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마다 세계유산, 걸음마다 K-헤리티지…김치 여행의 진미[함영훈의 멋·맛·쉼]

2024. 1. 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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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 또하나의 테마 된 김치
동해 가자미식해, 여수 돌산 갓김치
태안 게국지, 강화, 순무, 고흥 굴김치

[헤럴드경제=함영훈 선임기자]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인 김장 문화가 지난 연말에는 김장 김치 나눔 사랑으로 이어지더니, 새해 벽두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김치에 대한 반가운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국가 단위로는 지난해 세계 처음으로 김치의날(11월22일)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한 아르헨티나가 현지 한인과 다양한 김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고, 올 들어선 지난 8일 미국 뉴저지주 의회 상원도 설날(Lunar New Year)과 김치의 날을 제정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한식하면 떠오르는 음식, 김치…새로운 여행 테마로 ‘각광’

과기부 산하 세계김치연구소는 최근 해외 문화인류 석학, 음식문화 전문가, 정치인 등을 글로벌 김치 앰베서더로 위촉하고 오는 11월까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최근 해외 18개 도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한식진흥원 조사에서 한식 중 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국내 식품 기업은 보다 다양해진 김치 종류를 선보이는 것은 물론, 각국 입맛에 맞게 레시피를 조정한 응용 김치도 개발해 지구촌 영토 확장에 나섰다.

윗줄부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동해 가자미식해, 여수 갓김치, 강화 순무김치, 전국적인 숭개, 완주 갈치김치, 태안 게국지, 서울 섞박지, 전국적인 무동치미, 한국-스페인 퓨전 김치 피페라다.

국내에서는 지역 별미 김치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또 하나의 고리가 되고 있다. 앞으로 외국인들은 갓김치, 가자미식해, 게국지, 섞박지 등에 또 열광할지도 모른다. K-김치푸드 탐방은 현지의 인문학 및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면서 여행의 풍미를 더욱 깊게 할 것이다.

여수 밤바다에 곁들여진 돌산 갓김치, 태안 반도의 수려한 바다풍경과 함께하는 게국지, 꽃섬과 나로호의 고흥 등의 ‘굴 김치 여행’, 서울과 익산의 ‘섞박지 여행’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국보 승격이 예고된 관동팔경 제1루 죽서루와 명승 무릉계곡, MZ(밀레니얼+Z)세대의 핫플레이스 도째비골 스카이워크, 추암·환선굴 등을 보유한 동해·삼척의 ‘가자미 식해 여행’도 빼놓을 수 없다.

동해 묵호 눈 내린 날, 야경
태안 파도리 파식대
동해안 지방 별미 가자미식해

가자미 식해(食醢)는 함경도~강원도~경북 북부 동해안 지방의 특산 김치이다. 가자미와 생채, 좁쌀 혹은 쌀 등 곡류를 버무려 넣고 삭혀, 김치와 함께 해산물, 가공하지 않는 곡류의 영양분을 한꺼번에 섭치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 김치이다.

무생채와 어우러지는 곡류는 메좁쌀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풍에 따라 쌀을 넣기도 한다.

가자미는 오징어, 도루묵, 임연수어, 고등어와 함께 함경-강원-경북 동해안에서 가장 흔히 접하던 생선이다. 무침회로 주로 먹지만, 조림, 구이, 젓갈, 죽, 매운탕 등 다양하게 활용되던 식재료다. 몇몇 가정에선 식해를 만들 때 오징어를 넣기도 하는데, 발효됐을 때의 풍미는 가자미가 좋다.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춰 동맥경화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는 전언이다.

관동 8경 중 3개 누각, 무릉별유천지, 온천, 장호-용화 ‘나폴리’ 어촌, 금강송군락지 등을 갖춘 동해-삼척-울진 지역에선 이맘때 곰치국, 방어회, 양미리구이, 홍게어묵도 일품이다.

동해시 추암 해상출렁다리로 움터오는 여명
능쟁이 김치를 국으로 끓인 게국지

게국지김치는 태안의 안면도가 본산이다. 과거 태안읍을 관할하던 서산에서도 맛볼 수 있다. 게국지는 ‘능쟁이’라 불리는 게를 넣어 배추 등과 함께 김치를 만들어 숙성 시킨 후, 국으로 끓여 먹는 것이다.

재료가 부족하던 옛적에는 자투리 야채로 만들어진 음식이었으나, 현재는 지역을 대표하는 요리가 됐다.

