자는 서평에서 “역사는 언제나 남성 중심의 이야기였기에 여성의 경험과 감정은 기록되지 않고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밝은 밤'처럼) 자연스러운 공감이 가능한 이야기를 기다렸다”고 덧붙였다.

문학동네 관계자는 “국가와 세대를 넘나드는 여성의 삶에 대한 공감대가 중국에서 '밝은 밤'이 성과를 낸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한다"라고 전했다. 더우반 역시 ‘밝은 밤’을 소개하면서 “여성은 더 이상 동정과 연민만을 위한 캐릭터가 아니며, 남성의 화려한 삶을 장식하는 조연도 아니다”라고 썼다.


“서로에게 위로라면 모두가 ‘가족’”

최은영 작가의 장편 소설 '밝은 밤'의 한국 표지(왼쪽 사진)와 중국판 표지. 한국일보 자료사진

'밝은 밤'은 무력하고 불행한 여성들의 고생담에 그치지 않는다. ‘엄마’들을 떠나 자유를 찾으려던 ‘딸’은 가부장제라는 갈등의 근본 원인을 밝혀낸다. 딸이 아닌 바람피운 사위를 걱정하며 '정상 가정'에 집착하는 어머니에게 분노하던 ‘나’ 역시 자신의 분노의 방향이 “엄마가 그런 굴종을 선택하도록 만든 사람들”에게 향하지 않은 이유에 의문을 가진다. 또 “나는 정말 엄마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를 스스로 묻는다.

소설엔 “어깨를 빌려준 여자들”이란 표현이 나온다. 혈연이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위로가 돼 주는 일종의 '돌봄 가족'이 가부장·부계 가족의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어둡기만 했던 밤이 밝아오는 이유다. 최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밝은 밤’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무사히 도착하기를"이라고 썼다. 그의 소망대로 그의 소설은 국경을 넘어 그런 이야기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착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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