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한국車 사겠다” 욕먹었는데…‘국산차값’ 수입차, 탈때마다 ‘인싸’ [세상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4. 1. 14.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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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하지 않은 ‘낯섦’에 거부감
‘낯섦의 미학’ 다르지만 신선해
‘톨레랑스’ 나라의 대표車 푸조
차이나는 ‘카(Car)리스마’ 발산
프랑스차는 독일차와 다른 ‘낯섦의 미학’을 발산한다. 시트로엥 그랜드 C4 스페이스투어러 [사진출처=매경DB]
트러플(송로버섯), 푸아그라(거위 간), 에스카르고(식용 달팽이).

한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다시게 만드는 프랑스 3대 진미입니다. 운이 좋게도(?) 몇 번의 프랑스 출장에서 모두 맛볼 기회가 있었죠.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마마무 화사가 일으킨 ‘트러플 짜파게티’ 바람이 불기 전 맛본 트러플 오일은 좋았습니다.

향은 생소했지만 고소하면서도 이국적인 맛에 빠져 귀국할 때 면세점에서 따로 구입했을 정도입니다.

푸아그라는 한번 맛보고 먹기를 포기했습니다. 비릿하면서도 느끼해 금방 물로 입가심했습니다.

소라, 골뱅이, 전복을 생선회보다 더 좋아하지만 화려한 접시에 예쁘게 담긴 에스카르고에는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틀리지 않고 다른 매력 발산하는 ‘낯섦’
푸아그라 요리 [사진출처=매경DB]
사람은 익숙함과 낯익음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반대로 낯섦은 불편해하죠. 오감 중 가장 보수적이라는 입맛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익숙한 재료로 만든 요리에는 선뜻 손이 가지만 생소한 재료를 넣은 요리에는 손도 대지 않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재료의 원래 모습을 알 수 있는 형태가 남아 있다면 한번 눈길을 준 뒤 쳐다보는 것조차 ‘극혐’하기도 합니다.

낯설음에 대한 거부감이 크면 차별로 이어집니다. 차별은 ‘틀리다’로 연결됩니다.

좋음과 나쁨이라는 ‘선악’ 이분법적 가치판단에 따라 ‘틀리다’는 평가를 받는 존재는 그 가치를 상실합니다. 없애버려야 할 대상으로 간주되기도 합니다.

에스카르고 요리 [사진출처=매경DB]
‘틀리다’는 개념과 혼동돼 쓰이고 때로는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전혀 다른 뜻을 나타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다르다’죠.

‘다르다’는 ‘틀리다’와 달리 옳고 그름, 좋음과 나쁨이라는 분별에서 벗어납니다. 존재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틀리다는 닫혀 있는 ‘이분법적 사고’를, 다르다는 ‘열린 사고’로 이어집니다. 틀리다는 ‘차별’이고 다르다는 ‘차이’입니다.

사람은 익숙함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같은 언어, 같은 사투리, 같은 음식, 같은 공간은 낯익음을 만드는 요소입니다.

대신 익숙함과 낯익음은 설렘을 주지 못합니다. 가슴 뛰는 두근거림과 기대감도 없습니다.

반면 차이를 인정한다면 낯설음은 설렘을 선사합니다. 따지고 보면 누군가에게 낯설음은 누군가에게는 익숙함이자 낯익음입니다.

낯섦 속에서도 낯익음을 찾을 수 있습니다. 푸아그라는 순대 친구인 돼지 간, 에스카르고는 소라·고동과 다를 뿐이지 틀려버린 존재는 아닙니다.

유럽선 인기 ‘짱’, 한국선 인기 ‘꽝’
푸조는 독일 벤츠에 이어 1897년 세계 두 번째로 자동차를 만들었다. 사진은 푸조 세르폴레 [사진출처=스텔란티스코리아]
유럽에서는 인기가 높지만 한국에서는 낯섦 때문에 차별을 받고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브랜드(차종)가 있습니다.

대신 낯설지만 다른 매력을 찾는 열린 소비자에게는 차원이 다른 설렘과 가슴 두근거리는 기쁨을 주는 차종으로 여겨집니다.

동등한 위치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다름을 인정하는 ‘톨레랑스’(tolerance)의 나라 프랑스에서 온 푸조·시트로엥·DS 브랜드 차량입니다.

푸조 201 [사진출처=스텔란티스코리아]
푸조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에 이어 1897년 세계 두 번째로 자동차를 만들었습니다.

전위적이어서 낯설게 여겨지는 아방가르드 디자인을 지녔지만 실용성도 갖춘 차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죠.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감정보다는 이성을 중시하고 실리도 따지는 복합적인 프랑스인 성향을 닮았습니다.

푸조는 소형차 분야에서 경쟁력이 높은 브랜드로 평가받습니다. 프랑스인의 삶과 관련 있습니다.

프랑스는 가족에 구속되지 않고 삶을 즐기려는 독신(셀리바테흐)과 동거의 천국으로도 여겨집니다. 관련 산업도 번성하고 있습니다.