태안 바닷가를 따라 여행하다 보면 게국지 전문 식당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닷가 옆 사막인 태안 해안사구, 천리포수목원을 거닐고, 똑딱선 기적소리 같은 희망을 꿈꾸던 만리포 전망대, 꽃지해수욕장에서 힐링한 뒤, 인근 음식점에서 뜨끈한 국물의 게국지 요리를 흡입한다면 금상첨화이겠다.

태안에는 공룡 박물관과 ‘사랑의 불시착’ 촬영지로 유명한 청산수목원, 가로림만 일대가 한눈의 담기는 백화산 구름다리 등 놀거리, 볼거리도 많다.

바다위의 쉼표, 서해 지키는 태안 내파수도
여수 갓김치와 즐기는 밤바다 환상적

돌산 갓김치는 여느 김치에 비해 많은 영양소를 지니고 값도 비싸, 한때 정·관계 로비 선물로 활용되기도 했다.

‘해안가 높은 산과 섬’의 고장 답게 파란만장한 지질을 갖고 있기에, 건강한 갓이 자라난다. 지난 연말 여수 민관은 갓김치를 담궈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했다.

돌산대교와 여수 밤바다

죽포마을으로도 알려진 돌산 갓김치 마을에 방문하면, 신선한 현지 재료로 돌산 갓김치를 담궈보는 체험을 할 수 있으며, 갓 만든 갓김치를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죽포마을 옆 임포마을에 있는 향일암은 전국 최고 일출 명소 중 하나다. 방탄소년단 멤버 몇몇의 개인 여행 추억도, 파계승의 눈물겨운 스토리도 품고 있다. 돌산대교는 낮에도 멋지지만, 해가 지면 이름만 들어도 심쿵해지는 ‘여수 밤바다’의 핵심 소품이 된다.

강화 순무 김치와 함께 K-역사 속으로

강화도는 순무 김치로 유명하다. 순무 김치는 특유의 알싸한 맛으로 알려져 있으며, 강화도 풍물시장과 웬만한 식당에서 손쉽게 만난다. ‘고려의 피란수도’, 실화에 기반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항전 무대 등 가족 인문학여행을 즐긴 뒤, 밴댕이회에 순무김치를 즐기면 좋겠다.

강화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유적, 기와집으로 지어진 강화성당, 프랑스·미국 불청객을 물리친 여러 방어요새 ‘돈대’, 호국의 전등사 등 선사시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K-헤리티지가 많다.

서울 남산한옥마을 외국인들의 김치담그기

서울 인사동 ‘뮤지엄김치간’은 CNN이 ‘세계 11대 음식 박물관’으로 선정한 곳으로, 김치의 역사와 관련된 유물과 디지털 콘텐츠를 결합한 전시를 통해 김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식 코너도 있고, 어린이 김치 학교, 비건 김치 담그기 등 이색 경험도 할 수 있다.

이밖에 서울, 경기, 강원엔 석류김치, 섞박지, 고춧잎깍두기, 씨도리, 고구마줄기, 미나리김치, 용인오이지, 백김치, 오이소박이, 오이 물김치, 해물, 콩나물김치, 산(山)갓김치, 창란젓 깍두기, 서거리, 해초, 더덕김치 등이 있다.

충청,경상,전라,제주도에는 호박, 가지 김치, 열무 물김치, 통대구소박이, 돌나물, 시금치, 부추, 우엉, 굴, 고들빼기 김치, 굴깍두기, 모젓깍두기, 박김치, 콩잎 쌈 김치, 방울김치, 더덕지, 콩잎, 들깻잎, 어리, 파래, 유채나물, 톳, 전복 김치, 귤 물김치 등으로 다양하다.

각국 전통요리와 김치의 기막힌 ‘만남’

국내 대표 식품기업인 대상은 올들어 서구 식문화에 걸맞게 김치를 새로운 형태로 변형한 글로벌 전용 신제품, ‘DIY(직접 만들기) 김치 페이스트’와 ‘김치 스프레드’를 내놓았다. 서구권에서 선호하는 채소인 양배추, 케일, 당근을 활용한 김치도 출시한 바 있다.

아르헨티나 김치의날, 열광하는 현지인들

호주 멜버른의 브런치카페 크림퍼는 ‘김치 스크램블’을, 스페인 한국문화원은 피망무침과 김치의 조화 ‘피페라다 김치’를 양국 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만들어냈다. 주 영국 문화원은 한국김치를 활용한 영국식 응용요리들을 웹진으로 공유하고 있다. 해외에 놀러가면 현지식 김치 요리를 주문하는 재미도 생겼다.

김치 명소 탐방은 유네스코 유산을 끼니 때 마다 즐긴다는 자부심, 면역력을 키우는 건강성, 미식도시만이 갖는 풍부한 인문학을 모두 흡입하는 1거3득 여행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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