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솔로' 준호는 이런 음악을 하는군요

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2024. 1. 1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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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지난해 개최한 솔로 아레나 투어 '마타 아에루 히' 연장선 '다시 만나는 날' 개최
2PM 15주년 기념 콘서트 연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이틀 동안 팬들 만나
일본 데뷔곡 '키미노 코에'부터 솔로곡은 물론 2PM 곡까지 고루 선보여
밴드 라이브 연주 돋보이는 록 무드의 곡 다수
팬들의 끊임없는 앙코르 요청에 3시간 넘게 이어져
2PM 이준호가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단독 콘서트 '다시 만나는 날'을 열었다. 이준호 공식 트위터
2PM 16년, 솔로 가수 11년, 배우 11년. 2008년 그룹 2PM으로 데뷔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인 이준호의 경력을 요약하면 이와 같다.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 '킹더랜드' 등 최근에는 연기 활동을 중심에 두고 있지만, 그는 2013년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 '키미노 코에'(キミの聲, 너의 목소리)로 일본에서 일찌감치 솔로 가수 활동을 시작한 바 있다. 2017년 낸 첫 번째 미니앨범 '캔버스'(CANVAS) 역시 전 곡 작사·작곡한 결과물이다. 솔로 앨범 수록곡 대부분을 스스로 작사·작곡한 싱어송라이터다.

요코하마·고베·나고야 등 일본 3개 도시에서 솔로 아레나 투어 '마타 아에루 히'를 성공적으로 마친 이준호는 2024년 새해에 한국 팬들을 위한 단독 콘서트를 마련했다. 콘서트 이름은 일본 투어를 한국어로 바꾼 '다시 만나는 날'이다. 2019년 3월 열린 솔로 콘서트 '준호 더 베스트 인 서울'(JUNHO THE BEST IN SEOUL) 이후 약 5년 만의 한국 콘서트에 꼭 맞는 이름이었다.

이준호는 14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국내 단독 콘서트 '다시 만나는 날' 마지막 날 공연을 열었다. 솔로 가수 활동을 주력으로 해 온 곳은 일본이기에 일본 발매 곡이 세트 리스트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으나 한국어 버전이 대부분이었고, 2PM 단체곡도 일부 포함돼 있어 이준호의 다양한 음악을 즐길 수 있었다.

'다시 만나는 날'은 2019년 3월 이후 약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이준호의 단독 콘서트로, 지난 13~14일 이틀 동안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됐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콘서트명과 같은 '다시 만나는 날'로 포문을 연 후, 랩 파트와 밴드 라이브 연주로 인해 록적인 색채가 더 두드러진 '프레셔'(Pressure)와 '하이퍼'(HYPER)가 그 뒤를 장식했다. 4번째 곡은 한국 첫 솔로 미니앨범 수록곡 '노바디 엘스'(Nobody Else)였다. 스탠딩 마이크를 써서 노래에만 집중하던 이준호는 무대 좌우를 오가며 웨이브를 보여주는가 하면, 재킷을 벗거나 스탠딩 마이크 대를 쓸어내리는 등의 퍼포먼스로 환호를 유발했다.

무대를 보면서 '솔로' 이준호가 만들고 들려준 음악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새삼 깨달았다. 이준호의 솔로곡을 처음 접한 건 한국에서 낸 솔로 미니앨범 '캔버스'였다. 당시 타이틀곡 '캔버스'와 수록곡 '파인'(Fine) '노바디 엘스'를 즐겨 들었고, 치즈가 피처링해 화제가 된 '어차피 잊을 거면서' 등 이준호의 음색이 강조된 편안한 계열의 음악이라고 느꼈다.

반면,세트 리스트 다수를 차지했던 일본 곡은 밴드 연주에 어울리는 록 기반 사운드가 많아 자연히 밴드 연주에 귀 기울이게 됐다. 기타로 마무리한 '빰빰빰빰!'에 맞춰 터진 폭죽으로 화려함을 자랑한 '데인저러스'(Dangerous), 치명적인 섹시함을 콘셉트로 하지만 그에 매력적인 기타와 드럼 연주가 즐거웠던 '인세인'(INSANE), 베이스 연주와 이준호의 속삭이는 듯한 파트, 경쾌한 댄서들의 춤이 어우러진 '돈트 티즈 미'(Don't tease me) 등 곡마다 밴드 연주의 존재감이 강했다.

이준호는 '다시 만나는 날'을 시작으로 총 25곡 무대를 선보였고, 이후 앙코르곡을 추가해 3시간 넘게 팬들을 만났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악기가 하나씩 추가돼 여러 겹의 다른 결이 쌓이는 재미는 '소 굿'(SO GOOD) 무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드럼에서 시작해 베이스, 건반, 기타까지 하나하나 더해지며 차츰 풍성해지는 연주, 신나고 흥겨운 라이브, 알록달록한 색감과 글자 이미지로 가득했던 대형 화면까지, 모든 것이 착착 맞았다. '세이 예스'(SAY YES) 무대도 건반, 드럼, 전자 기타, 베이스, 신시사이저 연주를 차례로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달콤한 분위기의 '달링'(Darling)도 의외로 밴드 연주와 잘 어울렸다. 시작이 워낙 강렬해 조금 긴장했던 데뷔곡 '키미노 코에'는 드럼과 전자 기타의 조화가 특징이었고, 후반부 현란한 기타 솔로가 혼을 빼놓는 노래였다.

