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의 선택] '영하 30도 냉동고'에 美공화 유세 취소 … 열성 지지층, 폭설속 집결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4. 1.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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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 코커스 첫 경선지 아이오와주 현장르포
트럼프, 4개 유세중 3개 취소
헤일리·디샌티스는 일정 소화
15일 저녁부터 1600곳서 투표
눈보라치는 '화이트 아웃' 예보
유권자 투표율은 저조할 듯
아이오와 막판 여론조사서
트럼프 48%·헤일리 20%

◆ 2024 미국의 선택 ◆

미국 대선 첫 번째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전당대회)를 이틀 앞둔 13일(현지시간) 폭설이 내린 아이오와주 거리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비판하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 민주당은 이번 공화당 첫 경선을 의식해 거액을 들여 아이오와주 전역에 광고판을 설치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첫 경선지 아이오와주. 갑작스러운 북극 한파로 기온은 영하 30도까지 떨어졌고, 폭설까지 내리면서 온통 얼어붙은 이곳에서 15일(현지시간) 공화당 아이오와주 코커스(전당대회)가 열린다.

직전 사흘간 아이오와주로 가는 비행기는 줄줄이 결항되거나 수시로 연착됐다. 무릎까지 쌓인 눈 때문에 도로 전체가 꽉 막혔다. 어지간한 한파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아이오와 사람들이지만, 1600여 곳에 흩어진 투표소에서 15일 저녁 7시부터 열리는 코커스에 참여하는 게 망설여지는 악천후다.

현지에서는 날씨가 '도널드 트럼프 대세론'과 '니키 헤일리 추격'이라는 공화당 대선 판세를 결정하는 중대한 변수가 됐다는 반응이 나온다. 설상가상 미국 기상청은 코커스 당일 심한 눈보라로 인해 사방이 하얗게 보이는 현상인 '화이트 아웃'을 예보했다.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를 이틀 앞둔 13일 아이오와의 주도인 디모인을 찾았다. 온통 눈으로 덮여 있고 도로는 겨우 차가 다니던 흔적만 보일 뿐이었다. 러시아 모스크바를 연상시키는 칼바람 때문에 길거리에서 행인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숙소에서 아이오와 코커스 본행사가 열리는 이벤트센터까지 10분 정도 걸었는데, 휘날리는 눈보라에 몇 번이나 휘청였고 동상이 걱정될 정도로 손발이 얼얼했다.

공화당 유력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아이오와주 외곽 애틀랜틱과 수시티에서 예정된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아이오와주 법무장관인 브레나 버드와의 전화 이벤트로 대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향해 "(기부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인) 세계주의자"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다음 날(14일) 체로키 이벤트도 취소했다. 다만 디모인 인근 인디애놀라에서 총력 유세전을 펼치기로 했다. 총 4개 유세 일정 가운데 3곳을 줄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엑스(X·옛 트위터)에 영상을 올려 "기록적인 추위와 폭설에 직면했지만 그 어떤 것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승리를 확신했다. 트럼프 선거 캠프는 날씨로 인해 투표율이 낮아도 경선 판도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시더폴스와 도나휴 두 곳만 다녀갔고 외부 일정을 축소하며 유권자와 질의응답하는 텔레타운홀 미팅으로 전환했다. 그는 공화당 당원들에게 투표일인 월요일에 따뜻하게 옷을 입으라면서 한 표 행사를 적극 권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대통령이었지만 늘 혼란이 그를 따라다닌다"고 지적했다.

최근 지지율이 정체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카운실블러프스와 애틀랜틱, 웨스트디모인, 대븐포트, 워털루 등 5곳을 직접 돌면서 강행군했다. 워털루에서 예정된 유세 일정은 취소했지만, 영하의 기온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 모른다면서 "아무도 투표율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중서부 아이오와주에 배정된 대의원 수는 공화당 전체 2429명 중 40명(약 1.6%)이다. 대선 주자들은 득표율대로 아이오와주 대의원 수를 나눠 갖기 때문에 1~3위 주자 간 격차가 크지 않지만, 공화당 첫 경선이라는 상징성이 있는 곳이다.

이번 경선 관전 포인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반 득표로 1위를 독주하느냐다. 트럼프 대항마로 나선 헤일리 전 대사와 디샌티스 주지사 간 2위 다툼도 치열한데 두 사람이 몇 표를 얻느냐도 중요한 변수다.

유력 지역 미디어인 디모인레지스터와 NBC 뉴스가 1월 7~12일 아이오와주 공화당 유권자 705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48% 지지율로 1위를 고수했다. 이어 헤일리 전 대사가 20% 지지율을 기록하며 2위로 치고 올라왔다. 다음으로 디샌티스 주지사(16%),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8%) 등 순이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 중 88%가 코커스에 대해 '매우 열광적'이라고 언급한 반면 헤일리 전 대사 지지층 가운데 61%는 '약간 열광적'이라고 답했다. 보다 적극적인 지지층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몰려 있다는 뜻이다.

이날 아이오와 코커스 본행사가 열리는 디모인 이벤트센터를 찾았다. 현장에서는 첫 공화당 대선 주자 득표율 발표를 앞두고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었다.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언론사들이 카메라 부스를 설치하고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 발표에 맞춰 생방송을 준비하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 미디어센터 관계자는 "행사장 공사가 마무리됐다"며 "예상치 못한 한파로 인해 아이오와주 공화당 당원 표심이 어떻게 나올 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보였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은 곧바로 오는 23일 열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준비한다. 두 번째 경선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오후 뉴햄프셔주 앳킨슨에서 유세를 갖고 다음 날 포츠머스, 맨체스터, 로체스터 등을 순차적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디모인(아이오와)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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