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법영어 ‘100년 사기극’ 끝장내는데 여생 바칠 것”[요즘 어떻게]

장재선 기자 2024. 1. 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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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영어 못하는 일본인 선생들에 의해 문법 번역식 학습법이 시작됐어요. 그걸 우리가 100년 넘게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니 영어를 10년 넘게 공부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거지요. 거대한 사기극에 우리 국민 전체가 당한 것과 같아요. 알파벳, 단어, 문법 암기를 진리처럼 강조하고 영어가 늘지 않으면 '원래 어려운 거야'라고 하는 사기극을 벌여온 거예요. 누구를 탓할 일만도 아니지요. 저도 한때 그 사기 조직의 일원으로 열심히 활동을 했었으니까."

그가 말하는 원리의 고갱이는 '영어를 단어가 아닌 청크(Chunk)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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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타 강사’였던 정철 소장
1970년대말 ‘정철카세트’돌풍
“일제때부터 문법번역식 학습법
알파벳 등 암기,진리처럼 강조
10년 공부해도 말한마디 못해”
두세 개 단어를 덩어리로 이해
유튜브서 영어 성경 강의 나서

“일제강점기에 영어 못하는 일본인 선생들에 의해 문법 번역식 학습법이 시작됐어요. 그걸 우리가 100년 넘게 지속해왔습니다. 그러니 영어를 10년 넘게 공부해도 말 한마디 제대로 못 하는 거지요. 거대한 사기극에 우리 국민 전체가 당한 것과 같아요. 알파벳, 단어, 문법 암기를 진리처럼 강조하고 영어가 늘지 않으면 ‘원래 어려운 거야’라고 하는 사기극을 벌여온 거예요. 누구를 탓할 일만도 아니지요. 저도 한때 그 사기 조직의 일원으로 열심히 활동을 했었으니까.”

정철(75·사진) 정철연구소 소장은 14일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는 1971년 22세부터 영어를 가르치며 유명 강사, 시쳇말로 하면 일타 강사로 이름을 떨쳤다. 중장년 독자라면, 그가 1970년대 말부터 ‘정철 카세트’로 영어교육 현장에 일으켰던 돌풍을 기억할 것이다. 그는 그때 그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더 쉽고 재미있게 배우는 영어학습법을 찾아 끊임없이 연구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뜨거운 열망으로 열심히 공부하는 것에 비해 성과가 미미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정철 소장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어 성경을 강의하는 모습. 유튜브 갈무리

“영어 터지는 비결을 찾아 순례꾼처럼 50여 년을 헤맨 끝에 그 원리를 깨닫게 됐습니다. 너무도 간단하고 쉬운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원리의 고갱이는 ‘영어를 단어가 아닌 청크(Chunk)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크는 두세 개 단어로 묶인 덩어리이다. 그에 따르면, 모든 영어 문장은 ‘기본문(주어+동사+α)’ ‘전명구(전치사+명사)’ ‘to부정사(to+동사원형+α)’ ‘~ing형’ ‘과거분사형’ ‘접속사형’ 등 6가지 청크로 표현이 가능하다. 문법 따지지 않고 청크가 흘러가는 대로 말하거나 들으면 된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담은 책을 펴내며 ‘영어 100년 사기극 이렇게 끝장낸다’라는 제목을 붙이려 했어요. 그랬더니 출판사에서 너무 강하다며, ‘정철의 A.D. 영어학습법’이라고 하자더군요.”

A.D.는 라틴어 ‘아노 도미니’(Anno Domini)의 줄임말로 ‘그리스도의 해’란 뜻이다. 반대말은 기원전을 가리키는 BC(Before Christ)다. 그가 기독교 신앙을 갖게 된 후로 간절히 기도한 끝에 얻은 방법이니 그런 제목도 좋겠다고 여겼다고 한다.

그는 요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어 성경을 강의하고 있다. “성경 문장에서 나오는 영적 파워가 있으니 학습에 큰 도움이 됩니다. 들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성경의 영어 문장은 쉽고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 성경은 고색창연한 한자어가 많다는 선입견이 있는데, 중국서 들여온 탓입니다. 현대어로 된 성경도 있는데, 원로 목사님, 장로님들이 예전 게 익숙하니까…(웃음).”

그는 100여 년 지속된 영어 미신을 타파하는 데 여생을 바치며, 무엇보다 어린이 영어성경 교재를 만드는 일에 힘쓰겠다고 했다.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영어를 배우는 한편, 성경 속에 담겨 있는 사랑의 말씀을 영혼에 받아들였으면 하는 소망에서다.

“지금 우리나라를 보면, 도덕이 땅에 떨어져서 지도자들이 거짓을 뻔히 말하고도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갈등과 분열이 극심해져서 내 편이 아니면 철천지원수처럼 싸웁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아침마다 간절하게 기도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네 이웃을 사랑하라’고 하셨던 그리스도 말씀대로 살 수 있게 해 달라고. 너무나 어지러운 세상이라 메시아가 다시 오셔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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