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반전 어려워"…1·10대책, 금리 동결에도 집값 '시들'
안전 규제 풀었지만 분담금 '걸림돌'
"상반기 약세, 하반기 보합·약보합 전망"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기준금리 동결과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에도 올해 상반기 내 부동산 시장의 먹구름은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하반기에 금리가 내리더라도 전반적인 경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이어질 것이란 시각도 있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 27일부터 7주 연속, 서울은 지난달 4일부터 6주 연속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서울 주요 아파트 실거래 가격도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송파구의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었던 잠실동 주요 단지에서는 1억~2억 원가량 내린 수준에 매매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실제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10월 24억50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달 6일에는 22억4000만 원으로 2억 원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중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의 하락폭은 더 크다. 부동산R114가 집계한 지난해 아파트값의 전년 대비 변동률을 보면 서울에선 △도봉(-8.95%) △관악(-8.56%) △강북(-7.58%) △구로(-7.33%) △노원(-6.98%) 등 동북권과 서남권에서 낙폭이 두드러졌다. 실제 노원구 '중계그린' 전용 49㎡는 지난해 10월 5억3900만 원에 손바뀜했으나, 지난 9일에는 4억7500만 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정부는 올해 들어 노후 아파트의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 동결을 결정하는 등 부동산 시장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0일 도시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대책에는 정비 사업 절차와 요건 간소화, 공공주택 공급 확대, 소형주택(비아파트)에 관한 건축규제 완화와 세제·금융 지원 등이 담겼다.
특히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에 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사업인가 전까지 안전진단을 통과하도록 사업 진입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또 안전진단 배점 기준도 함께 손보기로 했다. 안전 측면 외에도 누수, 주차장 부족 등 노후화로 인한 주민 불편이 크면 재건축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안전진단을 폐지한 셈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와 관련 "현재 시점에서 동원할 수 있는 카드는 다 썼다"며 "만약 효과 없이 집값이 더 내린다면 주택 시장이 아닌 더 근본적인 문제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 인상 종료도 공식화되는 모습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에 이은 8회 연속 동결이다. 다만 오는 7월까지 4차례 이상의 금리 동결을 이어가고, 기준금리 인하는 올해 하반기에나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검토는 시기상조"라며 "향후 6개월간 금리 인하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하반기로 점쳐지면서 업계에서는 상반기까지 주택 시장이 바닥을 다질 것이란 전망이 짙다. 이어 하반기 들어선 주택 매매가격이 상승 혹은 약보합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금리와 물가 수준이 높은데 대출은 옥죄는 분위기라 수요자의 주택 구매 여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는 물가가 잡히고 경기가 원만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만큼 구매력이 회복되는 시점은 금리가 인하하는 시점과 맞물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의 도시정비사업 규제 완화와 관련해서도 "최근 크게 증가한 분담금이 재건축은 아파트 매수에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사업성이 높은 곳에서는 속도가 날 수 있겠으나 한동안 매매가격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황한솔 경제만랩 리서치연구원은 "상반기까지 약세를 이어가다 하반기에는 보합을 나타낼 것으로 본다"며 "금리가 높은 상태인데 미국이 금리를 낮춘다고 하더라도 국내 주택 매매 시장에 크게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준금리가 내리기 시작하더라도 부동산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주택 수요자들의 현금 유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아파트 가격이 고점을 유지하고 있어 추가 조정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물가 상승 둔화와 함께 금리 인하 시그널이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인 경기침체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제한적일 수 있어 당분간 수요자들이 유동성을 갖추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역시 "금리가 내리더라도 전반적인 경제 침체가 단숨에 반전되지 않는 한 아파트 매매 시장 분위기 반전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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