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 영입 SSG, 만약 김민식까지 돌아오면 어떻게 될까… 교통정리 방안은?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팀 내부 프리에이전트(FA)였던 김민식(35)과 협상에서 이견을 확인한 SSG가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 새로운 대안을 찾았다. 베테랑 포수 이지영(38)과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해 일단 한 자리를 틀었다. SSG는 김민식과 협상 창구는 열려 있지만, 이전의 대우를 해줄 수는 없다는 방침이다. 김민식 측의 대응이 주목되는 가운데, 돌아온다면 다양한 시나리오가 열리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SSG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키움과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고 공식 발표했다. 2023년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은 베테랑 포수 이지영의 영입이 골자다. SSG는 이지영의 대가로 2025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2억5000만 원을 보냈다. 이어 이지영과는 2년 총액 4억 원(연봉 총액 3억5000만 원‧인센티브 5000만 원)에 계약했다고 덧붙였다.
사실 지난 해 연말까지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시나리오였다. SSG는 지난해 팀 주전 포수였던 김민식을 잡겠다는 방침 속에 협상을 진행했다. 지난 해 세 차례 정도 만났고, 만날 때마다 수정안을 제시해 두 번의 수정 조건을 제의했다. 구단은 12월 제안이 최종안이라고 여겼다. 계약 기간 및 총액 측면에서 선수 측 요구 조건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는 게 구단의 생각이었다. 시장 상황을 판단한 김민식 측도 요구 조건을 내리면서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연말과 연초에 답이 없었고, SSG도 그때부터 플랜B를 생각했다는 주장이다. 역시 키움과 협상에서 난관에 부딪힌 이지영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지난 주 김민식 측이 구단의 제안에 보장 금액과 총액을 더 높인 역제안을 하면서 협상의 이상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김민식 측은 꼭 자신들의 의견이 모두 관철되지 않더라도 소폭의 보장 금액 상향, 혹은 인센티브 조건의 하향 등이 이뤄질 경우 바로 사인하겠다는 생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SSG의 생각은 달랐다. 당초 SSG도 구단이 제시한 총액 내에서 보장 금액과 인센티브 금액의 비율 정도는 살짝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제안에 보장 금액과 총액이 모두 올라가는 방안이 담기자 타협하기보다는 이를 따라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기서 이번 주 이지영과 협상이 잘 풀리면서 결국 김민식 계약보다는 이지영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더 낫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가 12일 나왔다.
일단 SSG는 이지영 효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SSG는 이지영 영입 당시 ‘포수진 보강과 투수진의 안정화를 위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면서 ‘통산 1,270경기에 출장해 포수로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으며, 타자로도 통산 타율 0.280, 942 안타, 368 타점을 기록하는 등 준수한 타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지영은 2013년 이후 매년 100경기 전후 게임을 소화하는 등 내구성이 좋고 꾸준한 기량을 갖춘 선수’라고 소개했다.