'낫띵 벗 유'(Nothing But You)는 초반부터 좋았고 끝에서는 고조되는 전개를 선보이는 드럼이 백미였다. '스테이 윗 유'(Stay with you)로 시작해 '유 아 마이 에브리띵'(You are my everything)으로 끝나는 후렴을 무반주로 부른 구간도 귀에 꽂혔다. '낫띵 벗 유'를 듣고 '왠지 드라마 주제곡 같은 노래네' 싶었는데, 바로 다음 멘트에서 이준호가 "제가 첫 주연을 맡았던 영화 OST고, 그때 OST를 위해 직접 만들었던 노래"라고 소개해서 새삼 놀랐다.

이날 세트 리스트 대부분은 일본 발매곡이었으나 거의 한국어 버전으로 소화했고, 한국 솔로 미니앨범 '캔버스' 수록곡과 2PM 노래도 포함돼 있었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건반, 베이스, 기타, 드럼으로 구성된 밴드는 전원 일본인으로, 이준호의 투어에 늘 함께하고 있다. 이준호는 "여기 계신 밴드 분들은 저와 함께 11년 동안 투어를 하는 분들이다. 어떻게 보면 저의 제2의 멤버라고 할 수 있다 11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투어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

밴드 멤버들 역시 "준호씨는 세계에서 제일 멋있어요! 준호씨의 근육은 멋져요" "준호씨 목소리에 반했어요!" "준호씨의 댄스는 우주 최강"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오히려 (저희를) 한국에 불러주셔서 감사하다. 저희 멤버들 모두 항상 준호군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항상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줘서 감사하다"라고 해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지난해 9월 열린 2PM 15주년 콘서트에서도 불렀던 '원점으로'도 세트 리스트에 들어있었다. 정규 3집 '그로운'(GROWN)의 또 다른 수록곡 '러브 송'(Love Song)과 정규 3집 그랜드 에디션 수록곡 '아임 인 러브'(I'm In Love)까지 2PM 곡은 총 3곡이었다.

이준호는 2013년 '키미노 코에'라는 곡으로 솔로 데뷔해 올해 11주년을 맞았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어느 콘서트장에서나 관객들의 열기를 느낄 수 있지만, 이날 이준호 콘서트장의 함성은 대단했다. '이준호!'라고 부를 때, 기쁨과 반가움의 함성을 지를 때, 잠시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오늘은 제가 여러분들의 기에 살짝 눌리는 느낌이 좀 있다. 너무나도 큰 함성과 에너지를 주고 계시기 때문에"라고 너스레를 떤 이준호는 "정말 마지막 공연인 것처럼 아주 열심히 불을 질러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무대를 마치고 나서 토크 시간이 왔을 때, 이준호는 짧게라도 노래를 소개하려고 했다. 그룹, 연기, 솔로 모두 10년 이상의 경력을 갖게 된 이준호는 '가장 의미 있고 뿌듯한 점'으로 "여러분과 함께 지내는 시간 동안 콘서트에서 한 노래 모두를 작사·작곡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너무나도 뿌듯하다. 요새는 그런 게 뭐 큰 자랑은 아니지만, 자그마한 자랑이랄까"라고 덧붙였다.

그는 "제가 한국에서 정식으로 솔로 앨범을 내 본 적이 없는데 팬 여러분들께서 이 공간을 꽉 채워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도 했다. 2017년 나온 '캔버스'는 일본에서 낸 '2017 S/S'의 수록곡 '캔버스'를 타이틀로 내세운 미니앨범이었다. 팬들이 "앨범! 앨범!"이라고 연호하자, 이준호는 "저도 물론 좋은 곡과 좋은 타이밍이 있다면 언제든 내고 싶다. 근데 이게 참 쉽지만은 않더라"라고 운을 뗐다.

14일 공연에서 객석을 채운 팬들은 '이준호 사랑해'라는 노란 하트 모양 손팻말로 슬로건 이벤트를 벌였다. JYP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준호는 "항상 좋은 노래를 쓰자고 하면서도 과연 이게 좋은 노래인지도 모르겠고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시면 됐지' 하는 생각으로 하기에는 모두가 또 좋았으면 좋겠고… 물론 '내라, 난 다 좋아한다! 아무거나 내'라곤 하지만, 진짜 아무거나 냈다가 '아, 이건 좀… 하면 어쩌려고"라고 웃으며 "언젠가 좋은 곡으로, 좋은 때가 있다면 그게 언제인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그런 때가 있다면 꼭 여러분들께 보여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솔로로는 5년 만에 연 국내 단독 콘서트에, 이준호의 동료들도 직접 방문해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2PM 멤버인 장우영을 비롯해 지난해 방송한 드라마 '킹더랜드'에 출연한 소녀시대 윤아(임윤아), 김가은, 고원희, 안세하, 김재원 등이 자리를 빛냈다. 이준호는 마지막 곡 '라이드 업'(Ride up)까지 예정된 25곡을 모두 선보이고도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화답해 앙코르곡을 추가해 3시간 넘게 팬들과 함께했다.

"여러분들께 한 가지 약속드리고 싶은 건, 여러분이 건강한 모습으로 저에게 건강히 응원을 해 주시는 그대로 계셔준다면 저를 언제든지 원하신다면 저는 어떠한 형태로든 여러분들 곁에 존재하고 싶습니다. 그게 당장 여러분들 눈앞에 보이는 무엇이 아니라고 해서 마음이 작다고는 하지 말아 주세요. 시간이 흐르고 저도 단순히 치기 어린 모습으로 어렸을 때 활동했던 그때의 제가 아니다 보니까 요즘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해요.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그런 소중한 여러분들의 시간을 단순히 쓰고 싶지도 않고… 여러분들의 행복과 귀감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저로서 잘, 가꿔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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