푸조는 1인 나혼산(나혼자산다)족, 2인 나노가족에 적합한 소형 해치백·SUV로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전기차(EV) 분야에서도 준중형 이상을 주로 내놓는 글로벌 브랜드와 달리 소형에 좀 더 적극적입니다.

국산차값 경쟁력, 가성비도 높였다
푸조 인셉션 컨셉트(INCEPTION CONCEPT) [사진출처=매경DB]
푸조는 국내에서도 ‘이왕이면 크고 편한 차’를 선호하는 한국인 특성에 맞춰 중형 이상 급을 주력으로 삼는 벤츠, BMW, 아우디, 포드 등 수입차 브랜드와는 다른 길을 걸어왔습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들이 외면하거나 구색 맞추기로 내놓는 소형차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당연하겠지만 결과는 그다지 좋지 못했죠. 크고 편한 차를 좋아하는 한국인에서 작고 좁으며 낯선 소형차는 인기를 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다리면 기회가 오는 걸까요. 푸조 전략은 최근들어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푸조 전기차 e-208(왼쪽), e-2008 SUV [사진출처=스텔란티스코리아]
한국에서도 나혼산족과 나노가족이 늘어난데다, 앞으로도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죠.

실제로 기업들은 1~2인 가구를 겨냥해 작고 알찬 제품들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습니다. 싱글과 돌싱(돌아온 싱글)의 삶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푸조는 한국의 나혼산족과 나노가족에 어필하기 위해 전기차도 소형 모델을 적극적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소형 해치백인 e-208과 소형 SUV인 e-2008 SUV입니다.

두 차종 모두 푸조 특유의 낯설음의 미학을 추구했습니다. 경쾌한 움직임과 안정적인 승차감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푸조 소형차는 국내 판매 수입차 중에서 ‘가성비’(가격대비성능)가 높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대차·기아와 경쟁할 수 있는 가격대에 나오기 때문이죠. ‘작은 차 큰 기쁨’을 선사합니다.

오트 쿠튀르 DS “벤츠·BMW와 난 달라”
DS 3 크로스백 [사진출처=스텔란티스코리아]
시트로엥의 서브 브랜드로 출발한 DS 오토모빌은 벤츠·BMW와 경쟁하는 프리미엄 브랜드입니다.

DS는 ‘남다른 정신’(Different Spirit), ‘독창적 시리즈’(Distinctive Series)를 뜻합니다. 낯선 매력을 추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입니다.

DS 오토모빌은 ‘(차종·크기·가격 상관없이) 모든 고객에게 동일한 프리미엄 경험을 제공한다’는 브랜드 철학을 내세웠습니다.

‘모든 운전자는 평등하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프랑스에서 시작한 ‘박애주의’를 실천하는 셈입니다.

프랑스 인권선언 핵심 가치이자 프랑스 헌법에 명시된 평등, 박애, 동등한 위치에서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톨레랑스를 브랜드 철학에 반영한 셈이라고 해석하면 무리일까요.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과 색상으로 차이나는 매력을 발산하는 DS [사진촬영=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디자인 철학에서도 푸조·시트로엥과 같지만 다른 매력를 추구했습니다. 푸조·시트로엥은 실험정신과 대중성을 중시하는 패션 ‘프레타 포르테’(preta porter)를 연상시킵니다.

DS 오토모빌 디자인은 프레타 포르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작품성과 예술성을 강조한 패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를 닮았습니다.

국내 출시된 DS3 크로스백을 보면 DS 철학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술품 같은 비율과 선이 만들어내는 독보적인(때로는 이질적인) 존재감, 프랑스 명품에서 영감을 얻은 독창적이고 고급스러운 실내,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갖췄습니다.

예감 좋은 프랑스차, 뻔한 차는 잊어라
DS 3 크로스백 리볼리 인스퍼레이션 [사진출처=스텔란티스코리아]
국내에서는 푸조·DS 차량의 낯섦에 거부감을 느끼는 소비자들이 아직 많습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장악한 독일 벤츠·BMW·아우디에 비해 달리는 맛도 솔직히 부족합니다.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온 어린왕자와 여우의 대화처럼 상대방에게 낯선 존재인 국내 소비자와 푸조·DS 차량은 ‘서로에게’ 길들여질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낯설다고 차별하지 않고 서로에게 조금씩 길들여져 가는 과정에서 신선함이 다가옵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면 낯섦 속에서 낯익음도 느껴지면서 거부감도 점차 상쇄됩니다.

펀(Fun)보다는 편하고, 뻔하지 않은 이색적인 매력도 맛볼 수 있습니다.

솔직히 푸조·DS 차량은 독특하고 패셔너블한 매력을 갖춰 ‘시선집중’입니다. 아방가르드 매력까지 더해진 ‘예감’(예술 감각) 좋은 차량입니다.

차원이 다른 차이나는 매력에 이런 말을 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시 ‘예술가’ 아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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