이어 ‘16년간 모범적인 선수 생활과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이지영이 구단의 투수진을 이끌어주고 젊은 포수진에게 좋은 멘토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SSG는 현재 팀 내 포수 최고 유망주인 조형우를 비롯, 기존 팀에 있었던 전경원과 김건이, 그리고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박대온과 신범수 모두가 20대 포수들이다. 이지영이 풀타임을 뛰지는 못하더라도 이들을 이끄는 포수진의 리더로서 몫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관심은 김민식의 추후 거취다. 김재현 SSG 단장은 이지영 영입 후 “김민식 협상 창구가 닫힌 것은 아니다”고 확인했다. 그러나 SSG가 지난 해 연말 세 번째 만남에서 제안했던 그 조건, 즉 구단이 최종안이라고 생각했던 그 조건은 폐기처분된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그 조건을 그대로 주기 어렵다는 것이다. 협상의 여지가 있었고, 구단이 조금만 더 양보한다면 바로 사인까지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김민식 측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김민식에 대한 SSG의 제시액은 시간이 갈수록 낮아졌다. 2022년 트레이드 재입단 이후 SSG는 김민식 측에 최대 5+1년의 비FA 다년 계약안을 제안했다. 총액 20억 원대 중반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샐러리캡 문제가 있었던 SSG는 남은 한도를 거의 다 긁어모아 제안했다. 하지만 김민식 측은 이를 고심 끝에 정중하게 거부했다. 팀에 대한 애정은 있었지만 당시 포수 FA 시장이 과열될 조짐이었고, 자신이 남은 기간 더 잘해 가치를 높인다면 그보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이후 포수 FA 시장의 폭발에서 보듯 사실 틀린 판단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 FA 시장에서의 첫 제안은 그보다 훨씬 못했다. 계약 기간도 줄고, 당연히 총액과 보장 비율도 쪼그라들었다. 첫 번째 수정안은 3년 기준으로 10억 원대 초‧중반, 두 번째수정안은 3+1년 기준으로 10억 원대 중‧후반이었으나 역시 비FA 다년 계약 당시의 제안보다는 못했다. SSG는 이를 ‘상황의 변화’로 설명했다. 김민식의 지난해 활약이 아주 좋은 건 아니었고, 팀도 2차 드래프트에서 두 명의 포수를 뽑느라 6억 원의 돈을 쓴 만큼 조건이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이지영까지 영입된 판에 김민식의 팀 내 가치가 예전만 할 수는 없다. SSG는 마지막 제안보다도 계약 기간 및 총액이 크게 떨어진 안을 놓고 협상 창구를 열어놓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를 김민식 측이 잡을지는 불투명하다. 에이전시에서는 아직 협상 전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일단 타 팀 이적을 먼저 살펴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SSG는 김민식이 타 팀의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래도 풀타임 주전 경력을 가진 포수인데다 수비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고, 포수로서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여기에서 보상 등급이 C등급이다. 매력이 있다. 만약 SSG의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여 돌아온다면 SSG는 포수진의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지영 조형우 박대온 신범수에 김민식까지 다 안고 가기는 세대교체 흐름에서 다소 무거을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이지영 김민식이 구축하는 포수진은 리그에서도 나름대로의 경쟁력이 있다. 이지영도 나이가 있어 풀타임 소화는 어렵다. 두 선수가 포수 마스크를 나눠 쓴다면 성적에 있어서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팀 내에서 적극적으로 밀어주는 조형우의 출전 시간이 제약될 수밖에 없고, 오히려 구단이 키워야 할 젊은 포수들 모두가 2군으로 내려가야 한다. 박대온의 경우 2차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다. 50일 이상 1군에서 의무 둥록을 해야 한다. 이 방정식까지 겹치면 SSG도 복잡해진다.
조형우의 군 입대를 고려해도 5명의 포수를 모두 안고 가기는 쉽지 않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SSG는 조형우가 군에 가더라도 기량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 상황에서 가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자기 것을 확실히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년 6개월 이상의 군 생활 동안 그간 했던 것을 다 잊어버릴 수도 있다는 우려다.
만약 김민식이 사실상 백기투항한다면 SSG가 다시 트레이드를 벌일 가능성도 주목되고 있다. 현재 KBO리그 10개 구단은 포수진이 어느 정도 정비된 느낌을 준다. 포수가 필요했던 팀은 이미 FA나 트레이드로 주전 포수를 찾았다. 젊은 백업 포수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즌에 들어가면 부상이나 예기치 않은 기량 저하 등으로 포수를 찾는 수요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포수가 일단 많으면 트레이드 시장에서 유리하다는 건 최근 몇 년간 뚜렷하게 확인된 현상이었다.
그와 별개로 SSG는 포수 육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스즈키 후미히로 배터리 코치를 영입한 것에 이런 의지를 느낄 수 있다. SSG는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다년간 1군 배터리 코치를 경험한 스즈키 코치가 1군 포수진 운영은 물론 조형우 선수를 비롯해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박대온, 신범수 선수의 빠른 성장을 이끌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서명했다. SSG 포수진이 2024년 시즌이 끝날 때쯤이면 어떻게 달라져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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