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훈련' 현대차 美모하비 시험장 가보니…글로벌 3위의 저력 [FN 모빌리티]

최종근 2024. 1.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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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美모하비 주행시험장 르포
여의도 6배 달하는 광활한 규모
모하비 사막 한 가운데 자리 잡아
가혹 환경서 車극한 테스트 진행
품질 경쟁력 향상 역할 '톡톡'
SUV 오프로드·전기차 특화 테스트도
미국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SUV 차량들이 주행하고 있다. 사진=최종근 기자

【캘리포니아시티(미국)=최종근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가 열렸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자동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캘리포니아시티 현대차·기아 주행시험장(California Proving Ground)을 지난 11일(현지시간) 찾았다.

행정 구역은 '시티'로 표기되지만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일반 주민들은 살지 않는 황량한 이곳에는 현대차·기아의 초대형 주행시험장이 위치해 있다. 통상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으로 불리는데, 면적은 1770만㎡(약 535만평)으로 여의도의 6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크기가 너무 커 인공위성에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사막 위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다. 다른 업체의 시험장과 비교해보면 북미 지역에선 현대차 모하비 주행시험장이 2번째로 큰 규모란 설명이 뒤따랐다. 실제 가보니 너무 규모가 커서 어디가 주행시험장인지, 어디가 사막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을 정도였다.

현지에서 만난 이승엽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상무)은 "기본 법규 성능부터 상품성 시험, 내구 시험, 뜨거운 햇빛을 이용하는 재료 시험 외에도 북미 시장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고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오프로드(비포장도로) 시험을 최근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막 한 가운데 지은 현대차·기아 주행시험장
지난 2005년 처음 문을 연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다양하면서도 혹독한 주행 시험로를 갖추고 있다. 사막 날씨의 기후적 특성을 살려 차량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가혹한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다. 1월에는 가을 날씨를 보이지만 7~8월에는 지표면 온도가 54도까지 올라간다. 실도로 조건 이상의 극한 시험을 통해 차량의 품질 경쟁력을 극대화 시키겠다는 현대차·기아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돼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시장에 내놓는 모든 차량은 모하비 시험장에서 담금질을 거친다. 특히 테스트 관련 데이터들은 한국의 연구개발(R&D) 거점인 남양연구소와도 즉각 공유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 전경. 사진=최종근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 전경. 현대차그룹 제공

이날 직접 GV70 전동화 모델을 몰고 모하비 주행시험장에서 가장 큰 규모를 갖춘 고속주회로를 달려봤다. 고속주회로는 총길이 10.3㎞ 직선구간 2㎞의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국내 남양연구소 시험로의 2배가 넘는 길이를 자랑한다. 다른 고속주회로와 다른 점은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직선에선 시속 200㎞까지 주행해보고, 코너도 극한까지 밀어붙여 보니, 탄성이 절로 나왔다. 이처럼 극한의 환경에서 확보한 데이터는 차량 개발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품질 개선으로 선순환 구조를 갖춘 것이다.

가혹한 조건에서 차량을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로스앤젤레스(LA) 등 대도시와 인접해 있다는 점도 이곳에 주행시험장을 마련한 이유 중 하나다. 모하비 주행시험장은 LA 북동쪽에서 약 160㎞ 떨어져 있다. 샤헤 아펠리언 현대차·기아 미국기술연구소 차량시험실장(이사)은 모하비를 주행시험장으로 선택한 이유에 대해 "큰 부지를 얻는 데 집중을 했고, 큰 대도시에 인접해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작용 했다"고 말했다.

'오프로드' SUV부터 전기차까지 '안전 이상 無'
과거와 근래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가장 큰 변화를 살펴보면 SUV의 가혹한 오프로드 테스트가 확대되고, 전기차의 내구 평가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세단 중심으로 판매가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현대차·기아의 주력 차종이 SUV와 전기차로 변모했다는 점이 영향을 줬다.

이 상무는 "북미 시장에서 SUV가 60%, 픽업트럭이 20%를 차지하고 있어 80% 차들이 오프로드를 주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다양한 오프로드 시험장을 따로 설치해 검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 구간에서 기아 텔루라이드가 주행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 구간에서 SUV 차량들이 주행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미국 캘리포니아시티에 위치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고속주회로 구간에서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5 N이 주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아이오닉5, EV6,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등 전기차의 대한 극한 테스트도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주 역할이다. 전기차는 중량이 내연기관차 보다 무겁고, 배터리 내구성을 높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때문에 전기차의 경우 고속주회로 테스트는 차량 1대당 약 3만 마일(4만8280㎞), 4000바퀴 이상을 이상 없이 달려야 합격점을 준다는 설명이다. 이 상무는 "전기차 개발에서는 기존의 내연기관차보다 중량이 300~400㎏ 초과된다"며 "전기차의 충방전과 주행거리 시험, 열관리 시험뿐 아니라 신기술을 검증하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품질 제고 노력은 최근 들어 결실을 맺고 있다. 어느 덧 현대차·기아는 세계 3위 완성차 그룹으로 도약했고, 지난해 미국 시장에선 165만대 판매를 넘어서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미국 내 판매 순위도 처음으로 스텔란티스를 제치고 4위에 이름을 올렸는데, 올해는 포드까지 추월해 미국 시장에서도 3위에 오르겠다는 목표다. 그리고 이 같은 호실적 뒤에는 끊임없이 혹독한 테스트를 이어온 모하비 주행시험장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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